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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 /김지하

미스커피 2012. 1. 4. 21:57

푸른 옷

희망의 문학

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나 바람이라면민주화 투사 시인 김지하 오적 관련 재판시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이며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마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른다

굳어 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여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아아 죽어도 좋겠네

재 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나팔꽃 한 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꿈마다 먹구름 뚫고 열리던 새 푸른 하늘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네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

그것이 생시라면

그것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끝끝내 끝끝내

가리어지지만 않는다면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작가 : 김지하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참여시

희망의 문학 성격 : 기원적, 참여적

희망의 문학 어조 : 간절한 갈망의 어조

희망의 문학 구성 : 점층적 구조

제 1-2연 : 주체를 드러내지 않고 1연에서는 '새, 물, 바람'의 심상처럼 자유로우면 좋겠다는 진술로 시를 열고 있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감옥에 갇혀 있다. 사실 시인 김지하의 삶을 생각해 볼 때 이 시에서 '화자'라는 말 대신에 '시인'이라는 말을 써도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시인이 감옥에 갇혀 있던 처지에서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2연에서는 시인의 상대인 청자가 '여윈 알몸을 가둔 옷' 즉 푸른 옷(囚衣)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인 수의라는 푸른 빛에서 막힘이 없는 자유로운 바다를 연상하고 바다 혹은 한 순간만이라도 바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기)

제 3연 : 시인은 자신의 수의에 붙은 수인 번호를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르다/ 굳어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로 바뀌어 푸른 옷은 푸른이 주는 자유로운 이미지하고는 다른 영어(囹圄)의 압제를 상징하는 의미로 전환시키면서 시인은, 그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표지가 없다면 죽어 사라져도 좋겠다고 노래한다.(승)

제 4연 : 가정을 통해 자신의 강렬한 자유에의 소망을 열망하고 있다. 그 가정의 내용은 1-3연에서 진술한 시인의 소망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 표현이 '영롱한 나팔꽃'이나 '햇살'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시인의 강렬한 소망은 이처럼 동일한 내포가 다양한 외연의 형태로 변주되어 나타나지만, 4연에 이르러 그 주체는 복수로 확대되고 있다. 즉 캄캄한 밤에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들은 '눈들'이거나 '맑은 눈물들'로서, 이는 화자의 소망이 화자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하겠다.(전)

제 5연 : 꿈마다 먹구름 뚫고 열리던 푸른 하늘과 거리에 쏟아지던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이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다고 노래한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이 생시에 일어난다면, 더군다나 지금이라면, 더더군다나 그 하늘이 끝끝내 가리어지지만 않는다면 자기 한 몸 죽어 없어져도 좋겠다고 노래함으로 시인이 그토록 열망하는 자유와 해방의 도래를 염원하고 있다.(결)

희망의 문학 주제 : 자유에 대한 소망과 획득 의지, 자유의 염원, 자유와 해방에의 간절한 소원

희망의 문학 표현 :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하의 억압적이었던 정치현실에서 태어난 작품으로 독재 체제에 대한 저항 의지를 담고 있다. 자유롭지 못한 당대의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시인의 옥중 체험이 바탕이 되어 있으며 진정한 자유의 성취가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음을 예감하는 암울한 심정이 드러나 있으며, 가정적 표현을 통해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자신의 절실한 소망을 담고 있다.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나 바람이라면[새, 물, 바람은 거침이 없는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김수영의 '푸른 하늘'과 함축적 의미가 통함. 김지하의 '새'의 '저 청청한 하늘/ 저 흰 구름 저 눈부신 산맥'과 같음. ]


여윈 알몸[암울한 시대적 현실로 인한 고뇌가 담긴 시적 화자]을 가둔 옷[수의(囚衣 : 죄수가 입는 옷)를 말하고 수의는 푸른색이었음, '푸른 옷'은 영어(囹圄) 압제(壓制)의 의미]

푸른 빛이며 바다라면[자신을 가둔 죄수복을 자유의 이미지인 광활한 바다로 가정해서 자유를 강렬히 소망함]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마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른다[자유를 억압 당하는 아픔을 '피 흐른다'라는 감각적 이미지로 표현]

굳어 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죄수복에 붙어 있는 수인 번호]여 네[자유와 대립적임]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반복을 통한 강조로 자유를 갈망]

아아 죽어도 좋겠네[심훈의 '그날이 오면'의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와 같이 시적 화자의 자유를 향한 강렬한 의지 반영]

재[죽어서 화장(火葬)해서 재가 된 것을 말함] 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캄캄한 밤[박정희 독재 정권의 치하를 말하는 것으로 시련과 고난의 시대]에 그토록

