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수영(金洙暎)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반복, 변형, 첨가, 대칭 등에 의한 리듬의 창출 성격 : 비판적. 의지적. 주지적. 상징적, 남성적, 참여적, 반성적 어조 : 단호하고 강인한 남성적 어조로 단정적이면서도 권유적임 심상 : 비유적. 서술적. 감각적 표현 : '하자'라는 청유형의 표현을 통해 순수한 삶에 대한 강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으며, 동일한 문장의 반복과 문장 변형 및 첨가를 통한 점층적 진행으로 리듬감 강조. '눈'과 '기침하는 행위'라는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상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주지적인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고,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소박한 일상어로 시적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음 구성 : 1연 살아 있는 눈(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눈) 2연 눈을 향한 기침(순수한 생명 의식의 회복을 위한 갈망, 눈을 닮기 위해 자신을 정화하려는 노력) 3연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는 눈(어둠과 눈의 끈질긴 생명력, 부정한 시대를 넘어서는 눈의 강인한 생명력) 4연 가슴 속의 가래를 뱉음(부정적 현실의 극복에 대한 갈망과 고뇌, 부정한 현실의 영향을 받는 자신을 정화하려는 노력)
1연 : 살아 있는 눈 이 시의 첫 구절은 ‘눈은 살아 있다.’ 이다. 그것도 떨어지는 눈이 아닌 ‘떨어진’ 눈이요,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1연만으로 이 시에서 말하는 ‘눈’의 의미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에서 말하는 눈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눈의 서정적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눈은 살아 있는 존재, 순수한 생명의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2연 : 눈을 향한 기침 2연에서는 ‘눈 위에 대고’,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 기침을 하자.’고 젊은 시인에게 권유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눈’과 ‘기침’의 대비를 이해할 수 있다. ‘눈 위에 대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시인은 평소 마음 놓고 기침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침에는 다른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요, 눈 또한 그럴 것이다. ‘기침’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가지게 된 소시민성, 불순한 일상성, 속물성을 뜻하며, ‘기침을 하자.’ 는 것은 그것들을 토해 내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반대 급부의 ‘눈’은 순수성, 비속물성, 영원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3연: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는 눈 1연의 반복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눈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살아 있는 것이다. 일상에 더럽혀진 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죽음을 초월한 순수하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자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4연: 가슴 속의 가래를 뱉음. 2연의 되풀이이다. 기침을 하다 보면 ‘가래’ 가 나온다. 가장 순수해야 할 젊은 시인의 가슴 속에는 이미 가래가 가득하다. 곧 소시민성, 불순한 일상성, 속물성이 가득한 것이다. 시인은 바로 이 불순한 것들을 속 시원히 내뱉자고 말한다. 제재 : 눈 주제 : 정의롭고 순수한 생명력 회복에의 갈망. 순수한 생명 의식을 통한 부정적 현실의 극복에 대한 갈망과 고뇌, 부정한 시대에 순수한 삶의 자세를 가지려는 의지.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의 소망, 독재 치하의 부정한 시대에 순수한 삶의 자세와 용기를 가지려는 다짐 출전 : <달나라의 장난>(1959), <문학 예술>(1961)
내용 연구 눈(정의롭고 순수한 생명력을 표상하는 존재 /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신 / 양심을 일깨우는 존재)은 살아 있다.['눈'은 중의적인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눈'은 '안(眼)'의 의미와 '설(雪)'의 의미로 설명된다. '내리는 눈'은 순수에 대한 지향을 의미하며, '사람의 눈'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순수한 것이 살아 있음을 인식하는 행위는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불순함과 비굴함을 깨닫게 함) 마당 위에 떨어진[시련을 겪은] 눈은 살아 있다.[지상에서 땅으로 날리면서 떨어지고 있는 눈이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땅 위에 떨어져 정지해 있는 눈 또한 살아 있다는 뜻으로 눈이 지니고 있는 순수하면서도 순결한 생명력에 대한 인식과 시적 자아의 자기 확인을 단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대목이다. 