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udy방/유명시

팔원 /백석

미스커피 2012. 1. 4. 23:16

팔원(八院) - 서행 시초(西行詩抄) 3

희망의 문학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 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 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지은이 : 백석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희망의 문학 율격 : 내재율

희망의 문학 성격 : 서정적. 애상적. 사실적

희망의 문학 구성 : 단련시(單聯詩). 승합 자동차의 안팎 묘사와 필자의 상상

1-8행

차장안

9-10행

차창밖

11-12행

차창안

13-16행

화자의 상상

희망의 문학 제재 : 승합 자동차를 타는 나이 어린 계집아이

희망의 문학 주제 : 일제 강점하의 민족의 비애와 삶

희망의 문학 특징 : 엄격한 행이나 연의 구분이 없이 자동차 속에서의 상황과 차창 밖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함

희망의 문학 출전 : <조선일보>(1939)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팔원(八院)[묘향산(妙香山)이 가까운 평안북도(平安北道) 영변군(寧邊郡) 팔원면(八院面)을 가리킴. 영변군은 해방 뒤에 향산군(香山郡)으로 명칭이 변경됨] - 서행 시초(西行詩抄) 3[이 시는 1939년에 "西行詩抄"라는 부제를 달고 연작시 형태로 발표되었고, "西行詩抄"란 "관서(關西), 즉 평안도(平安道)를 기행하고 쓴 시"라는 뜻으로 1은 "球場路"이고, 2는 "北新", 3이 "八院", 4는 "月林장"이다]

 

차디찬 아침[시간적 배경으로 고달픈 삶을 암시, 촉각적 이미지]인데

묘향산행 승합 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어린 계집아이의 묘향산행 버스 탑승 / 어린 계집아이는 우리 민족을 상징 / 암울한 현실에 고통받는 민중]

옛말속같이 진진초록[진하디진한(매우 진한)초록 ]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모진 세파에 시달려 왔음을 암시 / 일제 치하의 고통스러운 삶을 상징]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계집아이가 가야할 고통스러운 삶의 길]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계집아이의 고된 삶과 불확실한 행선지] - 차창안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관서지방의 추위 / 일제하의 고통스런 삶을 상징]

내지인(內地人 : 일본 본토인이란 뜻으로 일본인이 스스로를 일컫던 말) 주재소장(駐在所長) [주재소 : 일제 강점기에, 순사가 머무르면서 사무를 맡아보던 경찰의 말단 기관. 8·15 광복 후에 지서(支署)로 변경]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요금이라는 뜻의 일본말]을 낸다.[일본인 주재 소장 일가의 배웅]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과거의 고단한 삶에 대한 눈물, 현재의 이별에 대한 눈물, 미래의 불확실한 삶의 여정에 대한 눈물 / 비극적, 애상적 정서]

텅 비인 차 안 한 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계집아이와 어느 한 사람의 눈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대상에 대한 화자 자신의 심정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어 화자의 심적 태도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효과를 얻음.]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애보개 : 아이를 돌보는 일을 맡아 하는 사람으로 방언을 의도적으로 사용함. 1930년대 시인들이 모국어’지키기 운동의 영향을 받음]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계집아이가 감내했을 식모살이의 고초를 상상함,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새하얗게 얼은', '텅 비인 차 안' 등과 같은 구절은 단순히 추위를 뜻한다기보다는 일제 치하의 고통스러운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화자는 이러한 비극적 상황을 담담한 어조로만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 작품의 비극성을 한층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 고생스러운 식모살이, 어린 계집 아이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가족 공동체조차 철저히 파괴해 버린 식민지 현실과 민중의 고난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함 / 화자의 상상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작가가 관서 지방을 여행하면서 이른 아침 승합 자동차에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타는 장면을 보면서 시작되고 있다. 일본인 순사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손등이 모두 얼어 터지고 밥을 짓고 걸레질을 하고 아이까지 보면서 살다가  자성 으로 가게 된다. 묘향산 어딘가에 삼촌이 살지만 알 수가 없고, 새로이 옮겨 가는 곳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생각하며 우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에는 일제 강점하에 고난 받던 민중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백석의 많은 시는 전적으로 상실된 고향 그 자체를 묘사한다. 그는 관서 지방의 같은 고향 출신인 김소월을 매우 흠모하고 존경했지만, 서로 만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소월의 시에 관서 지방 특유의 정서가 나오지만, 백석 역시 평안도 서북 지방의 정서를 특이한 문체로 노래하고 있다. 이 글은 관서 지방을 여행하는 도중 묘향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만난 불쌍한 계집아이를 소재로 앞으로도 더 길게 이어질 그 소녀의 고달픈 삶의 역정을 시인은 상상해 내고 있는 것이다.

 관서 지방의 아침은 차디찬 의지할 곳 없는 어린 계집아이는 지금까지도 숱한 고생을 했건만 또다시 험한 삶의 터전을 찾아 정든 곳을 떠나고 있다.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  새하얗게 얼은 ,  텅 비인 차 안  등이 상징하는 것은 북방의 추위보다도 일제 치하의 을씨년스런 삶일 것이다. 백석은 그의 시에서 주로 북방의 마을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묘사를 한다. 마을은 분명 백석 자신의 성장지이며 그가 잘 알고 있는 세계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우리의 고향이기도 할 터이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백석 시의 특징과 표현 방식

㉠ 토착어의 적절한 활용과 토속 풍경을 배경으로 한 원초적 삶의 조명

㉡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구상적 표현

㉢ 전통적 율격과 접목하여 산문시의 가능성을 보여줌

㉣ 삶의 리얼리티를 통한 민족 공동체적 연대감 형성

㉤ 자신의 어릴 적 생활 반경과 연관된 고향 근처의 지명을 소재로 삼아 시를 쓰는 방식

㉥ 일가 친척 및 이웃들과의 공동체적 체험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방식

㉦ 어릴 때 보고 들은 샤머니즘적 요소들에 대한 기억을 살려 시를 쓰는 방식

 그의 시세계의 핵심을 이루는 설화체와 서북 방언의 사용은 그의 특색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특정한 지역과 인물을 등장시켜 독자에게 들려주는 고향의 이야기는 사라져 가는 전통과 민속의 세계를 가장 극명하게 재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시적 긴장력의 이완이라는 결함을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사투리의 사용 역시 시에서 향토적 정서를 표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백석의 경우처럼 도가 지나치다보면 오히려 시의 전달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사슴≫은 일방적인 서구시의 도입과 추종으로 특징지어지던 시기에 지나친 서구 지향을 거부하면서 자아에 대한 주체적인 각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1920년대의 민요시와 비견되는 시사적(詩史的)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