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요점 정리
지은이 : 김현승
성격 : 서정적, 서술적, 비유적, 상징적
어조 : 조용하고 차분한 정서의 어조
심상 : 비유적, 상징적 이미지
제재 :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
구성
. 제1연 : 아버지의 존재
. 제2연 : 아버지의 희생
. 제3연 : 아버지의 사랑
. 제4연 : 자식 걱정하는 아버지
. 제5연 : 아버지의 고독
. 제6연 : 아버지의 존재
. 제7연 : 고독을 치유하는 아버지
주제 :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고독,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외로움
출전 : 시집<절대고독>(1970)
내용 연구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 밖에서의 아버지의 삶과 관련된 표현이다. 즉 분주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가족 단위에서 말하는 본래의 아버지의 모습이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정성을 의미한다.(같은 이미지로 그네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가족을 위하는 아버지의 자상한 모습이 비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
저녁 바람[세파(世波)의 어려운 삶과 현실적인 시련들]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가족에 대한 염려의 마음이 비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부분으로 불안, 걱정스러움]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아버지의 사랑의 대상이며 보호해야 할 소중한 존재들]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소중한 삶의 의미체(즉, 자식은 소중한 존재이며 삶의 목표임)]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삶에 대한 인고와 시련에 대해 견디는 자세]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의 삶은 고단하고 시련의 연속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 말과 의미가 통함), 겉으로 보아 아버지는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끄떡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은 근심과 걱정으로 인해 술자리에서 마음의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의 꿋꿋한 모습과 나약해 보이는 모습이 교차되고 있는 부분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부정(不正), 불결(不潔)의 의미가 아닌, 어렵고 고된 삶]는 항상 씻김(죽은 이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 주어 이승에서 맺힌 원한을 풀고 극락왕생하기를 비는 굿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영혼의 정화를 의미함)을 받는다.[아버지의 어려움이 집의 자식들을 통해 극복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버지는 밖에서의 일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다고 할지라도 집에 돌아와 자식들이 순수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 모든 고독과 노고를 깨끗이 보상받는다는 뜻이다. ]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순수한 마음, 올바른 성장을 의미. 청교도적인 윤리 사상 반영]로……
이해와 감상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은 모든 인간들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시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과 같은 존재인 아버지를 노래한 시이다.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는 매일 매일의 힘든 수고와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시면서 외로움으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어린것들의 순수한 피' 즉 자식들의 올바른 성장과 순수밖에 없다. 기독교 시인으로서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다.
심화 자료
김현승(金顯承)
1913∼1975. 시인. 본관은 김해(金海). 호는 다형(茶兄). 평양 출생. 기독교 장로교목사인 아버지 창국(昶國)과 어머니 양응도(梁應道)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목회지(牧會地)를 따라 제주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7세 되던 해에 전라남도 광주로 이주하여 기독교계통의 숭일학교(崇一學校)와 평양의 숭실중학교를 졸업하고, 1936년 숭실전문학교 문과 3년을 수료하였다.
그 뒤 모교인 숭일학교 교사(1936), 조선대학교 교수(1951∼1959), 숭전대학 교수(1960∼1975),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1970) 등을 역임하였다. 문단활동은 숭실전문학교 재학 때 장시(長詩) 〈쓸쓸한 겨울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 양주동(梁柱東)의 추천으로 ≪동아일보≫(1934)에 게재되면서부터 시작된 이후, 낭만적 장시 〈새벽은 당신을 부르고 있읍니다〉(1934)·〈새벽 교실(敎室)〉 등을 계속 발표하였다.
그 뒤 1953년부터 광주에서 계간지 ≪신문학 新文學≫을 6호까지 간행하였으며, 이때의 시로 〈내가 나의 모국어(母國語)로 시(詩)를 쓰면〉(1952)이 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정신과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내용을 시로 형상화하여 독특한 시세계를 이루었다. 제1시집 ≪김현승시초 金顯承詩抄≫(1957)와 제2시집 ≪옹호자(擁護者)의 노래≫(1963)에 나타난 전반기의 시적 경향은 주로 자연에 대한 주관적 서정과 감각적 인상을 노래하였으며, 점차 사회정의에 대한 윤리적 관심과 도덕적 열정을 표현하였다.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들의 특징은 가을의 이미지로 많이 나타나는데, 덧없이 사라지는 비본질적이고 지상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꽃잎·낙엽·재의 이미지와, 본질적이며 천상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뿌리·보석·열매의 단단한 물체의 이미지의 이원적 대립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표현한 시적 방법의 특징은 절제된 언어를 통하여 추상적 관념을 사물화(事物化)하거나, 구체적 사물을 관념화하는 조소성(彫塑性)과 명징성(明澄性)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후기 시세계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제3시집 ≪견고(堅固)한 고독≫(1968)과 제4시집 ≪절대(絶對)고독≫(1970)의 시세계는 신에 대한 회의와 인간적 고독을 시적 주제로서 줄기차게 추구함을 보여준다.
