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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y방/유명시

박목월 시 모음

by 미스커피 2012. 2. 6.

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벨텔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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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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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댕기


안개는 피어서
江으로 흐르고

잠꼬대 구구대는
밤 비둘기

이런 밤엔 저절로
머언 처녀들----

갑사댕기 남끝동
삼삼하고나

갑사댕기 남끝동
삼삼하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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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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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閏四月)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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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흰 옷자락 아슴아슴
사라지는 저녁답
썩은 초가지붕에
하얗게 일어서
가난한 살림살이
자근자근 속삭이며
박꽃 아가씨야
박꽃 아가씨야
짧은 저녁답을
말없이 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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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밭에서


비둘기 울듯이
살까보아
해종일 구름밭에
우는 비둘기

다래 머루 넌출은
바위마다 휘감기고
풀섶 둥지에
산새는 알을 까네

비둘기 울듯이
살까보아
해종일 구름밭에
우는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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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開眼)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은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하다.
神이 지으신
있는 그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至福한 눈
이제 내가
무엇을 노래하랴.
神의 옆자리로 살며시
다가가
아름답습니다.
감탄할 뿐
神이 빚은 술잔에
축배의 술을 따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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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杞溪 ) 장날


아우 보래이
사람 한 평생
이러쿵 살아도
저러쿵 살아도
시쿵둥하구나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렁저렁
그저 살믄
오늘같이 기계장도 서고
허연 산뿌리 타고 내려와
아우님도
만나잖는가베
안 그런가 잉
이 사람아.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저 살믄
오늘 같은 날
지게목발 받혀 놓고
어슬어슬한 산비알 바라보며
한 잔 술로
소회도 풀잖는가.
그게 다
기막히는 기라
다 그게
유정한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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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처럼


머언 산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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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3인 공동 시집 {청록집}, 1946

 

+ 거리에서
 
걸으면서 기도한다.
거리에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주기도문
나이 60세
아직도
중심이 잡히는지 나의 신앙
주여
굽어살피소서.
당신의 눈동자 안에서
오늘의 나의 하루를
외곽으로만 헤매고.
해는 짧고
날씨는 차가운
겨울의 가로수 밑동
걸으면서
안으로 중얼거리는 주기도문.
진실로
당신이 뉘심을
전신全身으로 깨닫게 하여 주시고
오로지
순간마다
당신을 확인하는 생활이 되게
믿음의 밧줄로
구속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나의 걸음이
사람을 향한 것만이 아니고
당신에게로 나아가는 길이 되게 하시고
한강교를 건너가듯
당신의 나라로 가게 하여 주십시오.
(박목월·시인, 1916-1978) 


 

 

본명 박영종 호는 목월
1916 1월 6일 경남 고성 출생
1933 대구계성중학교 재학중 동시 <통딱닥 통딱딱>이 <어린이>지에, <제비맞이>가 <신가정(新家庭)>지에 당선
1935 계성중학교 졸업
1939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길처럼>, <그것은 연륜이다>가 1회추천, <산그늘>이 2회 추천
1946 김동리, 서정주 등과 함께 조선문학가협회 결성. 조선문학가협회 상임위원직 역임
1949 한국문학가협회 사무국장 역임
1950 <시문학>을 편집, 발행. 6·25가 일어나자 한국문학가협회 별동대 조직
1957 한국시인협회 창립
1973 <심상(心象)>을 발행
1974 한국시인협회 회장
1978 3월 24일 사망


