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닥쳐와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어떠한 시련과 역경을 겪어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여 의지를 강조] - 시련에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려함.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아무리 어려운 시련의 상황이어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칠전팔기(七顚八起 :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난다는 뜻으로, 여러 번 실패해도 재기하여 분투함) / 김수영의 '풀'과 같은 이미지] 청산[갈대가 공감하는 대상]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청산'과 함께 소리쳐 울겠다는 뜻] - 청산이 소리치면 함께 소리쳐 울려함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짐하는 시인의 삶에 대한 진지성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시적 화자는 겨울 강가에서 갈대를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갈대는 화자의 분신(分身)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은 시련이나 역경이 닥쳐와도 자신의 참됨을 꿋꿋이 지키겠다는 뜻이다. 눈보라 쳐도,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새가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 고독한 상황이 되어도, 강물도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고 청산이 소리치면 그에 화답하겠다는 것이다.
시인. 경남 하동 출생. 1976년 경희대학 국문과 졸업.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어 등단. 그의 시는 보통 빈민이라는 존재의 자그마한 단면 이를테면, 고독과 좌절, 그러나 내일을 향한 희망이 숨겨져 있는 노래를 부르고 있으며 섬세한 정서가 가득한 다정한 세계를 창조하였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1979), <서울의 예수>(1982), <새벽 편지>(1987), <별들은 따뜻하다>(199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1989)과 동서문학상(1997)을 수상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