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박목월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나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무욕의 삶에 대한 소망 의식]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이형기의 '낙화'의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연상하게 함] 한 포기 난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나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무욕(無慾)]를 머금고 싶다. - 난처럼 살고자 함
이 시는 욕심을 버린 화자의 마음을 '난'의 속성에 투영시켜 형상화한 작품이다. 애착과 물욕을 버리고 한 포기 난을 기르는 마음으로, 또 한 포기 난처럼 조용히 무욕의 삶을 살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이러한 시적 화자의 정서는 우리 선조들의 안빈낙도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