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최제우는 오라를 받으렷다.” 불호령 벼락치며 선전관 정운구가 문짝을 발로 냅다 박차고 뛰어들어 수운 선생과 제자 열댓 명을 더불어 꽁꽁 묶어 그 길로 대구 감영에 철커덕 가두어 버렸것다. 수운 선생 석방시키랴 안면이며 금품이며 백방으로 줄을 대어 동분서주 노심초사하는 해월에게 옥중에서 쪽지가 나오는데 쪽지에 眞書(진서)로 일렀으되 “燈明水上(등명수상) 無嫌隙(무혐극) 柱似枯形(주사고형) 力有餘(역유여) 물 위에 등불 밝으니 의심을 낼 틈이 없으나 기둥이 다 썩은 듯 보이지만 아직도 힘이 남았다.” 그리고 이어서 왈 “나는 順受天命(순수천명)하리니 너는 高飛遠走(고비원주)하라!” 高飛遠走, 高飛遠走, 高飛遠走, 高飛遠走 높이 날고 멀리 뛰라! 높이 날고 멀리 뛰라! 높이 날고 멀리 뛰라! 어느 영이라 거역할 수 있으리오 해월이 바로 그 길로 한바탕 아조 높이 높이 날고 아조 멀리멀리 뛰어 아득 까마득 태백산 쪽으로 들어가 버리고 <중략> 물 한 그릇 앞에 청하고 마지막 心告(심고) 끝에 “龍潭(용담)의 물이 흘러 새 우주의 근원 되고 龜岳(구악)의 봄 돌아와 온 세상에 꽃피리라 내가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요 내가 떠난 뒤 甲子(갑자)에 큰 생명 친히 오리니 안심하고 베어라 안심하고 베어라.” 푸우 푸푸푸푸푸 망나니가 입에 문 물을 푸푸푸 내뿜고 칼을 높이 쳐들어 탁 쳐도 목이 그대로 말짱 푸우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 망나니가 물 내뿜고 칼을 높이 쳐들어 다시 탁 쳐도 목은 여전히 말짱 “아이쿠 이분이 神人(신인)이 틀림없다!” 더덜 덜덜덜 망나니 칼이 덜덜 떨려 몸이 후들후들 떨려 식은땀이 주루루루루루 “너 이놈 뭘 꾸물대느냐 어서 쳐라!” <중략> “아이쿠 찍어도 안되것습니다.” 이때에 수운 선생 겁이 나 두 눈 뒤집혀 덜덜 떨어 대는 망나니가 측은해 다시 눈감고 긴 묵념 끝에 “이제 잘 떨어질 테니 안심하고 베어라!” 이 말 듣고 푸우 푸푸푸 다시 물 뿜어 칼을 쳐들어 탁 치니 <중략> 수운 목구멍에서 왼갖 중생 갖은 바닥쌍것들이 수도 없이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데 팔도 농투산이란 농투산이는 다 기어나와 “사람이 한울이다! 이 도적놈들아 한울님 맛 좀 보아라!” 포졸이고 나졸이고 옥사정이고 금군이고 선전관이고 감사고 관찰사고 할 것 없이 모조리 덮쳐 몽둥이 방맹이 대창 쟁기로 두둥 뚝딱 두둥 뚝딱 따다다닥 딱 두둥 딱다닥 두둥 딱! 아조 장단 맞추어 예술적으로 들입다 조지고 백정이며 사당이며 딴따라, 기생, 화심이, 영자, 춘자, 때밀이, 안마쟁이, 니나노, 공순이, 공돌이, 뽀돌이, 식순이, 호순이, 화적떼, 비렁뱅이, 머슴, 시라이, 양아치, 작두날림, 종놈 종년들 와크르르 쏟아져 나와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렷다! 네 이놈들 우리가 네놈들 섬기는 것 좀 보아라!” 소 잡는 도끼, 사당패 물미장, 가야금, 장구통, 뿔방맹이, 작대기, 부지깽이로 우당탕 쿵쾅 땅 따당, 탕 퉁 쾅 땡 똥 뚱 띠딩 온갖 잡그릇 박살나 와삭와삭 바삭바삭 쨍그랑 짱 꽝 똥 땡 왈자패 주먹, 각다귀패 뒷발질, 들병장수 술병, 도붓장수 담뱃대, 빵쟁이 꼴통, 용접쟁이 쉿쉿쉿, 하역쟁이 갈쿠리, 천통쟁이 재갈, 대장쟁이 망치, 놋쟁이 모루에다 갓쟁이 칠쟁이 고리쟁이 통쟁이, 판촉, 땅두더쥐, 금점꾼에 왼갖 여편네들 떼를 지어 수백만이 와글와글 바글바글 들끓어 대며 시천주 조화정에 시호시호 악을 악을 쓰며 내닫고 치닫고 설치고 깝치고 날치고 판치는데 앉은뱅이 문둥이 귀머거리 벙어리 꼽추 폐병쟁이 성병쟁이 미치광이 캄캄소경 청맹과니, 꼽사동이 곰배팔이 쌍언청이 전동다리 훼젖이 두룸박이마빡 송곳턱 주먹상투 빈대코 다 튀어나와 감영마당 꽉꽉 차고 마루고 누각이고 댓돌이고 방이고 뒤뜰이고 지붕이고 문안이고 문밖이고 이리 우루루루 저리 우루루루 코빵뺑이 거지가 감사 방댕이를 냅다 걷어차며 “헤 히놈! 헤놈이 함사놈이냐? 헤이이이 호로해끼!” 이 북새통에 각설이패는 품바 품바, 단골네는 내놔라 내놔라, 춤광대는 춤을 덩실, 소리광대는 수리성, 천구성으로 냅다 “후천개벽이다…….” 풀 나무 꽃잎사귀까지 모두 꼿꼿이 일어서 악을 쓰고, 벌거지떼 송충이 까마귀 개 닭 소 말 참새 까치 두루미 숭어 붕어 잉어 호랑이 사자 기린 봉황에 용이며 거북이며 왼갖 짐승에다 돌멩이 흙바람, 흙탕물에 왼갖 원귀 잡귀, 도깨비, 몽달귀신, 아귀, 축생, 아수라, 지옥 죄수들과 중음신과 천군만마 웬 하늘사람들이 떼지어 떼를 지어 우루루루루루 삼문을 와닥딱, 하늘이 담쑥 무너지고 땅이 특 꺼지는 듯 돌담 무너지듯 물결같이 흩어지니 감사 관찰사 선전관이 정신을 잃고 이리저리 피신할 때 개구멍에 대가리 처박고 두 다리만 흔들흔들 발로 교통정리하는 놈, 말 거꾸로 타고 어서 가자 꼬리 잡고 악쓰는 놈, 나졸 포졸 졸개들이 가관이다.