점층적 반복 / (반복적 운율의 미적 효과는 시에서는 같은 시행을 반복하거나 어절을 계속 첨가 변형하여 문장을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점층적인 운율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반복된 시행이나 첨가된 시구들은 시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원래 진술된 내용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서 점층적 효과와 함께 의미의 선명성을 드러내며 동적 리듬을 형성한다. ) ] - 눈의 생명력 - 기(起) 기침을 하자.[시련을 극복하는 방법, 끝행의 '마음껏 뱉자'의 호응(기침·불순한 일상성) / 가래를 뱉기 위해] 젊은 시인(詩人)[젊은 시인과 시적 의미가 호응하는 시구는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이고, 여기서 젊은 시인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존재임]이여 기침을 하자.(아침에 일어나 밤 사이에 내린 눈을 보고 그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젊은 시인에게 '기침을 하자'고 권유하고 있다.)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눈(순수한 생명) - 기침(불순한 일상성 / 더러운 속물 근성, 부정적인 것, 일상에 안주하려는 소시민적 정신)은 서로 대립적 이미지임][기침을 하는 행위는 불의한 현실에 대한 저항과 자기 정화의 의미가 담겨 있고, 기침을 하자라는 말은 소시민적 근성에 안주하려는 자신을 버리려는 의지의 표현)]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순수한 생명을 앞에 두고 평소에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없었던 괴로움. 이 시에서 '기침'을 한다는 것은 마음 속에 고여 있는 불쾌하고 불결한 것들을 모두 쏟아 버리자는 뜻이다. 가장 순결한 대상을 상징하는 '눈'을 앞에 두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마음놓고'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평소에 '기침'을 하는 행위가 자유롭게 허용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기침'을 방해하는 억압(외부적인 것이든 내면적인 것이든) 떨쳐 버리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함으로써 마음 속에 고인 불쾌하고 불결한 것들은 마음껏 쏟아내자는 것이다.] 기침을 하자.(눈더러 보라고 - 기침을 하자. : 순수한 생명을 앞에 두고 마음 속에 쌓여 있는 하고 싶은 말을 가식 없이 결연하게 드러내자. / 기침을 한다는 것은 '가슴의 가래'를 내뱉음으로써 일상 생활에서 누적된 더러운 것(속물적인 것)을 토해 버리고, '영혼과 육체'의 순결성을 회복하려는 행위이다.] - 젊은 시인의 기침 행위 - 승(承) 눈은 살아 있다. (ambiguity : 애매성. 살아 있는 눈은 雪이냐 眼이냐? 즉, 내리는 눈과 사람의 눈의 중의적 표현이 순수의 지향과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는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떠올리게 해 줌으로써 작품의 긴장감을 강화시킨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화자가 지향하는 용기 있는 지식인의 모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독재 치하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채 숨 죽이고 살아가는 나약한 소시민의 모습을 벗어 던진 존재인 것이다.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 존재로 죽음을 초월하여 오로지 순수하여 가치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을 가진 이를 위해서. 눈의 의미와 시적 자아의 자기 반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시구로 여기서 눈은 더렵혀진 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죽음을 초월한 순수하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을 가진 자에게만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은 새벽['밤'은 이승만독재정권 치하라면 '새벽'은 '밤'의 끝이므로, 독재가 종식되어가는 때를 의미]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죽음을 초월한 생명으로서의 눈) - 눈의 생명력 - 전(轉) 기침을 하자.[현실에 대한 저항과 자기 정화의 의미] 젊은 시인(詩人)(순수하고 가치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을 가진 이)이여 기침(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자 하는 자기 정화의 노력을 상징)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현실 저항과 자기 정화에 대한 지향점 - 정의롭고 순수한 생명력을 표상하는 존재 /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신 / 양심을 일깨우는 존재 - '시적 자아가 나도 깨끗해질 거야라고 과시하는 것 같은 행위]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부패하고 비인간적인 현실로부터 기나긴 어둠처럼 가슴 속에 쌓인 고뇌들일지라도. 어두운 현실 속에서 시적 자아를 괴롭히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정화시키자는 뜻. 