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등학교 친구 부모님 팔순잔치가 있는 날이라 대전행 열차를 탔다
인터넷으로 예매를해서 출력까지 해서 갔는데 영등포역에 도착해서 좌석을 확인해 보니 예약증으로 출력이 되어 있었다
창구로 가서 표를 찾으려니 직원인 즉 말은 "인터넷으로 출력을 해야 하는데 창구로 와서 200원을 내야 합니다"라고 얄밉게 말을 하는 것이다 아까웠지만 본인 실수이니 거금 200원을 지불하고 플랫홈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기차는 깜깜소식, 3분여가 지나서야 들어 오는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대전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차는 자주 타는 편이라 아직껏 기차가 말없이 늦은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아울러 지연이 될 경우엔 방송을 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은 당연지사, 말없이 늦은게 이해는 안갔지만 어쨌던 기차는 왔고 순조롭게 출발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졸음이 밀려오기에 살포시 잠을 청하려는데 어렴풋이 수원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그때 마침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고 12시 30분에 대전에 도착하니 기다리라는 말을 한뒤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금있으니 차장으로부터 자동고정장치 오작동으로 기차가 멈췄으니 수리하는데로 출발 하겠노라고 안내방송이 시작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기차는 수원 못가서 화서 전철역에 정차되어 있었다
금방 수리 될 줄 알았던 기차는 간간히 방송만 하고 기차는 떠날 줄을 모른다
조바심으로 안절부절 하다가 30여분이 지나서부터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얼굴 표정관리를 하려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차장아저씨가 오른손에 가방을 들고 얼굴은 빨개져서 젖먹던 힘까지 달리고 있는 것이보였다 순간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생각하니 차장이 가련해 졌다 잠시 후 방송은 다시 시작되었다
"차내계시는 (숨이차서)헉헉, 고객 (혀가 꼬여서)캑, 여러분 (숨이차서)헥헥헥," 차장은 숨이 턱에 차 있어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일순간 기차안에 있던 승객들은 모두가 하나되어 요즘말로 뻥 터졌다
다시 다른 차장이 마이크를 잡고 "차내계시는 고객여러분 자동 고정장치 오작동으로 불편하게 해 드린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고 시작해서 양해 부탁한다는 말과 기차는 최대한 빨리 달려서 시간을 맞춰 보겠다는말을 끝으로 부드럽게 방송을 끝냈다
4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승객중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고 방송을 듣는 순간 모두가 하나되어 웃음바다가 되어 버린것을 보면서 슬슬 화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편안히 기다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는데 차장아저씨 뛰어가는 모습을 본터라 혼자 배실배실 웃고 있으려니 주위가 자꾸 신경쓰였다
영등포를 출발해서 수원에 도착한다고 한 방송은 한시간이 되어서야 수원에 도착하였다
해프닝은 거기서 또 발생했다 40분 늦게 도착했으니 제 시간에 타야 할 기차승객이 우리열차에 올라 탄 것이다
사람이 앉아 있는것 을 보고 좌석을 확인한뒤 잘못 탔다는것을 알고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내릴려고 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내가 처녀시절엔 기차문이 열린상태로 달렸었다
한번은 기차를 잘못타서 서서히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린 기억이 있다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리는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기 때문에 스턴트 맨이 위험하다는것을 조금이나마 실감한다
지금은 기차문이 닫히고 출발하기 때문에 걱정은 덜 되지만 뛰다가 부딪치기라도 할까봐 불안했다
수원에서 얼굴빨개진 차장의 진정안된 음성이 또 들려왔다
"우리열차는 옆에 새마을호를 먼저 보내고 출발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잠시후 또 "우리열차는 새마을호 보다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어쨌던 열차가 출발하고 차장이 우리칸으로 인사를 하러 왔다 조금전 뛰던 차장인가 얼굴을 살펴보니 아직은 벌개진 모습이 그 차장이 맞다 차내 승객을 바라보며 인사를 꾸벅하더니 (휴~~)한숨을 내쉰다 나는 또 웃었다 그차장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듯 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승객들 불편이 있는가 살펴 보러 다니는 중이였다
기차를 잘못타는 오작동은 평택에서도 천안에서도 발생하였다 역에서는 계속 방송을 하여서 기차를 잘못타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데 안내방송을 안 한것인지 아니면 방송을 했는데도 중에 못들은 사람이 기차에 올라 탔었는지 는 알수없다
기차는 여느때와 달리 조금 빨리 달리는 듯 했지만 대전에 도착하고보니 40분이나 늦었다 하지만 반갑게 맞이해 주는 친구가 있었고 고마워 해 주는 친구들을 만나서 행복했고 안도의 한숨은 팔순잔치로 향했다
수많은 승객들 상대로 너무 마음 졸이셨을 영등포역10시43분무궁화호 차장님 "그날 너무 고생많으셨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수정분'13년7월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