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지를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수영
갈래 : 자유시. 참여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현실 참여적. 비판적. 의지적. 상징적, 대조적, 시각적
표현 : 반복법. 도치법
어조 : 남성적 어조
구성 :
1연 자유에 대한 인식 수정
2연 희생을 통한 자유와 진정한 자유의 의미
3연 자유의 진정한 의미
색채 심상의 대비
푸른색 - 하늘 - 자유의 색채
붉은 색 - 피 - 투쟁 또는 희생의 색채 심상
제재 : 자유
주제 : 자기 희생으로서의 자유의 의미, 자유를 위한 투쟁의 어려움
의의 : 이 시는 4·19혁명 직후에 씌어진 작품으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출전 : <김수영 전집>(1960)
내용 연구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 : 위력이나 위엄으로 세력이나 기세 따위를 억눌러서 통제함)하는(푸른 하늘은 자유의 공간으로 자유의 공간에서 그 자유를 맘껏 누리는)
노고지리('종다리'의 옛말로 '자유를 위해 비상해 본 일이 있는 사람, 자유로운 존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통속적인 인간)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자유를 위한 노력과 투쟁의 과정을 도외시한 채, 현재의 자유만을 노래하는 것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 희생 없는 자유는 무의미함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자유를 위해서 - 노래하는 가를 : 노고지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외부로부터 주어지거나 손쉽게 얻은 것이 아니라 높이 날아오르는, 비상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획득한 것임을 통해 자유가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투쟁의 대유적 표현 또는 희생의 상징)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어째서 자유는 - 고독한 것인가를 : 자유는 투쟁과 희생을 바탕으로 쟁취하는 것이며, 그러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혁명은 고독한 것이다.](목적어를 뒤로 빼내는 것은 도치법으로 문장 진술에 변화를 주어 시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임) - 자유를 위한 투쟁에는 희생과 고독이 뒤따름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지를(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2연의 마지막 구절을 반복함으로써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혁명이 '고독해야 한다'는 명제 속에는 혁명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물론 4·19혁명의 진행 과정에 대한 냉정한 경고가 담겨 있다.)- 혁명은 고독한 것임
김수영,'푸른 하늘을'과 '껍데기는 가라' 시에서 '자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4월 혁명 이후 참여시인 두 작품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담아 내고 있다. 두 작품이 주제면에서 유사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학생들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어조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두 작품의 차이점을 찾아보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습 방법 :
'껍데기는 가라' 는 '푸른 하늘을' 보다 직설(바른대로 또는 있는 그대로 말을 함. 또는 그 말)적이며 강한 어조를 띠고 있으며, 전통적인 설화를 소재로 민족의 '자유'를 구체화해 보여 주고 있다. '푸른 하늘을'은 독백적인 어조를 취하고 있다. 또한 '껍데기는 가라'에 비해 지적이고 관념(현실에 의하지 않는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생각)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사회 의식적 주제를 담고 있다. 현대에 와서 시의 의미성과 사회적 참여가 문제로 대두하면서, 전통적 서정성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하고 사회 비판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진실을 전면에 드러내게 되었다. 김수영은 이런 관심에 앞장선 시인이며, 그가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사회적 진실의 구현이며, 문제의 비판적 성찰이었다. 이 시도 그런 것의 일단(一端)이다.
이 시가 씌어진 시점에서 볼 때, 당대 지식인과 대중에게 가장 목말랐던 것은 자유였다. 오랜 역사의 질곡(桎梏), 말하자면 일제의 탄압, 그 후의 이념의 구속이었다. 그것이 빚어 낸 동족 상잔(同族相殘)의 비극, 이어진 독재 정치에서 한국민이 공통으로 겪었던 일은 자유의 구속이었다. 자유는 인간다움을 담보하는 조건이다. 역사는 이 자유 쟁취의 도정(道程)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적 자아의 자유관은 처절한 투쟁을 전제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1연에 보이는 자유의 피상적 의미는 낭만성에 근거한 것이다. 노고지리의 자유를 낭만으로 부러워하는 것을 화자는 부정한다.
화자가 인식하는 자유의 참된 의미는 2연에서 제시되는데, 그것은 투쟁성이다. 자유의 도래는 필연적으로 투쟁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고, 이 투쟁의 과정에서는 희생이 따르는 것임이 인간사(人間事)의 철칙이다.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는 구절은, 저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처절한 항거와 쟁취의 행동성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비장한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 결의는 물론 자신의 영달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희생은 대중을 향한 지성적 판단에서 이루어지며, 단호한 결의를 내면화하는 일이야말로 고독한 결의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명이 고독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런데 그 고독한 결단은 자유의 구현을 위한 외면적 실상만은 아니다. 혁명은 고독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인식 태도야말로 시적 자아의 내면 풍경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것은 자유에의 치열한 쟁취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 태도는 지성인의 책무이면서도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당위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자유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해와 감상2
1연에서 시인은 노고지리를 예찬하는 어느 시인의 표현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는 도외시한 채, 자유로운 비상만을 노래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는 희생을 치르지 않은 자유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2연은 1연을 상세화한 연으로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는 것은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행위는 고독한 것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3연에서는 혁명적 행위는 '고독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반복하여 강조한다. 이는 혁명이 철저한 자기 변혁이며, 이를 위해서는 고통을 스스로 감당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는 타인이나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수동적·소극적 개념이 아니라,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적극적·실천적 개념임을 확신하고 있는 시인은, 노고지리의 비상만을 보고 자유를 노래하는 기존 시인들의 온건·순응적 태도를 비판함을 물론, '푸른 하늘'이라는 높고 아름다운 자유를 향한 비상은 '피의 냄새'라는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인 투쟁과 노력을 통해서 근접할 수 있음을 푸름과 붉음이라는 색채의 대조를 통해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 이 시는 자유를 위해서 싸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노고지리의 자유는 그것을 얻기 위해 피를 흘린 대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를 부러워하기만 할 뿐 그것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혁명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피', '혁명' 등의 어휘는 자유를 위한 투쟁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심화 자료
김수영(金洙映 1921-1968)
서울 출생. 연희전문 영문과 졸업. 북한 의용군에 강제 징집,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석방됨. 1945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廷)의 노래"로 등단. 1948년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행하여 모더시스트로 출발함. 그러나 1959년에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발간함으로써 문학에 있어 안이한 서정성의 배격과 지식인의 회의(懷疑), 방황, 좌절, 고뇌 등이 깊이 새겨진 참여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음. 유고시집으로 <거대한 뿌리>(1974), <사랑의 변주곡>(1988)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