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지하 갈래 : 담시(譚詩) 성격 : 풍자적, 비판적, 서사적, 해학적, 극적, 역사적 제재 : 구한말 최제우의 삶과 처형 장면 주제 :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각성 촉구 표현상 특징 : 해학과 풍자가 녹아 있고, 판소리의 가락이 깔려 있으며, 장황한 설명으로 장면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시적 화자가 서술하는 이야기가 시의 내용을 이루며 그 밑바탕에서는 역사적 인식이 담겨 있다. 작품 개관 : 이 시는 민족 문학의 상징이자 유신 독재에 대한 저항 운동의 중심지이었던 김지하의 담시(譚詩)로서, 최제우의 삶과 죽음을 담고 있다. 이 시는 특히 문학과 사회의 관련 양상을 살펴보기에 좋은 제재이다. 김지하는 구한말과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상황을 서로 관련시킴으로써 독특한 사회·역사적 관점을 문학 속에서 형상화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또한 사회와 문학 장르의 상호 관계를 살펴보는 데에도 매우 적절한 예가 된다. 시대적 배경 : 구한말의 한국은 세도정치로 인한 지배층의 분열, 양반과 토호의 가혹한 착취로 인한 백성들의 봉기 등으로 인하여 사회는 매우 불안하였다. 그에 더하여 일본을 비롯한 외세의 간섭이 날로 심해져 국운이 위기에 처하고, 서학 세력이 날로 팽창하여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과 충돌을 일으키게 되었다. 작자는 이러한 구한말의 시대 상황과 자신이 살고 있는 1980년대의 사회적 상황을 서로 연결지어 사회 현실을 풍자·비판하고 있다. 표현 기법 : 담시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담(譚)이란 ‘이야기’를 뜻하므로, 이를 직역한다면, ‘이야기시’인 셈이다. 또 서구적 장르 개념으로써 발라드의 역어로 담시가 쓰이곤 한다. 그러나 ‘이야기시’나 발라드라는 장르 개념과 김지하의 ‘담시’는 일정한 차별성이 있다. 그 가장 명료한 차이는 ‘담시(譚詩)’에는 한국의 전통적 ‘소리’ 개념이 내포된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담시는 이야기 대상이 명료할 뿐 아니라, 그 이야기거리를 시인의 상상력 속에서 풍성하게 변형시키면서 마침내는 ‘소리’를 통해 형상화된다. ‘담시’는 이처럼 춤과 노래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극적 요소와 서정시적 요소, 서사시적 요소가 뒤섞여 있다. 결정적으로 그 모든 요소들을 작품의 바탕에서 떠받쳐 주는 핵심 요소가 담시 속에는 있으니, 그것이 바로 ‘소리’다. 출전 : 이 가문 날에 비구름(1988)
내용 연구 이 가문 날에 비구름('비구름'은 '가문 날'에 비유되는 어두운 현실을 타개하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매개체가 된다.) “역적 최제우는 오라[지난날, 도둑이나 죄인을 묶던 붉고 굵은 줄. 오랏줄]를 받으렷다.” 불호령 벼락치며 선전관 정운구가 문짝을 발로 냅다 박차고 뛰어들어 수운 선생과 제자 열댓 명을 더불어 꽁꽁 묶어 그 길로 대구 감영[조선 때, 각 도의 감사가 직무를 보던 관아]에 철커덕 가두어 버렸것다.[~ 것다 : 판소리 타령투로 채만식의 소설 작품 '태평천하' 등에서도 발견되는 형식임.] 수운 선생 석방시키랴 안면이며 금품이며 백방으로 줄을 대어 동분서주[(東奔西走) :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몹시 바쁘게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 유사어로 동서분주, 동주서분, 동치서주, 진량(津梁)] 노심초사[(勞心焦思) :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움. ]하는 해월에게 옥중에서 쪽지가 나오는데 쪽지에 眞書(진서 : 지난날, 언문에 대하여 '한자 또는 한문'을 이르던 말)로 일렀으되 “燈明水上(등명수상) 無嫌隙(무혐극) 柱似枯形(주사고형) 力有餘(역유여) 물 위에 등불 밝으니 의심을 낼 틈이 없으나 기둥이 다 썩은 듯 보이지만 아직도 힘이 남았다.” 그리고 이어서 왈 “나는 順受天命(순수천명)[죽음을 달게 받음]하리니 너는 高飛遠走(고비원주 : 자취를 감추려고 남 몰래 멀리 달아남)하라!” [대구, 대조법] 高飛遠走, 高飛遠走, 高飛遠走, 高飛遠走 높이 날고 멀리 뛰라! 높이 날고 멀리 뛰라! 높이 날고 멀리 뛰라! [반복을 통한 운율 형성] 어느 영이라 거역할 수 있으리오 해월[동학의 2대 교주로 최시형(崔時亨)은 최제우가 체포되자 대구에 잠입, 옥바라지를 하다가 체포의 손길이 뻗치자 태백산으로 도피해 동학의 재건 도중 1871년(고종 8) 진주민란의 주모자인 이필제(李弼濟)가 최제우의 기일(忌日)인 3월 10일에 영해부(寧海府)에서 민란을 일으킴으로써 다시 탄압을 받게 되었다. 