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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y방/유명시

가을에/정한모

by 미스커피 2012. 1. 11.

가을에

희망의 문학

가을에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微笑)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전설(傳說)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 말씀이

영원(永遠)히 아름다운 진리(眞理)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病席)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恐怖)의 기억(記憶)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지은이 : 정한모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희망의 문학 율격 : 내재율

희망의 문학 성격 : 주지적. 낭만적. 기구적(祈求的). 문명 비판적, 반문명적

희망의 문학 심상 :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

희망의 문학 어조 : 간절히 소망하는 기원의 목소리

희망의 문학 표현 : 반문명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휴머니즘 바탕. 동화적 모티프를 삽입하여 인간성 옹호하려는 순수 의지를 드러냄

희망의 문학 구성 :

1연 평화로운 세계에의 소망

2연 순결한 신앙

3연 파멸의 거부

4연 아름다운 세계에의 신뢰

5연 공포에 찬 삶으로부터의 보호 기원

희망의 문학 제재 : 가을의 기도와 밝은 소망

희망의 문학 주제 : 순수하고 영원한 인간애의 기원, 순수 인간성으로 사회의 폭력성을 극복하려는 소망. 영원하고 순수한 인간애의 기원

희망의 문학 특징 : 대조적 심상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했고, 반문명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휴머니즘 정신을 표현했고, 동화적 모티브를 삽입하여 인간성을 옹호하려는 순수의지를 경건한 분위기와 간곡한 호소의 목소리로 드러내고 있다.

희망의 문학 출전 : <여백을 위한 서정>(1959)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물들며, 운율을 고려한 시적 허용)

가볍게 가을(밝고, 산뜻한 이미지)을 날으고(날고, 운율을 고려한 시적 허용) 있는[가을을 날으고 있는 : 계절을 공간 개념으로 전환하여 표현하고 있는 부분]

나뭇잎,[맑은 햇빛으로 - 나뭇잎 : 맑고 순수한 세계의 형상화, 대개의 낙엽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는 나뭇잎이 말라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죽음이나 허무감이나 쓸쓸함 등의 어두운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지만 여기에서의 이미지는 다르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점은 같지만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날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어 있다는 점을 통해 밝고 아름다우며 자유롭고 깨끗한 이미지로 전환되고 있다. ]

그렇게(밝고 경쾌하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微笑)[휴머니즘의 바탕이 되는 신뢰와 사랑의 상징]로도

이 커다란 세계(거대한 문명 세계, 비정한 문명 사회)

넉넉히 떠받쳐(지탱하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절대자를 향한 기원, 기구적) - 평화로운 세계의 소망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종소리가 파문처럼 퍼지는 것을 공감각적인 표현을 한 것으로 청각의 시각화]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순수한 인간성 상징)

모아 쥔 아가(순수한 인간성 상징)

작은 손아귀(순수하고 순결한 마음의 기원)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엄마의 치마곁에 -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 절대자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는 구절로, 순수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기원과 더불어, 시적 화자의 현재의 삶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 순결한 신앙 자세

 

이렇게(신뢰와 사랑으로 기도하며) 살아가는(2연처럼 순수하게 평화를 향한 마음)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멸망하는) 전설(傳說) 속에 묻혀 버리는(망각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 절망적인 상황) 같은 그 날(세계의 파멸이나 인간성이 완전히 상실된 시대)은 있을 수 없습니다.(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망각되는 즉 인간성이 완전히 상실된 어두운 미래는 오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인류 파멸의 거부

 

(전설이 깃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상징함)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동화적 세계)

할머니 말씀(동화적인 순수함)

영원(永遠)히 아름다운 진리(眞理 : 동심의 세계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를 지향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를 담고 있는 진실을 의미하고 다음에 나오는 진실과는 의미가 다르다. )임을

오늘도(인간성 상실의 위기에 처한 현대)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인간성 수호의 의지). -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신뢰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病席)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가위눌림과 같은 혼미한 정신의 체험)과

