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옆에 당신을묻고 /도종환
견우 직녀도 이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 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요점 정리
지은이 : 도종환(都鍾煥)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애상적, 산문적, 회고적, 의지적
심상 : 시각적 심상
구성 :
-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옴(1-7행)
- 이승과 저승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돌아오면서 느낀 회한(8-10행)
- 재회의 믿음과 슬픔의 극복 의지(11-14행)
제재 : 그리움
주제 : 사별(死別)한 임에 대한 그리움,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아내를 잃은 슬픔의 극복
출전 : 시집 '접시꽃 당신'(1986.12)
내용 연구
견우 직녀도 이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네' 어미의 반복으로, 리듬감 형성가 슬픔 극복, 재회, 기약의 의지를 보임)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 주고 [평상시 가난했던 삶]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壽衣로 죽은 사람의 몸을 씻은 뒤에 수의를 입히고 염습할 때 시체를 묶는 베인 염포로 묶는 일을 할 때 시체에 입히는 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옴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이승과 저승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을 표현)인 걸 알게 하네. - 이승과 저승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11행- 시적 자아의 의지나 정서를 표현함-12행-)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열심히 살아가는 생활인의 모습 형상화)
한 해 한 번(아내의 제삿날, 칠월 칠석날)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 재회의 믿음과 슬픔의 극복 의지
- 죽음의 이미지 : 안개꽃, 베옷, 은핫물, 하늘
- 재생·재회의 이미지 : 견우직녀, 칠석날, 흙, 바람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려 시대의 '가시리',황진이의 시조 '어져 내 일이야...',김소월의 '진달래꽃'같은 이별의 노래와 주제가 비슷하다.
도종환이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노래한 시 중에는 이별을 제재로 삼은 시가 유난히 많다. 사별(死別)한 임을 그리워하고, 임에게 생전에 못 다한 정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담긴 이 시가 특히 독자의 사랑을 얻고 있다. 한 사내가 앞서 간 제 아낙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슬픔을 달래는 노래이다.
다시 말해서 지극히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을 가슴속에 묻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무덤 속에 들어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슴속에 묻혀 있던 사람도 망각의 세계 속으로 떠나게 된다. 시적 자아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안타까움, 그리움들을 잘 갈무리하여 생활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죽은 아내에게 떳떳한 길이라는 삶의 자세를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심화 자료
도종환(都鍾煥)
도종환 시인은 1954년 청주 운천동 산직말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어 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교직에 몸담고 있던 시절,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교직생활과 시 창작을 병행하던 시인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이후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으며 교육운동을 해왔으며, 현재는 충북민예총 문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편 주성 전문대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역 문화운동에 힘쓰고 있다.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가 있다. 제8회 신동엽 창작기금과 제7회 민족예술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