관헌의 추격을 피해 소백산으로 피신하면서 영월·인제·단양 등지에서 다시 기반을 구축하여 1878년 개접제(開接制), 1884년 육임제(六任制)를 마련하여 신도들을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교리연구를 위한 집회를 만들었다. 1880년 5월 인제군에 경전간행소를 세워 '동경대전 東經大全'을 간행하였고, 1881년 단양에도 경전간행소를 마련하여 '용담유사 龍潭遺詞'를 간행하였다. 1894년 1월 10일 전봉준(全琫準)이 고부군청을 습격한 것을 시발로 하여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신도들의 뜻에 따라 4월 충청도 청산(靑山)에 신도들을 집결시켰고, 9월 전봉준이 다시 봉기하자 적극 호응하여 무력투쟁을 전개하였다. 향아설위(向我設位)·삼경설(三敬說)·이심치심설(以心治心說)·이천식천설(以天食天說)·양천주설(養天主說) 등의 독특한 신앙관을 피력하였고 1897년 손병희(孫秉熙)에게 도통을 전수하였고, 1898년 3월 원주에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 6월 2일 교수형을 당하였다. <중략> 물 한 그릇 앞에 청하고 마지막 心告(심고 : 천도교에서, 교인들이 모든 동작을 할 때마다 먼저 한울님께 마음으로 고하는 일.) 끝에 “龍潭(용담 :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의 물이 흘러 새 우주의 근원 되고 龜岳(구악 : 거북이가 돌아다니는 산)의 봄 돌아와 온 세상에 꽃피리라(민중들이 살기 좋은 새로운 세상) 내가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요(역설법) 내가 떠난(죽은) 뒤 甲子(갑자)에 큰 생명(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성인) 친히 오리니 안심하고 베어라 안심하고 베어라.” 푸우 푸푸푸푸푸 망나니(사형집행인)가 입에 문 물을 푸푸푸 내뿜고 칼을 높이 쳐들어 탁 쳐도 목이 그대로 말짱 (신이하고 비범한 인물임을 나타내는 말) 푸우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 망나니가 물 내뿜고 칼을 높이 쳐들어 다시 탁 쳐도 목은 여전히 말짱 (신이하고 비범한 인물임을 나타내는 말) “아이쿠 이분이 神人(신인 : 신과 같이 거룩한 사람 또는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 틀림없다!” 더덜 덜덜덜 (망나니가 무서움에 떠는 모습) 망나니 칼이 덜덜 떨려 몸이 후들후들 떨려 식은땀이 주루루루루루 (판소리 장단이 반영됨) “너 이놈 뭘 꾸물대느냐 어서 쳐라!” <중략> “아이쿠 찍어도 안되것습니다.” 이때에 수운 선생 겁이 나 두 눈 뒤집혀 덜덜 떨어 대는 망나니가 측은해[최제우선생의 하층민에 대한 인간애가 드러남] 다시 눈감고 긴 묵념 끝에 “이제 잘 떨어질 테니 안심하고 베어라!” [비현실적임] 이 말 듣고 푸우 푸푸푸 다시 물 뿜어 칼을 쳐들어 탁 치니 <중략> 수운 목구멍에서 왼갖 중생 갖은 바닥쌍것들이 수도 없이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데[수운 목구멍에서 -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데 : 수운의 목을 베자 온갖 다양한 부류의 평민들이 나왔다는 말로 수운의 몸 속에 이 모든 사람들이 들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운이 평민들의 삶과 생각을 대변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팔도 농투산(-> 농투성이란 말로 '농부'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란 농투산이는 다 기어나와 “사람이 한울[천도교에서 '우주의 본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도적놈들아 한울님 맛 좀 보아라![사람이 하늘이다라는 '人乃天(인내천)' 은 수운이 내세운 동학의 기본 교리이다.]” 포졸이고 나졸이고 옥사정이고 금군이고 선전관이고 감사고 관찰사고 할 것 없이 모조리 덮쳐 몽둥이 방맹이 대창 쟁기로 두둥 뚝딱 두둥 뚝딱 따다다닥 딱 두둥 딱다닥 두둥 딱![장면의 해학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리들을 때리는 장면을 판소리에서 북으로 장단을 맞추는 소리로 빗댄 표현이다.] 아조 장단 맞추어 예술적으로 들입다 조지고[작중 화자가 개입한 부분으로 판소리계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편집자적 논평이라고 하는데 서술자가 인물이나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을 가리킨다.] 백정이며 사당[지난날, 여러 지방을 떠돌아다니면서 노래와 춤을 팔던 여자 또는 그들의 무리. 