부정적인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적 자아의 갈망과 함께 그 고뇌를 동시에 보여 주는 시구로 젊은 시인을 괴롭히는 부패한 현실 혹은 순수하지 못한 자아를 상징하는 표현하는 것으로 '가래'는 부패하고 비인간적인 현실로부터 가해지는 억압과 구속 혹은 현실의 억압 속에서 부패한 자신의 찌꺼기를 상징할 수도 있으며, 소시민성, 속물성 등을 상징할 수도 있다. 또한 여기서 '밤'은 자유당 독재 치하의 어두운 시대 상황을 상징함) 마음껏 뱉자.('기침을 하자'와 호응) - 젊은 시인의 기침 행위 - 결(結) 1. 이 시를 낭송해 보고, 그것을 들은 사람과 시의 느낌이나 효과를 함께 이야기해 보자. (1) 시를 읽으면서 리듬감이 느껴졌다면 그 리듬은 어디에서 형성되는 것일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시의 형태와 운율, 이미지와 같은 시의 구조적 요소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도록 한다. 이 시에서는 반복적 운율의 미적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자유시의 내재율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개념적으로 이해시키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답안 : 이 작품은 ‘눈은 살아 있다.’와 ‘기침을 하자.’ 라는 두 시구가 지속적인 형태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시적인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동일한 문장의 반복과 변형 및 첨가를 통한 점층적 진행으로 리듬감을 강조하는 것은, ‘눈’과 ‘기침하는 행위’ 라는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2) 이 시에 쓰인 언어상의 특징은 무엇이며, 이것은 시 전체의 의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해 보자. 이끌어주기 : 시적 언어는 시 전체의 의미 형성에 일정한 작용을 한다. 시의 구조라는 측면을 의식하면서 눈에 띠는 시어가 어떤 것인지 찾아 낸 뒤 그 효과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시답안 : 이 작품은 소박한 일상어를 반복적이고 점층적으로 구사함으로써 일상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뛰어넘고 있다. 또한 ‘눈’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시 전체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2. 이 시의 구조가 시의 전체적 의미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아래 제시된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의 내용상 ‘눈’과 ‘기침’(혹은 가래)이 함축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시의 의미는 시어가 가지는 상징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 시의 화자가 마당에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하얀 눈 위에 가래를 뱉는 순간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게 한다. 떠올린 이미지를 통해 시어가 가지는 상징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눈’은 ‘내리는 눈’과 ‘사람의 눈’의 중의적인 표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내리는 눈’은 순수에 대한 지향을 의미하며, ‘사람의 눈’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기침’은 가슴에 고인 가래를 뱉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속물성, 비굴성, 무가치성을 깨끗하게 씻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눈을 향하여 기침을 하는 행위는, 비굴하고 속물적인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되찾는 행위이다. 또한 이것은 눈의 순수함, 차가움. 신선함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더러움과 속됨을 씻어 내자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2) 이 시는 ‘눈은 살아 있다.’ 혹은 ‘기침을 하자.’ 라는 문장을 반복하여 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왜 이런 방식이 사용되었는지 시의 의미상 효과라는 면에서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시의 의미는 생각을 진술하거나 표현하는 문장 구조에 따라서 결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가 형성되는 원인을 시의 주제 의식과 관련하여 파악해 보도록 유도한다. 예시답안 :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말은 ‘눈은 살아 있다.’와 ‘기침을 하자.’ 이다. 여기에서 ‘기침을 하자.’는 마지막 연에서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반복과 변형은 시적인 운율을 형성함과 동시에, 살아 있는 ‘눈’을 통해 순수하고 기치 있는 삶에 대한 갈망과 일상적인 삶에 대한 고뇌를 노래한 작자의 주제 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한다.
