자화상 / 유안진
한 오십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에 딸이요 바람에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 밤중
뒤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에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삯아 질수록 새우 젖 갈 맛나듯이
때 얼룩에 쩔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지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여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워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갈 때 까지 갔다 가는 돌아 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에 딸이요, 떠도는 바람에 연인이라.
◆유안진 시인 약력
- 1941년 경북안동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박사학위. 1965~1967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 등단. 1996년 펜문학상 수상. 1998년 제 10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상 수상. 시집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절망시편>, <물로 바람으로>, <날개옷>, <달빛에 젖은 가락>. <영원한 느낌표>, , <누이> 등. 수필집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그리운 말 한마디>.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땡삐> 등
- 선율 : 돌아오지 않는 강/Oliver Shanti
- 사진: 부처님 살림꾼들의 모임 무심천님 촬영
◐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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