그 속력으로(위기 의식의 비유)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恐怖)[병석에서 느낀 추락의 공포]의 기억(記憶)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현대의 비인간성 즉 추락과 공포, 부조리, 불신 등)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이웃에 대한 신뢰와 사랑)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그런 공포의 - 지키게 해 주십시오 :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지키려는 마음과 그런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세력에 대한 반감이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공포스러운 삶으로부터의 구원을 기원하는 시적 화자의 간절한 어조가 드러난다] - 구원에 대한 기원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시의 작중 인물은 `당신'이라고 불리는 어떤 절대자를 향하여 간절히 기도한다. 그는 가을날 가볍게 떨어지는 나뭇잎이나 우리의 조그만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여 달라고 하고(제1연), 경건히 기도하는 아기의 손 안에서 `당신'을 찾게 하여 달라고도 한다(제2연). 그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나날이 말살되어 버리는 `해저 같은 그 날' 즉, 캄캄한 암흑의 시대는 없으리라는 것을 믿고 싶어 한다(제3연). 그는 또한 달 가운데 계수나무가 있다는 옛이야기가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믿으며 살고 싶어 한다(제4연). 제4연까지의 소망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삶의 이상이다.

 그러나 이 애절한 소망의 말씨 속에 암시되어 있듯이 그의 소망은 쉽사리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오히려 무참하게 부서질 위험이 더 높은 것일 수도 있다. 그 무서운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마지막 연에서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 병을 앓으며 겪었던 무시무시한 추락과 까무러침의 기억과 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그 무서운 추락과 까무러침을 연상케 할 만한 현실적 공포, 이를테면 전쟁, 피비린 투쟁, 폭력 등과 같은 것이다.

 이 시에 깔려 있는 두려움은 위에 말한 바와 같은 무서움이 현실의 역사 속에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것으로 잠복하여 있다는 데에 근거한다. 그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나뭇잎, 미소, 아기의 손, 아름다운 전설 등과 같은 것으로 절대적인 힘 앞에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이상과 현실의 분열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어찌할 만한 힘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의 안타까움과 잔잔한 슬픔이 깃들이어 있다. [해설: 김흥규]

이해와 감상1

 정한모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아가'의 이미지는 그의 시의 주제를 암시한다. 이 작품은 제2 시집 <여백을 위한 서정>에 수록되어 있지만 제3 시집 <아가의 방>에서 일관되게 보여 주는 '아가' 이미지의 추구와 유사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정한모는 1950년대의 시대상에 좌절과 공포, 절망을 경험하면서, 그러한 어둠과 폭력성 속에서도 인간주의와 순수주의가 파괴되지 않기를 소망하는 기원의 심정을 '아가'라는 이미지로 표상하여 드러낸다. 그가 찾은 '아가'는 퇴영적(退 的) 의미를 갖기도 하는데, 과거 지향, 유년(幼年)으로의 회귀(回歸), 현실 도피, 모성애에의 귀착(歸着) 등이 그런 속성을 대변한다.

 유년이 주는 의미는 순진 무구, 평화, 즐거움, 안식 등이 있는데, 현실이 포악하고 살벌할수록 그런 평화에 안주하기를 바라는 것에 극히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이 작품에도 그러한 근본 정신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시의 구조는 이분 구조로 되어 있다. 악과 선의 대결 구도가 그것인데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현 실          어 둠          공 포

          |               |               |

        과 거           빛            평 화

 즉 현실은 폭력이 난무하고, 거대한 횡포 속에서 작은 평화는 무참히 깨어지는 것으로 본다. 이런 현실은 순진성을 앗아 가고 아름다운 꿈을 짓밟는다. 천진한 미소의 세계로 불의의 세계를 물리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화자는 안타까워한다. 달에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고 믿는 어린 날의 이 천진하고 아름다운 꿈도 현실은 단호히 거부한다.

 오로지 공포와 불의가 난무하는 이 세계에서 화자는 고통을 받으며, 그러한 세계가 물러가기를 소망한다. 이 소망은 행동적이지 않다. 역사 의식에 투철한 현실 개혁적 의지가 표출되는 것도 아니다. 이 폭력의 세계를 타파하는 것은 오로지 순수 인간성이 구현뿐이라는 것이 화자의 믿음이다. 따라서 이 시는 휴머니즘 정신을 토대로 세계의 구원(救援)을 소망한다. 그러므로 자기 고백적 어조에 실려 소망이 드러난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절대자를 향해 올리는 화자의 간절한 기도는 아름다움과 진실된 인간 세상을 향한 열망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이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순수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시인의 정신 자세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해와 감상2