주요 저서 시집 목록
동시집 <초록별> 조선아동문화협회 1946
시집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시집 <란(蘭)·기타> 신구문화사 1955
시집 <산도화> 영웅출판사 1955
시집 <구원의 연가>(공저) 구문화 1962
시집 <청담(晴曇)> 일조각 1964
시집 <청록집·기타>(공저) 현암사 1968
시집 <청록집·이후>(공저) 현암사 1968
시집 <경상도의 가랑잎> 민중서관 1968
시집 <박목월시선> 정음사 1975
시집 <구름에 달가듯이> 삼중당 1975
시집 <무순> 삼중당 1976
시집 <백일편의 시> 삼중당 1976
시집 <박목월 시집> 지식산업사 1983
시집 <박목월> 한국현대시문학대계 지식산업사 1983
시집 <내 영혼의 숲에 내리는 비> 문학세계사 1983
시집 <달빛 목선 가듯> 어문각 1986
시집 <사랑은 고독한 것> 자유문학사 1986
시집 <친구여, 시와 사랑을 이야기하자> 자유문학사 1986
시집 <나그네> 자유문학사 1987
시집 <소금이 빛나는 아침에> 문학사상사 1987
시집 <누구에게 추억을 전하랴> 고려원 1987
시집 <나그네의 은빛 수첩> 교학연구사 1987
시집 <구름에 달가듯이> 문학과비평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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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보

1916 경북 경주 출생
1935 계성중학교 졸업
1940 <문장>에 "가을 어스름" "연륜"으로 추천 완료되어 등단
1946 김동리 서정주등과 함께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 /
조선문필가협회 상임위원
조지훈 박두진과 "청록집"(을유문하사)간행 /
동시집 "초록별"(조선아동문화협회"간행
어린이 잡지 "아동 간행
1949 한국문학가협회 사무국장
1955 제3회 아세아 자유문학상 수상 /
첫시집 "산도화"(영웅출판사)간행
1959 시집 "난 기타"(신구문화사)간행
1962 한양대 국문과 교수 /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여원사)간행
1964 시집 "청담"(일조각)간행
1968 대한민국 문학상 본상 수상 /
시집 "경상도 가랑잎"(민중서관)간행
연작시집 "어머니"(삼중당)간행 /
"박목월자선집"(삼중당)전 10권간행
1973 "심상" 간행
1974 한국시인협회회장
1976 시집 "무순"(삼중당)간행 / 한양대 문리대 학장
1978 사망
1979 유고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영산)간행

2. 데뷔

목월은 1939년 경주 금융조합에 재직할 당시 정지용의 추천
으로 시단에 데뷔했다.1939년 <문장>지 9월호에 "길처럼"
"그것은 연륜이다"로 1회추천,그해 12월호에
"가을 어스름"과 "연륜"이 3회 추천 완료됨으로써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3. 작품활동

윤석중 편집의 잡지 "어린이"에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특선되었고,같은 해에 동요 "제비맞이"가 당선된 이후
많은 동시를 썼으며,본격 시인으로는 <문장>지에
"길처럼",<그것은 연륜이다>,<산그늘>,<가을 으스름>,
<연륜>등으로 추천을 받고 데뷔 한다.

이후, 동심의 소박성,민요풍,향토성등이 조화를 이 룬
자연 친화와 교감의 짧은 서정시를 계속 발표해 서 특유한
전통적 시풍을 이룩한다.

이러한 경향의 초기시는 <청록집>및 개인 시집 <산 도화>등에
잘 나타나있다. 6 . 25사변이후, 즉 1950 년대 이후부터는
소박하고 담담한 생활 사상 등을 읊기 시작, 초기 시풍과는
다른 현실성이 가미된 면 모를 보였으며, 이것은 <난, 기타>,
<청담>등에 잘 나타나있다. 제4시집 <경상도의 가랑잎>
이후로는 생활 주변에서 조국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로
확대 되고 심화된 경지에 사물의 본질은 추구 하려는 사념적
관념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시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눌때 그의 초기시는 두세계로
나뉜다. 전반기는 <청록집>의 세계, 후반 기는 <산도화>의
세계이다. <청록집>의 세계에서 화자는 "꿈꾸는 사람",
대상은 "임", 정서는 "슬픔" 이다. 또한 화자와 대상은
불화의 관계로 드러난다. 그러나 <산도화>에 이르러
"꿈꾸는 사람"으로서의 화자와 "임"으로서의 대상은
화해의 관계를 획득한 다. 슬픔의 정서 역시 막연한
정서이기 보다는 한결 순화되면서 구체적인 이해자로
제시된다.

4. 동인활동

목월은 1946년 대구의 계성중학교 교사 생활을 하기 바로
전 진주 시인협회에서 간행하던 "등불"이라는 동인지에
가담,동인활동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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