이해와 감상 김수영의 초기 작품은 50년도를 전후한 당시의 모더니스트들의 일반적인 경향과 같이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과 암울하고 불안했던 시대의 흐름 같은 것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발표할 무렵부터 관념성과 생경성에서 탈피하여 지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서정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 이 시는 그 대상에 의해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1연과 3연이 자연물로서의 '눈'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 비해, 2연과 4연은 '젊은 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인은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속성'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먼저 이 작품에서 '눈'은 순결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나날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시인에게 '눈'의 '살아 있음'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다음으로 '젊은 시인' 또한 '살아 있음'을 갈망한다. 그러한 갈망은 '기침하다'라는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 그러므로 '가래'를 뱉는 행위는 바로 시인 자신을 둘러싼 현실의 모든 부정적인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적인 삶의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이 시는 시구의 반복과 확대, 선명한 이미지, 대칭 구조 등에 의해 서정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작품의 핵심적 대상인 '눈'은 살아 있는 순결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밤새 내린 눈이 아침에 여전히 흰 빛의 순결함과 생명체보다도 진한 생생함을 전달할 때, 나날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시인은 그 '살아 있음'에의 갈망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리고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는 행위로써 부끄러움과 고통의 무게로 순결한 생명력을 마주 대하고 바로 보려는 시인의 의지적인 삶의 자세를 표출하는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전체적 구조에 있어서 동일한 시구의 반복과 확대를 통해 정돈된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주지적(主知的)인 내용의 전달을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전달 내용의 의미에 대한 집약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의식의 긴장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이 시는 매우 암시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에 대한 울분의 토로와 날카로운 비판 정신이 살아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풀'과 더불어 현실 비판적인 작자의 주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히려 그러한 주제 의식이 형태상의 특징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즉, '눈은 살아 있다.'와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라는 단 두 마디를 중심으로 하여, 같은 의미를 지속적인 형태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시적 운율을 형성하면서 이 말에 담긴 뜻을 보다 설득력 있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눈'이라는 어휘의 해석상 애매성, 즉 '내리는 눈[雪]'과 '사람의 눈[眼]'의 중의(中意)적 표현이 순수의 지향과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는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떠올리게 해 줌으로써 작품의 긴장감을 강화시킨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 교과서) 이해와 감상2 이 시에서는 '눈'과 '기침'이라는 시어가 작품 이해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이 두 시어가 적절히 반복되고 변형되면서 시적 긴장을 유지시켜 가고, 동시에 시적 의미를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에는 '눈'은 순결한 양심을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일상의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시인에게 반성의 계기를 제공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는' 눈을 보면서 일상의 억압 속에 매몰되어 있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그루부터 탈출하기를 열망한다.'기침'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마음 속에 고여 있는 온갖 불쾌하고 불결한 것(이것은 모두 현실의 어두운 면들이 내면화된 것이다.)들을 쏟아 버림으로써 자기 정화(淨化)를 이루기 위한 행위를 상징한다. 