1974년에는 ≪김현승전시집 金顯承全詩集≫을 펴냈고, 유시집(遺詩集) ≪마지막 지상(地上)에서≫(1977), 산문집 ≪고독(孤獨)과 시(詩)≫(1977)가 간행되었다. 문학개설서로는 ≪한국현대시해설≫(1972)이 있다. 1955년 제1회전라남도문화상, 1973년 서울시문화상을 받았다. 광주 무등산도립공원에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참고문헌≫ 地上의 尺度(金禹昌, 民音社, 1981), 堅固에의 執念(金宗吉, 創作과 批評, 1968 여름호), 사라짐과 永遠性-金顯承의 詩세계-(郭光秀, 韓國現代詩文學大系 17, 知識産業社, 1982).(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김현승시초(金顯承詩抄)
김현승(金顯承)의 시집. 작자의 첫 시집으로 1957년 문학사상사(文學思想社)에서 간행되었다. 총 27편의 시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시집의 맨 뒤에는 서정주(徐廷柱)의 발문(跋文)이 붙어 있다. 시인의 자서(自序)에 의하면, 1934년 출발기에서 침묵기를 지나기까지 5,6년간 쓴 초기 작품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2부에 실었고, 1부에는 시집 발간 무렵의 최근작들을 실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은 광복 직후 195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들로, 작자의 중기 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1부에는 〈눈물〉·〈푸라타나스〉·〈오월(五月)의 환희(歡喜)〉·〈나무와 먼길〉·〈고전주의자 古典主義者〉·〈가을의 기도(祈禱)〉·〈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자화상 自畵像〉 등 그의 중기 시의 세계를 대표하는 시들이 묶여져 있다.
시기적으로 앞선 2부에는 〈창 窓〉·〈바람〉·〈신록 新綠〉·〈바다의 육체(肉體)〉·〈무등차 無等茶〉·〈가을이 오는 시간(時間)〉·〈가을의 소묘(素描)〉·〈가을의 시(詩)〉 등 자연을 대상으로 한 시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광복 이전 침묵기(1937년부터 8·15광복까지)를 지나 새롭게 그의 시세계를 구축해나갈 무렵의 시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민족적 감상주의를 주조로 한 광복 이전 초기 시의 낭만적 시풍을 벗어나, 신과 인간의 문제로 인간의 내면세계에 시선을 집중한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경건한 기도와 신앙심을 노래하고 인간의 내면적인 본질을 추구, 생명과 희망을 노래하였다.
먼저 쓰여진 2부의 시들이 주로 자연과 교감을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노래하고 있는 데 비해, 1부의 근작들은 대체로 신과 인간, 현실과 초월의 세계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한 삶의 인식과 인생의 태도를 보여준다. “더러는/沃土(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로 시작되는 〈눈물〉은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시인이 아끼던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애통해 하던 중 쓴 시로, 관념을 서정적으로 육화(肉化)하는 형상력의 한 전범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의 시 정신이 근본적인 면에서 현세의 고통을 넘어서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고자 하는 종교적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가을의 기도〉는 릴케와의 유사한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落葉(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謙虛(겸허)한 母國語(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첫 연)라는 기도조의 노래를 통해, 가을이 환기하는 고독의 감정을 경건한 외경심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신앙심을 바탕으로 ‘낙엽 떨어지는’ 가을의 시간을 생의 숙명성을 자각하고 생에 대한 긍정과 사랑을 다짐하는 소중한 계기로 만든다. 이밖에도 이 시집에는 가을을 소재로 한 시들을 많이 씀으로써 그를 ‘가을의 시인’이라 부르게 한다. 자연과 인생의 의미를 성숙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깊이의 시학’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중기시의 시정신을 가장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시가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지〉이다.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지/主(주)여,/나의 머리위으로 산가마귀 울음을 호올로/날려 주소서”(첫 연)로 시작되는 이 시는, 그의 심리적, 사상적 면모를 대변해 준다. 지상적인 사물의 사라짐과 인간존재의 유한성을 넘어서는 영원성의 세계에 대한 지향성을 보여준다.
서정적 자아를 ‘마른 나무가지’로, 영원을 지향하는 영혼의 원관념을 ‘산가마귀’로 구상화(具象化)하면서 시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계와 그에 대한 시적인 자세를 드러낸다.
이는 그의 시뿐만 아니라 한국 시의 형이상학적 깊이를 더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시세계, 즉 신과 인간, 지상과 천상, 현실과 초월의 세계에 대한 건강한 유대관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회의의 조짐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회의는 심각한 영혼의 갈등을 거치면서 그의 후기 시 ‘고독시편’에서는 신을 거부하고 ‘고독의 城(성)’으로 들어가, 인간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에 대한 심각한 고뇌를 보여주게 된다. ≪참고문헌≫ 韓國現代時解說(金顯承, 關東出版社, 1972), 地上에서의 마지막 孤獨-金顯承 평전·시선집(李雲龍 편저, 문학세계사, 1984), 한국현대시인연구(김재홍, 일지사, 1986).(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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