새벽[자유와 민주주의가 꽃피는 날]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개인적 소망인 자유의 염원이 집단적 소망으로 확대]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독재 정권 치하에 신음하던 당대의 민중들][소망은 한 순간의 소망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히 전이됨을 노래]

영롱한 나팔꽃 한 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자유로운 세상의 도래를 말하는 것으로 시인의 다른 시 '타는 목마름으로'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하는 그날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음]


꿈마다 먹구름['붉은 표지, 네'와 같은 의미로 민주주의가 압살 당하는 박정희 독재 정권하] 뚫고 열리던 새 푸른 하늘['푸른 수의'와 대립되는 의미로 민주주의가 꽃피는 세상]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자유를 맛보는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세상의 도래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음]

좋겠네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자유에 대한 극한적 갈망]

그것이[자유로운 세상, 민주주의가 꽃피는 세상] 생시라면

그것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끝끝내 끝끝내

가리어지지만 않는다면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김지하 시인의 실제 수인 생활이 형상화된 작품으로 개인적 투옥(投獄)의 상태에서 자유롭고 해방되는 꿈을 꾼다. 즉 푸른 옷과 붉은 표지로 상징되는 압제(壓制)와 영어(囹圄)의 상태에서 새, 물, 바람, 바다, 바다의 꿈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기원한다. 그렇게만 되면 죽어도 좋겠다고 함으로써 그의 기원이 지닌 간절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시적 화자의 기원이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적 소망의 영역에 갇혀있다.

 시인 김지하는 1970년대는 소위 유신이라는 군부 독재의 지독한 군화발이 의식 있는 민중들의 개개인의 등을 짓밟고 있었다. 이러한 죽음과 같이 어두운 시대에 시인 김지하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 역사적 사명을 다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역사적 과업을 온몸으로 밀고 나갔으며 결과적으로 이 시대를 문예운동의 측면에서 그야말로 온몸으로 밀고 나간 시인이 김지하였다. 그는 시집 '황토'에서 당대의 그 누구도 감히 입이 있다고 열어 말하지 못한 것을 이 시집을 통해 그가 보여준 현실 인식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그는 민중의 입장에서 시로 노래를 했다.

  1970년 그가 담시(譚詩) '오적(五賊)'을 발표하자 당시 박정희 군부 독재 정권은 그를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한다. 오적(五賊)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 부류의 부정부패(不正腐敗) 분자들을 준엄하고 치열하게 풍자하면서 그 오적들로 인해 생존권마저 박탈당한 채 고통받고 있는 민중의 현실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있는 일종의 단형 서사시였다.

 그런 민주화 투쟁의 과정에서 그는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체험한 것을 시화시켰기에 더욱 의미가 있고, 그 아픔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이 시의 후반부는 전반부의 개인적 소망의 형태가 집단적 소망의 모습으로 일반화됨으로써 이 시가 개인적 서정의 차원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리고 전반부에서의 해방의 이미지가 새, 물, 바람 등의 다소 단순한 자연물들에 비유되었다면 후반부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자유와 해방과 광복을 기다리는 사람은 화자 개인이 아니라 '캄캄한 밤에 그토록 /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 기다리던 눈들'이거나 거기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이다.

 이 시가 그리고 시인이 역사적 입장에서 기여한 측면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그의 한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그의 한계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그 한계란 다름 아닌 상징성과 관련되어 있다. 즉 70년대의 김지하 시는 그의 시가 지닌 선진적(先進的)이고 투쟁적(鬪爭的)인 면모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운동의 측면에서의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는데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 상징인 것이다. 물론 상징은 나름대로의 미덕을 지니는 문학적 장치임에는 틀림이 없겠으나 운동적 측면에서의 문학이 요구하는 사실성이라는 잣대와는 그 차원을 달리하는 장치임도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대의 김지하가 내보인 이 상징성의 한계는 그 개인적인 한계라기보다는 70년대가 가져다 준 시대적 한계이며 그 시대가 지독한 군부 독재 정권치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김지하 약력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필명 김형(金灐). 시대적 고뇌를 참여적 시각에서 구체화하였으며, 최근에는 생명과 환경에 관한 작품을 많이 쓰고 있다.

1941년 전남 목포 출생

196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69년 시 '서울길'로 문단 데뷔

1970년 오적사건 반공법 위반으로 투옥

1975년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LOTUS) 특별상 수상

1981년 세계시인대회에서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수상

1993년 제5회 이상문학상 수상

1998년 율려학회 발족, 현재까지 율려학회 회장

1999년~현재 명지대 인문대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