시인은 '살아 있는 눈'앞에서 '기침'을 함으로써 삶에 대해 순결하고 정직한 자제를 유지하지 못하는 부끄러움과 그로 인한 고통을 털어 버리고 순결한 양심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럼 점에서 이 시는 부정하고 부패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울분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심화 자료 '눈'의 중의성(重義性) 이 시에서 '눈'은 중의적인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눈'은 '안(眼)'의 의미와 '설(雪)'의 의미로 설명된다. '내리는 눈'은 순수에 대한 지향을 의미하며, '사람의 눈'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눈'은 '살아 있다'는 표현에서는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미래를 투시할 수 있는 '眼'이다. '마당 위에 떨어진'이라는 표현에서는 깨끗함과 순결성을 상징하는 '雪'이라는 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반복적 운율의 미적 효과 시에서는 같은 시행을 반복하거나 어절을 계속·첨가 변형하여 문장을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점층적인 운율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반복된 시행이나 첨가된 시구들은 시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원래 진술된 내용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눈'에 나타난 도덕적 순결성 한 시인에게 있어 모든 작품은 그 시인을 드러내게 마련이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극히 상징적인 대응 관계를 가지고 있는 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윤동주의 '자화상'을 그러한 시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통해서 은근한 자기 혐오와 자기 사랑의 동시 공존을 노래한 이 작품은 윤동주의 시의 내면 지향을 집약적으로 드러내 준다. 이육사에 있어서의 '절정'도 비슷한 대응 관계를 드러내 준다. 김수영에 있어서 '눈'이 바로 그러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체의 비약된 논리, 현학적인 우회, 찍고도 자국 없는 수다가 배제된 채 단단한 단순성에 도달한 이 작품은 때묻지 않은 새 눈이 온 아침에 기침을 하자는 젊은 시인에의 권유를 반복하고 있다. 살아 있는 눈을 향해서 하는 기침은 살아 있다는 신호의 전달이고 그 공명의 동작이다. 그리하여 가슴이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고 할 때 그것은 도덕적 순결과 무구(無垢)함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 정화의 의식에의 권유가 된다. 죽음을 잊어 버린 나태하고 방자한 영혼, 삶의 엄숙성을 잊어버린 육체를 위해서 살아 있음을 일깨우는 깨어 있는 의식에의 권유이기도 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김수영의 시작 행위는 흰 눈을 열망의 바탕으로 한 자기 정화의 구토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사사로운 감정과 사회적 감정도 도덕적 순결이라는 척도 아래 동원되고 방출된다. 그는 모든 것을 드러냄으로써 건강에 도달하려고 하는 스스로의 정신분석가이기도 하다. 자유도 자유의 행사로 건강에 이르는 방편이다. 사회의 건강 없이 개인의 건강도 있을 수 없지만 개인의 건강 없이 사회 건강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의 도덕적 급진주의는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의 내면 개혁과 사회 개혁의 동시적인 성취의 소망스러움이 그의 지속적인 자기 폭로와 자기 정화가 시사하는 함축인 듯이 보인다. 그의 도덕적 급진주의가 현실을 재는 한 척도가 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출처 : 유종호, '시의 주제오 관습의 굴레') ‘눈’과 ‘기침’의 상징성과 시의 해석 기존의 해석에 의거하여 이 시의 내용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눈’은 순수한 데 반해, ‘기침’과 ‘가래’는 더럽다. 그러므로 더러운 기침과 가래를 뱉어 냄으로써 시적 화자가 깨끗해지기를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기침이나 가래를 ‘소시민성, 불순한 일상성, 속물성’이라든가 ‘부패한 현실과 비인간성’과 같은 상징성을 지닌 시어로 이해하려는 무리한 해석이 나오게 된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어떻게 순수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그 ‘눈 위에 대고’기침을 하면서 이것을 정화의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시의 ‘눈’은 그저 마당에 깔린 눈이 아니라 마당 위에 ‘떨어진 눈’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눈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 눈에서 추락의 속성을 발견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시인의 다른 시인 ‘폭포’를 떠올릴 수 있다. 시인은 여기에서 살아 있는 것의 순수함, 혹은 순수해야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시인은 ‘젊은 시인’을 향해 기침을 하자고 권유한다. 기침과 가래는 마치 울부짖듯 내뱉는 록음악의 창법과도 같이 거침이 없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는 양심이며 내부 깊숙이 고인 욕망을 정직하게 토해 내는 사라 있는 목소리인 것이다. 이것이 ‘눈’ 위에 피어나는 또 하나의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이숭원 외, ‘시의 아포리아를 넘어서’) 김수영 시의 창작 방법 김수영은 사고의 흐름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그 흐름을 연쇄적으로 표현하는 시작 방법을 사용한다. 김수영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시의 다양한 형태를 실험한다. 