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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y방/유명시

둥글기 때문에 /김지하

by 미스커피 2012. 1. 4.

둥글기 때문에

희망의 문학

거리에서

아이들 공놀이에 갑자기 뛰어들어

손으로 마구 공 주무르는 건

철부지여서가 아니야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골동상 유리창 느닷없이 깨뜨리고

옛 항아리 미친 듯 쓰다듬는 건

훔치려는 게 아니야

이것 봐, 자넨 몰라서 그래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노점상 좌판 위에 수북수북히 쌓아 놓은

사과알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건

아니야

먹고 싶어서가 아니야

돈이 없어서가 아니야

모난 것, 모난 것에만 싸여 살아

둥근 데 허천이 난 내 눈에 그저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좁은 바지 차림 아가씨

뒷모습에 불현듯 걸음 바빠지는 건

맵시 좋아서가 아니야

반해서도 아니야

천만의 말씀

색골이어서는 더욱 절대 아니야

둥글기 때문

 

불룩한 젖가슴 도톰한 입술

새빨간 젖꼭지나 새빨간 연지

그 때문도 아니야

뚫어져라 끝내 마주 쳐다보는 건

모두 다 그건

딱딱한 데, 뾰족한 데 얻어맞고 찔려 산 내겐

환장하게 보드랍고 미치고 초치게

둥글기 때문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지은이 : 김지하

희망의 문학 갈래 : 서정시, 자유시
희망의 문학 성격 : 직설적, 철학적

희망의 문학 구성 :

1연

공을 주무르는 이유는 둥글기 때문에

2연

항아리를 쓰다듬는 이유는 둥글기 때문에

3연

사과알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둥글기 때문에

4연

아가씨의 뒷모습에 걸음이 바빠진 이유는 둥글기 때문에

5연

모나지 않고 둥근 것에 대한 지향

희망의 문학 주제 : 둥근 것에 대한 추구(생명다운 생명의 추구)
희망의 문학 '둥근' 것들을 끊임없이 나열하며 그것과 '모난 것'들을 대치시킨다. 둥글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며 거대한 순환의 고리를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이 시에서 김지하 시인은 둥근 것, 부드러운 것, 작은 것, 흐르는 것, 맑은 것 등에 대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점점 더 많이 발견한다.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거리에서

아이들 공놀이에 갑자기 뛰어들어

손으로 마구 공['둥근' 것의 이미지 : 보드라움, 가벼움, 밝음, 해맑음, 작음] 주무르는 건

철부지여서가 아니야

둥글기 때문[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 거대한 순환의 고리를 따라 흘러가는 것, 화자는 억압의 공간에서 벗어나 소생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둥근 것, 소생하는 것, 순환하는 것, 생명을 추구하는 것이다.]

 

거리에서

골동상 유리창 느닷없이 깨뜨리고

옛 항아리[둥근 것] 미친 듯 쓰다듬는 건

훔치려는 게 아니야

이것 봐, 자넨 몰라서 그래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노점상 좌판 위에 수북수북히 쌓아 놓은

사과알[둥근 것]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건

아니야

먹고 싶어서가 아니야

돈이 없어서가 아니야

모난 것, 모난 것[둥근 것과 대립 / 자연의 질서가 차단된 것]에만 싸여 살아

둥근 데 허천이 난['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대다'의 의미를 가진 전라도 사투리로 '심하게 먹어 대다'에서 '심하게'라는 정도의 의미만 남아 강조적 표현으로 쓰임] 내 눈에 그저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좁은 바지 차림 아가씨

뒷모습[둥근 것]에 불현듯 걸음 바빠지는 건

맵시 좋아서가 아니야

반해서도 아니야

천만의 말씀

색골[색을 즐겨 탐하는 사람. 또는 그런 생김새. 호색꾼]이어서는 더욱 절대 아니야

둥글기 때문[여성적, 곡선적 세계관, 모난 것이 없이 부드럽고 원만하여 모든 것을 두루 포괄하는 '완전성'의 세계]

 

불룩한 젖가슴 도톰한 입술

새빨간 젖꼭지나 새빨간 연지[둥근 것에 해당하지 않음]

그 때문도 아니야

뚫어져라 끝내 마주 쳐다보는 건

모두 다 그건

딱딱한 데, 뾰족한 데 얻어맞고 찔려 산[결핍의 상황에 있는 화자, 둥근 것을 지향하는 이유, 모난 것, 거대한 순환을 이탈한 것, 생명의 소실, 결핍의 공간] 내겐

환장하게[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정신을 못 차리는 지경이 됨을 속되게 이르는 말] 보드랍고 미치고 초치게

둥글기 때문[선(線)적인 것에서 원(圓)으로 표상되는 둥근 것에의 지향]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 김지하 시인은 '둥근' 것들을 끊임없이 나열하며 그것과 '모난 것'들을 대치시킨다. 둥글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며 거대한 순환의 고리를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둥근 것, 부드러운 것, 작은 것, 흐르는 것, 맑은 것 등에 대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점점 더 많이 발견한다. 그는 작은 것, 연약한 것, 일상적인 것, 보통 사람의 세계로 눈을 돌리고, 그것의 가치, 오늘 이 자리에서의 가치를 긍정하려 했다. 시인은 가부장제와 봉건 시대의 남성적이고 제왕적인 것, 파시즘, 감옥과 같은 절망적인 상황의 대안으로 여성적이고 식물적인 것, 둥근 것을 향한 탐구를 택했다. 김지하 시인에게 여성적인 것, 즉 둥근 것을 찾는다는 일은 그 자체가 저항이었으며 그것은 곧 절망적인 상황에서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나가는 생명다운 생명을 추구함을 뜻하는 것이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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