사당패]이며 딴따라, 기생, 화심이, 영자, 춘자, 때밀이, 안마쟁이, 니나노, 공순이, 공돌이, 뽀돌이, 식순이, 호순이, 화적떼, 비렁뱅이, 머슴, 시라이, 양아치, 작두날림, 종놈 종년들 와크르르 쏟아져 나와 “사람 섬기기를 한울[① 천도교에서, 우주의 본체를 이르는 말. '한'은 '큰', '울'은 '우리'의 준말로, '큰 나' 또는 '온 세상'이라는 뜻을 갖는다. ② 천도교에서, '하늘'을 달리 이르는 말.]같이 하렷다! 네 이놈들 우리가 네놈들 섬기는 것 좀 보아라!” 소 잡는 도끼, 사당패 물미장, 가야금, 장구통, 뿔방맹이, 작대기, 부지깽이로 우당탕 쿵쾅 땅 따당, 탕 퉁 쾅 땡 똥 뚱 띠딩 온갖 잡그릇 박살나 와삭와삭 바삭바삭 쨍그랑 짱 꽝 똥 땡 왈자패 주먹, 각다귀패 뒷발질, 들병장수[병술을 받아서 파는 떠돌이 술장수] 술병, 도붓장수[물건을 가지고 이곳저곳 팔러 다니는 사람. 행상인] 담뱃대, 빵쟁이 꼴통, 용접쟁이 쉿쉿쉿, 하역쟁이 갈쿠리, 천통쟁이 재갈, 대장쟁이 망치, 놋쟁이 모루[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던 쇳덩이]에다 갓쟁이 칠쟁이 고리쟁이(유기장) 통쟁이, 판촉, 땅두더쥐, 금점꾼[금광에서 일하는 사람]에 왼갖 여편네들 떼를 지어 수백만이 와글와글 바글바글 들끓어 대며 시천주 조화정에 시호시호 악을 악을 쓰며 내닫고 치닫고 설치고 깝치고 날치고 판치는데 [격정적이고 역동적인 장면으로 판소리의 자진모리에 해당됨/자진모리는 격동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이거나, 어떤 일이 차례로 벌어지거나 여러 사건을 늘어 놓는 대목] 앉은뱅이 문둥이 귀머거리 벙어리 꼽추 폐병쟁이 성병쟁이 미치광이 캄캄소경 청맹과니, 꼽사동이 곰배팔이 쌍언청이 전동다리 훼젖이 두룸박이마빡 송곳턱 주먹상투 빈대코[하층 민중들을 의미] 다 튀어나와 감영마당 꽉꽉 차고 마루고 누각이고 댓돌이고 방이고 뒤뜰이고 지붕이고 문안이고 문밖이고 이리 우루루루 저리 우루루루 코빵뺑이 거지가 감사 방댕이를 냅다 걷어차며[하층계급이 지도계급에 도전] “헤 히놈! 헤놈이 함사놈이냐? 헤이이이 호로해끼!” 이 북새통에 각설이패는 품바 품바, 단골네는 내놔라 내놔라, 춤광대는 춤을 덩실, 소리광대는 수리성, 천구성으로 냅다 “후천개벽[천도교에서, 인문 개벽을 이르는 말. 1860년 4월 5일에 교조 최제우가 동학교를 창건한 일을 이르는 말로 새로운 세상을 의미.]이다…….” 풀 나무 꽃잎사귀까지 모두 꼿꼿이 일어서 악을 쓰고, 벌거지떼 송충이 까마귀 개 닭 소 말 참새 까치 두루미 숭어 붕어 잉어 호랑이 사자 기린 봉황에 용이며 거북이며 왼갖 짐승에다 돌멩이 흙바람, 흙탕물에 왼갖 원귀 잡귀, 도깨비, 몽달귀신[총각귀신], 아귀, 축생, 아수라[불교에서 이르는 싸움을 일삼는 나쁜 귀신], 지옥 죄수들과 중음신[산스크리트 ‘antar?bhava(중간의 존재)’의 역어로 중음(中陰) ·중온(中蘊)이라고도 한다. 중생은 생유(生有) ·본유(本有) ·사유(死有) ·중유의 넷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최초의 존재를 생유,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생애를 본유, 죽는 찰나를 사유, 죽은 후에 다음의 세상에 태어날 때까지를 중유라 한다. 중유의 존재는 일종의 영혼신으로서 혈육으로 보유되는 존재가 아니라 의식으로 성립되며, 향을 음식으로 하기 때문에 건달파(乾?婆:食香으로 번역)라고도 한다. 이 중유의 기간은 칠칠일, 즉 49일이라는 설에 근거하여, 사람이 죽은 후 그가 행복한 다음 생에 태어나도록 명복을 빌어 기도 ·독경하는 풍습이 생겼다. 사십구재(齋)가 그것이다.]과 천군만마[썩 많은 군사와 말] 웬 하늘사람들이 떼지어 떼를 지어 우루루루루루 삼문을 와닥딱, 하늘이 담쑥 무너지고 땅이 특 꺼지는 듯 돌담 무너지듯 물결같이 흩어지니 감사 관찰사 선전관이 정신을 잃고 이리저리 피신할 때(집권층을 풍자) 개구멍에 대가리 처박고 두 다리만 흔들흔들 발로 교통정리하는 놈, 말 거꾸로 타고 어서 가자 꼬리 잡고 악쓰는 놈, 나졸 포졸 졸개들이 가관이다. [춘향가의 어사 출도 장면과 유사함, 혼비백산(魂飛魄散) :혼백이 어지러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놀라 넋을 잃음을 이르는 말. 그리고 온갖 백성들이 마치 억압 받고 한풀이라도 하듯 사형장을 뒤엎는 장면은 '춘향전'에서의 어사 출두 장면과 같은 유쾌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극적 반전을 만들어 낸다.](하략)