이 방식은 개념과 개념으로 표현하기 힘든 영역의 긴장을 통해 시를 이루어 간다. 김수영은 이미 주어진 의미나 심상을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를 쓰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시를 쓴다. 사고의 흐름은 주로 반복과 비약을 통해 역동성을 지닌다. 연상을 통해 여러 장면을 접목하는 콜라주 방식이 아니라 사고의 흐름을 연쇄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의미를 사고의 흐름에 따라 의미 시아에 돌발적인 요설을 삽입하는 유형의 시와 의식의 운동을 사물의 운동에 투사함으로써 관념을 심상과 운율로 형상화하는 유형의 시를 만든다. 또한 김수영은 사고의 흐름에 따라 심상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사고 흐름의 속도나 자의식으로 분화되는 의식의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그린다. 김수영은 사고의 흐름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그대로 기술하는 시 정신을 바탕으로 사고의 흐름에 따라 반복과 비약을 기법으로 한 연쇄적 진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주어진 의미나 심상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작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노철, 한국 현대시 창작 방법연구)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1949년 4월, 도시문화사가 간행한 김경린, 박인환, 김수영, 양병식 등의 합동 시집, 모더니즘의 기치를 들고 시작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도시와 문명에서 제재를 취하여 이미지와 관념의 조화를 추구하였으나 그 난해성 때문에 일부의 거부 반응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김규동, 이봉래, 조향 등을 중심으로 한 후반기 동인에 의해 이 운동이 계승되어 1950년대 초에 시단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김수영 1921∼1968. 시인. 본관은 김해(金海). 서울 출생. 지주였던 아버지 태욱(泰旭)과 어머니 안형순(安亨順)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1년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가서 동경상과대학 전문부에 입학하였다. 1943년 징집을 피해 귀국하여, 1944년 가족과 함께 만주 길림성(吉林省)으로 이주하였다. 그곳에서 교원생활과 연극운동을 하였다. 광복 후 연희전문학교 영문과 4년에 편입하였으나 중퇴하였다. 북한의 남침으로 미처 피난하지 못한 그는 북한군에 징집되었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었다. 그뒤 미군통역생활도 하고 평화신문사 문화부차장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였으나, 1956년 이후부터는 시작과 번역에만 전념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그의 작품활동은 1945년 문예지 ≪예술부락 藝術部落≫에 시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뒤 김경린(金璟麟)·박인환(朴寅煥)·임호권(林虎權)·양병식(梁炳植)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1949)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 각광을 받았다. 이 때의 시들은 〈공자의 생활난〉(1945)·〈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1947)·〈아메리카타임지〉(1947)·〈웃음〉(1948)·〈이〔芒〕〉(1947)·〈토끼〉(1949) 등이 있다. 초기에는 모더니스트의 일반적 경향인 현대문명과 도시생활을 비판적으로 노래했으나, 서구사조를 뒤쫓는 일시적이고 시사적인 유행성에 탐닉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전진로를 개척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서구취향의 모더니스트의 자기극복과정을 보여준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모더니스트들이 지닌 관념적 생경성을 벗어나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겪어야 했던 지적 방황과 번민을 풍자적이며 지적인 언어로 시화하였다. 1959년에 간행된 ≪달나라의 장난≫은 이 시기의 시적 성과를 수록한 첫 개인시집이다. 수록된 대표적 작품들은 〈달나라의 장난〉(1953)·〈헬리콥터〉(1955)·〈병풍〉(1956)·〈눈〉(1957)·〈폭포〉(1957) 등을 꼽을 수 있다. 1950년대의 지적 번민 속에서 성숙해온 그가 본격적인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은 1960년의 4월의거이다. 여기서 그는 평등한 삶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유를 위한 혁명에서 시적 열정을 얻는다. 강렬한 현실비판의식과 저항정신에 뿌리박은 시적 탐구는 그로 하여금 1960년대 참여파 시인들의 전위적 구실을 담당하게 했다. 이 때의 대표작품으로 〈푸른 하늘을〉(1960)·〈후란넬저고리〉(1963)·〈강가에서〉(1964)·〈거대(巨大)한 뿌리〉(196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1965)·〈엔 카운터지(誌)〉(1966)·〈풀〉(1968)을 들 수 있다. 그는 현실의 억압과 좌절 속에서 일어서고자 하였던 1960년대의 대표적인 시인의 한 사람이며 현실참여의 생경하지 않은 목소리를 보여줌으로써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1958년 제1회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죽은 뒤 출판된 시집으로는 ≪거대한 뿌리≫(1974)·≪달의 행로를 밟을지라도≫(1976)와 산문집 ≪시여, 침을 뱉어라≫(1975)·≪퓨리턴의 초상≫ 등이 있다. 