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는 황금으로 굳고 무쇠로 녹슨 땅, 봄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 새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
온 세계는 엉겅퀴로 마른 땅, 땀을 뿌려도 받지 않고 꽃봉오리도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 타는 혀끝으로 잠기고 만다!
우리의 흙 한 줌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가슴에서 파낼까?
우리의 이슬 한 방울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눈빛 누구의 혀끝에서 구할까?
우리들의 꽃 한 송이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얼굴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
1연 : 황금만능주의와 무력으로 황폐해진 땅 2연 : 황폐해진 땅에 대한 안타까움 3-4연 : 황폐해진 땅에 대한 탄식
3, 4연 : '~구할까'라는 문법 구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황폐화된 땅에 대한 안타까움과 탄식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온 세계는 황금[물질만능주의]으로 굳고 무쇠[무력, 폭력]로 녹슨 땅[엉컹귀로 마른 땅, 황금으로 굳고와 같은 의미], 봄비[좋은 말씀]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지 않음] 새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물질문명과 황금만능주의와 무력으로 황폐해진 사회]
온 세계는 엉겅퀴로 마른 땅[성경에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산상수훈에서 인용한 말로 엉겅퀴는 삭막한 현실 세계, 말씀이 통하지 않는 세상], 땀을 뿌려도 받지 않고 꽃봉오리도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반복을 통한 운율 형성] 타는 혀끝으로 잠기고 만다![황폐해진 땅에 대한 안타까움]
우리의 흙 한 줌[새로운 생명(인간성)을 잉태시키는 고귀한 땅을 상징] 어디 가서 구할까,[황폐해진 불모지에 생명체(인간성)를 키울 만한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찾아볼 길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탄식조로 강조하는 표현] 누구의 가슴에서 파낼까? 우리의 이슬 한 방울[생명체의 생존 요건(인간성)] 어디 가서 구할까[통사구조의 반복으로 독특한 리듬감이 형성되면서, 내용적으로는 시적 의미를 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누구의 눈빛 누구의 혀끝에서 구할까? [황폐해진 땅 혹은 세상에 대한 탄식]
우리들의 꽃 한 송이[우리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얼굴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황폐해진 땅 혹은 세상에 대한 탄식 / 탄식적 어조]
이 시는 물질만능주의 혹은 황금만능주의와 폭력으로 인해 참된 삶이 짓밟히고 있는 시대 현실을 비판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꽃 한 송이'를 구할 수 없는, 황폐화되고 삭막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유사한 문법 구조의 반복과 탄식적 어조로 표현하였다. 이 작품의 근저에는 시인의 기독교적 사상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엉겅퀴라는 말은 성경의 산상수훈에서 예수께서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작품은 현실적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사실 시 속에 현실을 개탄하는 것으로 끝날 뿐 개탄의 대상이 되는 세상과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1913∼1975. 시인. 본관은 김해(金海). 호는 다형(茶兄). 평양 출생. 기독교 장로교목사인 아버지 창국(昶國)과 어머니 양응도(梁應道)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목회지(牧會地)를 따라 제주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7세 되던 해에 전라남도 광주로 이주하여 기독교계통의 숭일학교(崇一學校)와 평양의 숭실중학교를 졸업하고, 1936년 숭실전문학교 문과 3년을 수료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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