이해와 감상 이 가문 날의 비구름 은 1988년에 출간된 시집으로 1980년대 남한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온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판이자, 냉전 체제의 희생물이 되어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한다. 즉, 이 시는 구한말의 국내외 정세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듯한 역사적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쓰여졌다. 이 시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담시(譚詩)로 독특한 판소리 어조로 구한말 동학 교주 수운 최제우의 득도와 포덕 활동, 처형 장면 등을 들려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최제우가 중심이 되는 동학 농민 운동은 기울어져 가는 나라와 근대 제국주의적인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세상을 개혁하고 구제하려는 혁신적인 운동으로 소개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최제우의 사형되는 장면에서는 최제우의 목구멍에서 온갖 중생들이 기어 나온다. 억울한 상태로 죽게 된 최제우의 죽음은 그와 그를 둘러싼 제자들, 그리고 그의 정신을 떠받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을 맺히게 했을 것이다. 비록 환상적인 처리이긴 하지만 김지하는 당대의 천민과 광대패들, 동학꾼들, 농민들을 마치 축제판의 괴기한 가면들처럼 등장시켜 온통 난장판을 만들어 처형장의 질서를 뒤집어놓는다. 이 신명나는 난장판은 판소리의 속도감 있는 해학적 언어들을 통해서 누구나 즐겁게 뛰어노는 춤판으로 변화되어 있다. 축제적인 뒤집힘은 그 자체로 통쾌한 장면이 되는데, 그것은 자신을 억압하면서 지켜야 했던 질서를 위반함으로써 해방되는 기쁨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구한말의 시대 상황과 자신이 살고 있는 1980년대의 사회적 상황을 연결 지어 사회 현실을 풍자,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온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판이자 냉전 체제의 희생물이 되어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암시하고 있다. 결국 작가는 이 시를 통해 구한말의 국내 정세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듯한 역사적 현실에 대한 준엄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심화 자료 담시(譚詩)
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서사시(敍事詩) 또는 어떤 이야기를 담은 자유로운 기악곡(器樂曲). 담시(譚詩)라고도 하며, 음악의 경우에는 담시곡(譚詩曲)이라고도 한다. 중세 라틴어의 발라레(ballare;춤추다)에서 유래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래는 남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시작된 무도가(舞蹈歌), 즉 윤무(輪舞) 때 무용수들이 불렀던 후렴이 달린 가요를 가리켰다. 문학에서는 교회·궁정 중심의 시와는 달리 민중에게서 나온 발라드는 대체로 영웅 또는 비련을 주제로 한 낭만적 구승전설시인데, 12세기 프랑스의 트루바두르(troubadour, 吟遊詩人)에 의하여 예술적으로 세련되어지면서 14세기에 엄격한 형식을 갖춘 서정시가 되었다. 이것이 15∼16세기에 크게 유행하면서 유럽 각지로 퍼졌다고 한다. '이야기'를 뜻하는 '譚'은 서구적 장르 개념인 발라드와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 시나 발라드와 김지하의 '담시'는 일정한 차이를 지니는데, 가장 큰 차이는 담시에는 한국의 전통적 '소리' 개념이 내포된다는 점이다.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서정적 요소, 서사적 요소가 뒤섞여 있으며 결정적으로 그 모든 요소들을 작품의 바탕에서 떠받쳐 주는 핵심 요소가 '소리'인 것이다. 담시는 판소리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전통 판소리가 소리 위주로 정형화되어 왔다면 담시는 극적인 요소와 그 밖의 많은 현대적 장르 요소들을 수용함으로써 이야기와 시, 극과 노래가 자유로이 혼용되는 열린 장르라 할 수 있다.
품바가 처음으로 기록된 문헌은 신재효의 한국판소리 전집 중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이다. 이에 의하면 품바란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 하여 조선 말기까지 '입장고'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제2공화국, 제3공화국 시절에 이르기까지는 '입으로 뀌는 방귀'라 하여 '입방귀'라는 의미로 일반화되었고, 현재는 장터나 길거리로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각설이나 걸인의 대명사로 일반화되었다.