저서·역서로는 ≪20세기 문학평론≫(柳玲·蘇斗永共著, 1953)·≪카뮈의 사상과 문학≫(金鵬九共譯, 1958)·≪현대문학의 영역≫(Tate,A. 原著, 李相沃共譯, 1962) 등이 있다. ≪참고문헌≫ 金洙暎의 詩世界(白樂晴, 現代文學, 1968.8.), 金洙暎의 詩史的 位置와 業績(金顯承, 創作과 批評, 1968.가을호), 自由와 꿈(김현 해설, 거대한 뿌리, 民音社, 1974), 絶望 후의 소리(黃東奎, 心象, 1974.9.), 藝術家의 良心과 自由(金禹昌, 궁핍한 시대의 詩人, 民音社, 1978).(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시여 침을 뱉어라 1968년 4월 부산에서 펜클럽 주최로 행한 문학 세미나에서 발표 원고로 그의 현실 참여적인 문학 정신이 잘 드러나고 있다. 나중에 그의 산문집 제목이 되기도 했다.다음은 시에 대한 그의 관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그 글의 주요 부분이다. 그의 시론은 흔히 '온몸의 시학'으로 불린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이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 시론도 이제 온몸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순간에 와 있다. '막상 시를 논하게 되는 때에도' 시인은 시를 쓰듯이 논해야 할 것'이라는 나의 명제의 이행이 여기 있다. 시도 시인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여러분도 시작하는 것이다. 자유의 과잉을, 혼돈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 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 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김수영 시의 문학사적 의의 김수영은 신동엽과 함께 1960년대 한국 시단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한국시에서 중요한 흐름을 이루었던 민중문학의 선구자로서 이 두 사람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중적인 성격이 강한 이 두 사람의 시는 모두 4.19의 역사적 경험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신동엽은 투철한 역사 인식과 건강한 민중성에 기초하여 시를 쓴 데 비해,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김수영 은 4.19를 계기로 점차 모더니즘의 한계에서 벗어나 강렬한 현실 인식과 민중성에 기초한 시를 쓰게 된다. 그런 점에서 김수영은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로, 또 모더니즘의 태내에서 자라난 모더니즘의 비판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풀'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김수영이 모더니즘의 한계를 넘어서서 투철한 역사 인식과 민중 의식을 획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눈(雪)에 관련한 속담과 민속 속담에 “함박눈이 내리면 따뜻하고 가루눈이 내리면 추워질 징조”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눈의 상태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것으로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함박눈은 온도가 비교적 높은 온대지방에서나 상층의 온도가 그다지 낮지 않은 곳에서 내리는 습기가 많은 눈인 반면에, 가루눈은 기온이 낮은 한대지방이나 상층으로부터 지표면 부근까지의 기온이 매우 낮은 곳에서 눈의 결정이 서로 부딪쳐도 달라붙지 않고 그대로 내리기 때문에 형성되는 건성(乾性)의 눈이다. 이처럼 눈은 상층대기의 온도분포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온도가 낮을 때는 가루눈이 내리고 온도가 높을 때는 함박눈이 내리게 된다. 따라서, 떡가루와 같이 고운 싸락눈이 내리면 상층으로부터 한기가 가라앉기 때문에 추워질 징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은 녹아서 수분을 공급하는 이로운 점도 있으나 여러 가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납설(臘雪:납일, 즉 음력 12월에 내리는 눈)은 보리를 잘 익게 하고 춘설(春雪)은 보리를 죽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납설은 한겨울에 내리는 눈이므로 추위로부터 보리를 보호하여 주는 데 반하여, 춘설은 기온이 높아지는 봄에 내리는 눈이기 때문에 한창 자라고 있는 보리에 동해(凍害)를 주어 죽게 한다는 뜻이다. 눈과 관련된 대표적인 민속놀이로는 눈싸움과 눈사람만들기가 있다. 눈싸움은 겨울철 눈이 많이 내렸을 때 어린이들이 편을 짜서 주먹만한 크기의 눈덩이를 만들어 상대편을 향하여 던지며 즐기는 놀이이다. 눈싸움은 겨울철에 집안에서만 지내기 쉬운 어린이들에게 체력단련의 기회를 줄 뿐 아니라, 눈으로 뭉친 눈덩이를 맞아도 상처를 입을 염려가 없으므로 겨울철 어린이놀이로서 이상적인 것의 하나였다. 눈사람만들기는 작은 눈뭉치를 굴려서 크게 만들어 이를 몸통으로 삼고 따로 만든 작은 눈덩이를 그 위에 올려놓아 사람모양으로 꾸미는 놀이이다. 눈사람을 만들 때는 혼자서도 하지만 서너 명씩 패를 짜서 누가 먼저 만드는지 시합을 벌이기도 한다. 눈사람 만들기는 눈싸움처럼 아이들의 체력단련에도 도움이 되지만 같은 편끼리의 협동심을 길러주며, 독특한 형태의 눈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창의성도 개발시켜 주는 좋은 놀이이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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