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소나타 / 한만수
나는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가슴을 태우는 울음소리에 달빛마저 떨고 있는 숲에
겨울을 품은 나뭇가지에 솜털을 빼앗긴 작은 새들이
찔레나무 덤불 속에 숨어
창백한 눈동자로 별을 보고 있는 숲에서
흰색의 레이스가 달린 검은 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새하얀 목덜미에 자수정 목걸이를 하고
고개 숙여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바람도 한 순간을 머물지 못해,
풀잎마저 날을 세우고 어두운 세상을 노려보는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나무 허리에 채찍자국이 일어나는 숲에
어느 뚱뚱한 시인의 타락한 시어들이
억새무덤에서 쓸쓸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시를 쓰지 못하여 살아 있는 것보다 죽어 있는 것들이 많은 숲에
어미 잃은 승냥이의 울음을 닮은
우울한 샹송이
고독한 바람 사이로 퍼져 나가고
불꽃처럼 사랑하던 시절이 너무 아름다워서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여자의
얼어붙은 시선은,
찬 서리 낀 잡초 더미에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는
푸른 모자를 보고 있었다
계곡은 있어도 그 어느 곳에서도 물이 흐르지 않고
둥지가 있어도 그 어느 둥지에서도 새들을 찾아 볼 수 없어
차라리 살아 있는 것이 안타까운 숲에
한때는 킬리만자로의 초원에서
사슴처럼 뛰어 놀던 여자가
따듯한 심장 앞에 손을 마주하고
릴케를 읽으며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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