지도 방법 시대적인 배경, 사회적인 상황을 생각하며 읽는다. 우선, 작품 내용의 배경이 되는 구한말의 사회적 상황 - 외척의 세도정치, 백성에 대한 횡포와 착취, 농민 봉기, 외세의 간섭, 서학의 발달 - 과 작자가 살고 있는 시대의 상황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서 설명해 준다. 그러고 난 뒤 이 둘을 서로 연관시켜 생각해 봄으로써 작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회·역사적 관점을 문학 속에서 형상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한다. 등장인물이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며 읽는다. 최제우는 민족의 주체성과 도덕관을 바로 세우고, 국권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서 구세제민의 큰 뜻을 품고 ‘한울님’의 계시를 받아 ‘동학’을 창시했다. 최제우가 주장한 만민평등을 내세우는 인내천 사상이 봉건제의 모순과 외세의 탄압으로 인하여 개혁에의 요구가 극에 달한 민중들에게 급속도로 퍼져나가 동학 혁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도록 한다. 작자가 이 글을 쓰고 있던 시대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생각하며 읽는다. 이 가문 날의 비구름 은 1988년에 출간된 시집으로 1980년대 남한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온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판이자, 냉전 체제의 희생물이 되어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암시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이 시는 구한말의 국내외 정세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듯한 역사적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쓰여졌을 것이다. 1. 이 작품의 내용은 조선조 말기의 어떠한 시대 상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자. 이끌어 주기 : 조선조 말기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기초적인 조사를 한 후, 왜 동학 혁명이라는 대대적인 농민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단순한 역사적 지식 확인에 그치지 말고 그 당시 민중의 삶을 깊이 성찰하여, 민중의 울분이 변혁에의 의지로 발산되었음을 이해하도록 한다. 역사에 대해 연표식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현재의 역사와 연관시켜 고민하는 자세를 갖도록 지도한다.
예시답안 : 조선조 말기는 지배 계층인 양반이 비대해지고 그 정치·경제적인 권력은 그 가운데서도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모순을 낳게 되었다. 양반을 능가하는 평민 계급이 생겨났으며, 그들이 돈으로 신분과 관직을 사게 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사회 구조가 뒤흔들리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서구와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에 의해 타격을 받아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상황을 구제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적 세계관을 내세운 최제우의 동학 사상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2. 최제우가 목이 잘리는 장면에서 오히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 장면을 ‘춘향전’의 한 대목과 연관지어보고 어떠한 면에서 서로 유사한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판소리계 소설인 ‘춘향전’과 판소리의 어조를 빌려온 ‘이 가문 날에 비구름’ 사이에는 율격상의 공통점 이상의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두 작품 모두 지배층에 의해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민중들의 울분을 사회 개혁의 의지로 표출하고자 하는 열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제약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에 극적 반전이라는 형식을 통해서만 그것을 표출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극적 반전이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두 작품을 충분히 잘 읽고 구성상 극적 반전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는지 솔직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춘향전’의 마지막 부분은 어사출두 이야기이다. 옥중에 갇힌 춘향이는 사또의 수청을 거부한 죄로 죽게 되었고, 이 도령은 거지 신세가 되어 내려와 있었다. 봉건적인 탐관오리의 전형인 사또와 그에게 아부하는 세력들이 잔치를 벌이는 마당에서 거지 차림의 이 도령이 나타나 이 자리를 풍자하는 시를 한 수 읊고 퇴장하자 바로 암행어사 출두로 이 판을 뒤집어버린다. 춘향이가 칼을 쓰고 죽기 일보 직전에 벌어지는 이 극적인 반전은 이 작품에 나오는 최제우가 목이 잘리는 장면과 흡사하다. 최제우의 경우는 죽은 목구멍에서 봉건적인 지배권력을 뒤집어엎는 하층민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약간 관점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3. 한바탕 흥겨운 축제처럼 묘사된 이 극적인 반전 장면이 왜 통쾌한 느낌을 주는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최제우의 순교를 통해서 ‘인내천’ 사상을 설파하고 있음을 알도록 한다. ‘사람이 한울이다’,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렷다’와 같은 동학의 이념은 봉건 사회에서 가장 억압받고 천시당하던 민중들의 한맺힌 목소리이기 때문에 이것이 분출될 출구를 찾아 축제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몰고 가는 장단과, 욕설을 서슴지 않는 거침없는 어조도 통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예시답안 : 억울한 상태로 죽게 된 최제우의 죽음은 그와 그를 둘러싼 제자들, 그리고 그의 정신을 떠받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을 맺히게 했을 것이다. 