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유하
천장(天葬)이 끝나고 일제히 날아오르는 독수리 떼
허공에 무덤들이 떠간다 쓰러진 육신의 집을 버리고 휘발하는 영혼아 또 어디로 깃들일 것인가
삶은 마약과 같아서 끊을 길이 없구나
하늘의 구멍인 별들이 하나 둘 문을 닫을 때 새들은 또 둥근 무덤을 닮은 알을 낳으리
1연 : 독수리 떼의 비상 2연 : 안식처가 없는 영혼들 3연 : 마약과 같은 인간의 삶 4연 : 새로운 생명의 시작 5연 : 따뜻한 밥이 되는 시
천장(天葬)이 끝나고[일명 조장으로 시체를 들에 내다 놓아 새가 파먹게 하던 특유의 장례의식으로 인간의 죽음을 암시함] 일제히 날아오르는 독수리 떼
허공에 무덤들이 떠간다[날아오르는 독수리 떼가 인간의 영혼을 담고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표현] 쓰러진 육신의 집[죽은 몸]을 버리고 휘발[보통 온도에서 액체가 기체로 변해 날아 흩어짐. 또는 그 작용.]하는 영혼아 [독수리들은 영혼을 품고 있다는 사실] 또 어디로 깃들일 것인가[인간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안식처가 없음을 설의적으로 표현]
삶은 마약[끊임없는 헛된 욕망]과 같아서[시적 화자는 삶이 마약과 같은 것이라 쉽게 끊을 수 없다고 말함, 불교의 윤회사상] 끊을 길이 없구나
하늘의 구멍인 별들이 하나 둘 문을 닫을 때[인간의 영혼이 하늘에 다다르지 못하고 마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표현함] 새들은 또 둥근 무덤을 닮은 알[죽음을 배태한 새로운 생]을 낳으리[알의 형상을 둥근 무덤을 닮았다고 묘사한 것은 알로 상징되는 새로운 생명 역시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화자의 인식이 담겨 있다. 순환하는 삶인 윤회사상이 담겨 있음/ 배태(어떤 일이 일어날 원인을 속에 지님 / 잉태)]
천장 일명 조장은 인도의 배화교(파루시)의 장례법으로 시체의 처리를 새들에게 맡긴다. 북서 네팔의 티베트인 마을에서는 시체를 산중턱까지 운반하여 발가벗긴 시체를 서쪽에 머리를 두고 안치한다. 승려들이 향을 피우며 경을 읽고 인간의 대퇴골(大腿骨)로 만든 인골피리를 불고 돌에다 칼을 간다. 집도자(執刀者)는 라마교 등의 의승(醫僧)이며, 그는 새를 불러 모으기 위해 우선 늑골 아래 부분을 일직선으로 옆으로 벤 다음, 세로로 잘라 내장을 손으로 꺼내어 언저리에 뿌린다. 새가 먹을 수 있도록 다시 죽은 사람의 머리 밑에 돌을 괴고 큰 돌을 머리 위로 떨어뜨려 시체의 머리를 부순다. 몸의 해체가 끝나면 승려들은 간단한 회식을 하고 산에서 내려온다. 사람이 있으면 새가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곳에는 수십 마리의 독수리와 까마귀가 모여들어 시체를 뜯어먹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등뼈와 털만 남는다. 이 천장 풍습의 밑바탕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새를 타고 하늘로 날아간다는 티베트 인들의 관념이 깔려 있다. 그들은 새를 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닭이나 달걀도 먹지 않는다. 이 작품은 천장과 독수리, 독수리 알로 상징되는 생의 순환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자는 인간의 죽음과 삶이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생의 순환 구조에 대해 화자는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삶을 허무한 것,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삶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의 죽음과 죽은 몸을 파먹고 또 죽음을 전제한 새로운 삶을 낳는 독수리릍 통해 허무하고 의미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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