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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유치환

미스커피 2012. 1. 5. 14:02

일월(日月)

희망의 문학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소냐.

 

머언 미개(未開)ㅅ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哀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지은이 : 유치환(柳致環)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희망의 문학 율격 : 내재율

희망의 문학 성격 : 관념적, 의지적, 남성적

희망의 문학 어조 : 굳고 비장한 의지에 남성적 어조, 야성적 생명 의지로 불의에 대항하는 남성의 도도하고 굳세며 비장한 목소리

희망의 문학 심상 : 서술적 비유에 의한 심상

희망의 문학 구성 :

1연 : 생명(본연)에 대한 확신

2연 : 본원적 생명에 대한 희구

3연 : 애련에의 치욕 거부

4연 : 정의에 대한 결의

5연 : 의로운 죽음의 모습

6연 : 거룩한 생명에 대한 신념

희망의 문학

희망의 문학 제재 : 일월(본원적 생명)

희망의 문학 주제 : 본원적 생명 의지에의 지향, 불의와 악에 타협하지 않는 본원적 생명 의지에의 지향, 불의 부정(不義不正)한 세력에 대한 증오, 생명에 대한 강렬한 의지

희망의 문학 특징 :

① 생명 의지를 강인하고 웅건하게 노래했다.

② 무기교의 기교 속에 시심(詩心)과 사유(思惟)를 잘 조화시켰다.

③ 강렬한 시어를 구사하여 시 전체의 분위기를 남성적, 대결적으로 만들었다.

④ 은유법, 직유법, 설의법이 쓰였다.

희망의 문학 출전 : 문장(文章)(1939)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나의 가는 곳[나의 가는 곳 : 일제의 탄압을 피하여 (가족끼리 거느리고)망명살이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 : 구름이 조금도 끼지 않은 밝은 해로, 화자의 이상과 꿈의 상징)이 없을소냐.[백일이 함께 할 것이라는 확신]

 

머언 미개(未開)ㅅ적[문명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음] 유풍(遺風 : 옛날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풍속과 관습)을 그대로

성신(星辰 : 별)과 더불어 잠자고[자연과 함께 살아감]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열렬하고 뜨겁게 사랑함]하되[생명에 대한 경외감]

삼가 애련(哀憐)[(남의 불행을) 애처롭게 가엾게 여김]에 빠지지 않음은[나의 소극적인 태도]

―그는 치욕(恥辱)[부끄러움과 욕됨. 수치와 욕됨]임일레라.[사랑과 연민에 빠지는 것은 나약한 정신이므로 그것을 치욕이라 하였다.]

 

나의 원수와[여기서는 일제를 가리킨다. 그러나 뒷날 이 '원수'는 부패한 자유당 정권으로 변하고, 마침내는 불의와 부정한 모든 것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이 된다. 진정한 삶을 위협하는 모든 것]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정의감에서 비롯된 증오 / 불의와 부정한 세력(일제)에 대한 증오이므로, 옳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를 예비하였나니.[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 대한 증오] - 시적 화자와 세계 사이의 치열한 대결의식이 표출된 곳은 ? 5연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 : 눈동자)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눈을 크게 뜨고 태양을 보는 상황 비유, 죽음에 임해서도 원수들을 두고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해바라기'는 광명의 태양을 향하는 존재이므로, 눈동자에 박힌다는 것은 어두운 세력을 물리치는 광명에의 지향을 상징.]

내 어느 불의(不意)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어느 뜻하지 아니한 때에 느닷없이 짐승에 무찔리어 죽음을 당할지라도 원수를 증오하는 자세는 버릴 수 없다는 뜻.]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어두운 세상을 물리치는 광명으로 '일월'은 화자의 삶의 길을 비춰 주고 화자의 정신적, 이념적 지향이 되어 주는 밝음과 광명의 표상이 되는 존재이다. 동시에 해와 달로서 모든 생명 현상과 생명체들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생명력의 원천이다.]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 : 뉘우치고 한탄함)인들 남길소냐.[원수에게 정당한 증오심을 품고 옳으면서도 강하게 살아 왔으므로, 종말을 맞이한들 무슨 회한이 있겠는가]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시의 구조부터 보기로 한다. 이 시는 '증오'의 의지와 '애련'의 정감이 대립하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바위', '생명의 서(書)', '해바라기밭으로 가려오' 등과 함께 청마(靑馬) 시의 기본 구조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언제까지 이처럼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느냐, 서정적 주인공의 의지가 어느 정도까지 동요, 파탄되지 않고 지속적인 대결의 자세를 보이느냐 하는 데 있다.

 이 시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에서 삶의 결연한 의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자신이 가는 곳 어디서나 생명을 열애하되 약한 감정인 애련에 빠지는 것을 치욕이라고 경계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 시인의 강인하고 비타협적인 생명에의 의지가 잘 드러난다. 그것은 '가장 옳은 증오' 곧 일제와 일제에 아첨하는 무리들을 증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한 세력에 대한 질타(叱咤)의 범접(犯接)하기 어려운 어조와, 질감(質感) 있는 어휘, 도도한 윤리성에 기초한 이 시는 순수시파나 모더니즘파의 율격이나 심상의 해조(諧調)보다 윤리 의식을 기초로 한 시 정신의 고양이란 점에서 더 큰 의의를 누린다.

 그럼에도 이 시의 주제 의식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큼 튼튼하지 않다. 불의, 부정한 원수를 향한 증오심이라는 것도 '애련'의 정감 때문에 동요할 수밖에 없다.

 청마(靑馬)의 시가 생명 의식에 준열하면서도 끝내 대결에는 철저하지 못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시에도 그 같은 불안의 복선이 '애련'의 정감 속에 깔려 있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일월'이 지향하는 세계

 '일월'에서는 생의 모순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초극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먼저 우주적 상상력으로 나타난다. "머언 미개적 유풍을 그대로 / 성신과 더불어 잠자고, /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라는 구절은 열린 세계에 대한 지향, 즉 우주적인 상상력에 이 시의 바탕이 놓여 있음을 말해 준다. 이것은 갈등과 고뇌로 가득찬 인간 내면의 세계, 즉 닫힌 세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지향점이다.

 아울러 이러한 생의 모순성과 부조리함에 대한 초극을 인간적인 그 모든 것과의 맞섬에 의해 성취하고자 한다. 나의 "원수와 /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 가장 옳은 증오를 예비"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서 원수는 생의 원상으로서의 모순과 부조리는 물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저해하는 모든 요인들을 함께 표상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것들을 외면하거나 그들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정당히 맞섬으로써 생명의 초극 또는 인간성의 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출처 : 김재홍 저 '한국 현대 시인 연구', 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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