비록 환상적인 처리이긴 하지만 김지하는 당대의 천민과 광대패들, 동학꾼들, 농민들을 마치 축제판의 괴기한 가면들처럼 등장시켜 온통 난장판을 만들어 처형장의 질서를 뒤집어놓는다. 이 신명나는 난장판은 판소리의 속도감 있는 해학적 언어들을 통해서 누구나 즐겁게 뛰어노는 춤판으로 변화되어 있다. 축제적인 뒤집힘은 그 자체로 통쾌한 장면이 되는데, 그것은 자신을 억압하면서 지켜야 했던 질서를 위반함으로써 해방되는 기쁨이기도 하다. 4. 이 글을 현대판 판소리로 볼 수 있다면 어떠한 면이 그러한지 설명해 보자. 이끌어주기 : 판소리는 우리 민족 예술의 결정체로서 민중의 현실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민중 예술이다. 또한 문학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 연극적 요소 등이 결합된 종합 예술이다. 이러한 판소리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 작품의 감상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 판소리를 직접 감상한 후 ‘이 가문 날에 비구름’을 낭독해 보도록 하여 이 작품이 판소리의 어조를 빌려 왔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고, 율격과 어조면에서 뿐만 아니라, 민중적인 사상과 정서면에서의 일치점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비록 시대 배경은 구한말이지만 김지하는 이 이야기를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억압적인 체제와 분위기에 대한 풍자적 비유로 형상화했다. 그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가운데 현대적인 인물들을 슬쩍 끼워 넣음으로써 이 이야기가 단지 최제우 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공순이, 공돌이, 뽀돌이, 양아치 등을 끼워 넣은 것에서 그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도 1980년대의 시대상에 대한 풍자로서 민중들의 저항 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 판소리의 율격과 어조를 빌려 오고 있다는 점, 풍자적, 해학적, 골계적 요소가 많아 비극적 상황에서도 축제와도 같은 웃음을 유발시킨다는 점 등은 판소리의 특징을 이어 받고 있다. (출처 : 한계전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김지하 문학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 김지하의 문학이 우리 문단의 관심을 끌었던 가장 큰 이유를 오세영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969년 <시인>에 ‘황톳길’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김지하는 그 동안 10여 권이 넘는 저작을 통하여 그 때마다 우리 문단에 큰 문제를 제기한 시인이다. 그 문제성은 외적으로 시대와 대응해 온 그의 정치 참여 행동으로부터 내적으로 문학의 기법형식에서 보여 주는 실험 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이어서 이를 간단히 언급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주목되어야 할 것은 그의 문학이 항해한 장르적 족적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문학 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김지하가 시도한 장르 실험만큼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은 지난 2,3세대의 우리 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아직 무명의 신인이었던 김지하를 돌연 문단의 기린아로 촉망받게 만든 저 유명한 시 ‘오적(五賊)’만 하더라도 그 내용으로 담겨진 사회 참여 행위를 배제하고 본다면 남는 것은 이 시의 장르적 특이성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김지하 문학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요소로 갈래를 들고 있다. 그만큼 김지하의 문학에서 말하고 있는 담시라는 문학 갈래는 현대 문학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갈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김지하의 문학에 제대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먼저 갈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는 ‘오적(五賊)’에서 출발하여 ‘비어’, ‘오행’, ‘앵적가’, ‘똥바다’, ‘김흔들이야기’, ‘고무장화’, ‘이 가문 날에 비구름’ 등을 발표하면서 담시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었다. 그가 이러한 새로운 갈래를 만든 것은 자신의 꿈인 ‘판소리의 현대화’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이 담시의 특징을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판소리는 생명의 문학이다. 나의 담시, 그러니까 단형 판소리 역시 생명의 문법을 모토로 한다. 가락이 장단을 타거나 빠져나가는 중에 행간에 솟아나는 신명의 문법을 잘 살펴 주기 바란다. 언어 밑에 흐르는 신명의 분류 없이, 언어가 퉁겨 내는 광활한 여백의 울림 없이 시, 특히 생명의 시는 없다. 의미만 가지고 시를 따지는 관행은 이제쯤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정호갑, <‘김지하 담시 ‘오적’ 읽기>)
최제우(崔濟愚) 1824(순조 24)∼1864(고종 1). 동학(東學)의 교조(敎祖). 〔생 애〕 본관은 경주(慶州). 초명은 복술(福述)·제선(濟宣). 자는 성묵(性默), 호는 수운(水雲)·수운재(水雲齋). 경주 출신. 아버지는 옥(汶)이며, 어머니는 한씨(韓氏)이다. 7대조인 최진립(崔震立)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혁혁한 공을 세워 병조판서의 벼슬과 정무공(貞武公)의 시호가 내려진 무관이었으나, 6대조부터는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몰락양반 출신이었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일찍부터 경사(經史)를 익혔으나 기울어져가는 가세(家勢)와 함께 조선 말기의 체제내부적 붕괴양상 및 국제적인 불안정이 그의 유년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3세의 나이로 울산 출신의 박씨(朴氏)와 혼인하였고, 4년 뒤 아버지를 여의었다. 3년상을 마친 뒤에는 집안살림이 더욱 어려워져 여기저기로 떠돌아다니며 갖가지 장사와 의술(醫術)·복술(卜術) 등의 잡술(雜術)에 관심을 보였으며, 서당에서 글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세상인심의 각박함과 어지러움이 바로 천명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것을 깨닫고 천명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1856년 여름 천성산(千聖山)에 들어가 하느님께 정성을 드리면서 시작된 그의 구도(求道) 노력은 그 이듬해 적멸굴(寂滅窟)에서의 49일 정성, 그리고 울산 집에서의 계속된 공덕닦기로 이어졌고, 1859년 10월 처자를 거느리고 경주로 돌아온 뒤 구미산 용담정(龍潭亭)에서 계속 수련하였다. 