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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러미방/끄적끄적

108배3

by 미스커피 2011. 5. 21.

청치마 찢어지는 듯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일침을 주며 동트는 아침을 훼방놓는다

어렴풋이 들리는 빗방울 소리에  고개 내 밀어보니 막떨어지기 시작했는지

흑내음이 물씬 풍기며 밝지 않은  주위를 다시 저녁이  되려는 듯 어두 컴컴하다

고장난 샷터처럼  한번 열린 샷터는 내려오지 않고 저수위 낮추러 반기지 않는

화장실 문을 노크해야 했다

오늘은 하늘에 엉덩이 치켜들고 코는 마루바닥에 들이 밀고 하는 일은 

접어야 한다

친구 사랑양반이 아들로부터 간이식을 받는 대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하는 동안 함께 있어주려고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찍 서둘러서 출발했는데도 점심때가 되어서야 도착했고

수술은 1차로 들어갔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전광판만 뚫어져라 바라보고들 있었다

수술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형제나 부모 친척들 아니면 친구들로 어우러진 사람들일 것이다  수술하는 이가 죽음의 현장에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초조함과 불안함에 수술실앞에서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전광판에 회복중이라는 글자만 간절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생사의 귀로에서 헤매고 있을 남편과 자식을 생각하며 참았던 울울음 내게 토하고 풀려버린 다리는 중심을 잃은 채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자식의 가슴에 칼을 대는데 어떤 말로 표현할수 있을까

기나긴 고통의 시간은 어느덧 8이라는 숫자를  훌쩍 넘기고서야 수술실 문이 열리고 퉁퉁 부은얼굴은 깨어나지 못하고 링거를 줄줄이 메달고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자신의 일부를 떼어줘도 아프지 않은게 부모인데...

자신은 참을만하다며 아버지를 걱정하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가슴아파

바라보는 친구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사랑해만 울부짖을 뿐.

아내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이런거구나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그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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