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石門)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
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石壁欄干)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
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
(千年)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
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 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
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虛空中天)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千年)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
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석문 - 조지훈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 원한의 해소(돌문-지극한 기다림. 기다리는 자아의 마음 상태)
뭇 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간(石壁欄干) 열두 층계 위에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 굳게 닫힌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임
▶기다리는 돌문(열릴 문)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 간절한 기다림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千年)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서정적 자아의 간절한 기다림의 처절함
▶슬픈 영혼의 모습(사랑의 하소연)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 한이 쌓임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 변함 없는 사랑의 마음, 절개 ↪ 푸념 - 자신의 힘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눈물과 한숨(사랑의 하소연)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흰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어조 전환 - 미래에 있을 지 모르는 해후의 뒷모습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절개를 지키려는 매운 의지 - 당신이 오면 풀릴 수 있다는 가능성
어두운 밤하늘 虛空中天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티끌로 사라짐(원한)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모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 복수의 심리 - 쉽게 해소될 수 없는 원한(원한이 신화적 시간대에 미침)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 무상한 세월의 흐름
▶원한에 사무친 돌문(안 열릴 문)
<풀잎단장>(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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