이 무렵 가세는 거의 절망적인 상태에까지 기울어져 있었고, 국내 상황은 삼정의 문란 및 천재지변으로 크게 혼란된 분위기였으며, 국제적으로도 애로호사건(Arrow號事件)을 계기로 중국이 영불연합군에 패배하여 톈진조약[天津條約]을 맺는 등 민심이 불안정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주(혹은 悧堪님)의 뜻을 알아내는 데 유일한 희망을 걸고 이름을 제우(濟愚)라고 고치면서 구도의 결심을 나타냈다. 그러다가 1860년 4월 5일 결정적인 종교체험을 하게 되었다. 하느님에게 정성을 드리고 있던 중 갑자기 몸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하여지면서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왔다. 이러한 체험을 통하여 그의 종교적 신념은 결정적으로 확립되기 시작하여 1년 동안 그 가르침에 마땅한 이치를 체득, 도를 닦는 순서와 방법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861년 포교를 시작하였고, 곧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동학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었다. 동학이 세력을 얻게 되자 기존 유림층에서는 비난의 소리가 높아져 서학, 즉 천주교를 신봉한다는 지목을 받게 되었다. 또한 톈진조약 후 영불연합군이 물러가서 조선침공의 위험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민심이 가라앉게 되자, 조정에서는 서학을 다시 탄압하게 되었으므로 1861년 11월 호남으로 피신을 가게 되었다. 1862년 3월 경주로 되돌아갈 때까지의 남원의 은적암(隱寂庵) 피신생활 중 동학사상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하였고, 〈논학문 論學文〉·〈안심가 安心歌〉·〈교훈가〉·〈도수사 道修詞〉 등을 지었다. 경주에 돌아와 포교에 전념하여 교세가 크게 확장되었는데, 1862년 9월 사술(邪術)로 백성들을 현혹시킨다는 이유로 경주진영(慶州鎭營)에 체포되었으나 수백 명의 제자들이 석방을 청원하여 무죄방면되었다.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동학의 정당성을 관이 입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신도가 더욱 증가하였으며, 포교방법의 신중성을 가져와 마음을 닦는 데 힘쓰지 않고 오직 이적만 추구하는 것을 신도들에게 경계하도록 하였다. 신도가 늘게 되자 그 해 12월 각지에 접(接)을 두고 접주(接主)가 관내의 신도를 다스리는 접주제를 만들어 경상도·전라도뿐만 아니라 충청도와 경기도에까지 교세가 확대되어 1863년에는 교인 3,000여 명, 접소 13개 소를 확보하였다. 이 해 7월 제자 최시형(崔時亨)을 북접주인으로 정하고 해월(海月)이라는 도호를 내린 뒤 8월 14일 도통을 전수하여 제2대 교주로 삼았다. 관헌의 지목을 받고 있음을 알고 미리 후계자를 정한 것이다. 이때 조정에서는 이미 동학의 교세확장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의 체포계책을 세우고 있었는데, 11월 20일 선전관(宣傳官) 정운구(鄭雲龜)에 의하여 제자 20여 명과 함께 경주에서 체포되었다. 서울로 압송되는 도중 철종이 죽자 1864년 1월 대구감영으로 이송되었다. 이곳에서 심문받다가 3월 10일 사도난정(邪道亂正)의 죄목으로 대구장대(大邱將臺)에서 41세의 나이로 참형에 처해졌다. 〔가르침〕 그가 본격적으로 종교활동을 할 수 있었던 기간은 득도한 이듬해인 1861년 6월부터 1863년 12월까지 약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피신하며 지낸 시간이어서 안정되게 저술에 몰두할 수는 없었으나 틈틈이 자신의 사상을 한문체·가사체 등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처형당하게 되자 남아 있던 신도들은 그의 글들을 모아서 기본되는 가르침으로 삼게 되었는데, 한문체로 된 것을 엮어놓은 것이 ≪동경대전 東經大全≫이고, 가사체로 된 것을 모아 놓은 것이 ≪용담유사 龍潭遺詞≫이다. ≪동경대전≫·≪용담유사≫에는 두 가지 신앙대상에 대한 명칭이 나타나는데 천주(天主)와 悧堪님이 그것이다. 천주 또는 悧堪님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입장을 알아보려면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는데,‘시천주(侍天主)’에 대한 두 가지의 해석이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 하나는 하느님은 초월자이나 부모님같이 섬길 수 있는 인격적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며, 다른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나면서부터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그의 하느님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함과 동시에 인간 밖에 존재하는 초월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신관은 매우 독특한 것으로 그의 종교체험이 무속적인 원천에 뿌리박고 있다는 주장과 접맥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참고문헌≫ 東經大全, 龍潭遺詞, 道源記書(姜時元, 1879:윤석산 역주, 문덕사, 1991), 天道敎創建史(李敦化, 天道敎中央宗理院, 1933), 東學史(吳知泳, 永昌書館, 1940), 東學의 思想과 運動(崔東熙, 成均館大學校 出版部, 1980), 東學思想과 東學革命(李炫熙 編, 청아출판사, 1984).(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강일순(姜一淳) - 증산도 1871∼1909. 증산교의 창시자.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사옥(士玉), 호는 증산(甑山). 일반적으로 증산 또는 강증산으로 불린다. 전라북도 고부 출신. 아버지는 흥주(興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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