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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방/★낭송시★

별 헤는 밤-윤동주(낭송/설화박현희)

by 미스커피 2013. 5. 13.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첨부파일 별 헤는 밤.mp3

낭송 / 설화 박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