 이 시는 비인간적 물질 문명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 속에서, 생명에의 신뢰와 사랑을 지키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경건한 기도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점차 삭막해져 가는 세상일지언정 따스한 인간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화자는 어린아이가 올리는 순수한 기도 같은 성스런 생활을 소망하며 옛이야기같이 순수한 인간성 회복을 기대한다. '당신'을 향한 화자의 기도는 우주의 합일에 의한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를 간직하게 함으로써 한 차원 더 높아진 차원에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다는 간절한 소망을 의미하지만, 세상은 이미 화자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병상 체험처럼 '아득한 추락과 /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 공포'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무서운 진리'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기계 문명으로 인해 비인간적인 것이 범람하는 50년대의 현실, 즉 전쟁이나 폭력 등을 암시한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절대자를 향해 올리는 화자의 간절한 기도는 아름다움과 진실된 인간 세상을 향한 열망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이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순수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시인의 정신 자세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정한모(鄭漢模)

 1923∼1991. 시인·국문학자. 충청남도 부여 출생. 일본 대판(大阪)에 있는 나니와상업학교(難波商業學校)를 졸업한 뒤, 1955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다.

휘문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58년 동덕여자대학 교수로 부임하였고, 1966년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1988년 퇴직 때까지 재직하였다.

문단 등단은 8·15광복 직후 김윤성(金潤成)·구경서(具慶書) 등과 함께 동인지 ≪백맥 白脈≫을 발간함으로써 이루어졌으나, 본격적인 활동은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멸입 滅入〉이 당선된 뒤부터이다. 1958년 제1시집 ≪카오스의 사족(蛇足)≫에 이어 다음해 제2시집 ≪여백을 위한 서정≫을 발간하였다.

이 무렵 그의 시의 주조가 되고 있는 것은 바람이나 꽃·계절·산이나 시내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가운데 따뜻한 인간의 눈길이나 정을 곁들여서 읊조린 정신자세로 시 〈바람 속에서〉는 이러한 경우의 좋은 보기로 생각되는 작품이다. 그 뒤 그의 시는 일상적인 생활에 평범한 인간의 정을 실어 읊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이러한 세계를 담은 작품을 수록한 것이 ≪아가의 방≫(1970)·≪새벽≫(1975)·≪사랑 시편(詩篇)≫(1983)·≪아가의 방 별사(別詞)≫(1983)·≪나비의 여행≫(1983)·≪원점에 서서≫(1989) 등이다.

시인으로서의 활약 이외에도 대학 교수로서 문학 연구에 끼친 공적으로는, 1956년 5월부터 12월에 걸쳐 ≪문학예술≫에 발표한 〈문체로 본 동인(東仁)과 효석(孝石)〉, 1964년 12월호 ≪문학춘추 文學春秋≫를 통하여 발표한 〈김영랑론 金永郞論〉 등이 있다.

이들 문학 연구와 시론에 해당되는 글들은 뒤에 ≪현대작가연구≫(1959)·≪한국현대시학사≫(1974) 등으로 공간되었다.

또하나의 뚜렷한 발자취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 교육자로서, 그리고 문화행정가로서의 단면이다. 교육분야에서 그는 방송통신대학이 설립, 운영되자 학장으로 취임하여 기구확충, 교과목 내용 개편, 강의 운영의 개선에 힘썼다. 한국시인협회에도 관계하여 한때 사무국장을 맡았고, 이어 그 회장으로 추대된 바 있다.

또한 제3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하여 문학예술 지원사업을 관장한 바 있다. 예술원 정회원,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한국비교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1988년 문화공보부 장관이 되었다. 장관 퇴임 후에는 잡지간행윤리위원회 이사장으로 일한 바 있다.

특히, 문화공보부 장관 재임 때에는 그 동안 남쪽에서 작품들의 공간과 논의가 금지되어온 월북 및 납북 문학예술인들을 해금한 〈납·월북 문인에 대한 해금조치〉를 입안, 공포하여, 남쪽에서나마 한국 문단의 벽을 제거하는 데 공헌하였다. 한국시인협회상(1971)·서울특별시문화상(1983)·대한민국예술원상(시부문, 1987)을 수상하였다.

≪참고문헌≫ 정한모의 문학과 인간(정한모선생추모문집간행위원회, 시와 시학사, 1992), 原初的인 것에의 집념(李健淸, 現代詩學 62, 1974.5.), 自我와 세계와의 화해(吳世榮, 現代文學 293, 1979.5.), 휴머니즘 또는 미래지향의 역사 의식-鄭漢模論-(金時泰, 現代文學 345, 1983.9.).(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희망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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