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느 신혼 부부가 있었는데 어찌나 사이가 좋았던지 신랑이 어디 갔다 돌아오면 사람이 있고 없고를 가리지 않고 신부를 골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한 판 해치우므로 아내가 사람이 있을 때에는 몹시 민망하여,
"사람이 있거든 한 잔 할까 하고 말씀해 주시면 제가 슬그머니 골방으로 들어가리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술을 마시는 줄로만 알게 아닙니까?"
이리하여 그날부터 둘은 한 잔 마시는 것으로서 약속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마침 장인이 와 있었다.
장인 앞에서 아내를 보고,
"한 잔 하는 것이 어떻겠소?"
하자 아내가 곧 신랑을 따라 골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부부가 돌아왔는데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으므로 괘씸하게 생각한 장인은 집에 돌아가서 아내에게,
"괘씸한 것들, 딸이란 남만도 못하니 이제부터는 아주 발길을 하지 마오."
하고 화를 내어 말하니 아내가 이상히 여겨
"대체 무슨 까닭이세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인이 또 말했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줄은 딸년도 다 알면서 술을 골방에 담아 놓고서 저들끼리만 골방에 들어가서 퍼 마시고 나오니 그런 도리도 있단 말이오? 이제부터 임자도 그년의 집에 발걸음을 딱 끊으시오."
아내는 이 말을 듣고 영감이 없는 틈을 타서 살그머니 딸의 집에 가서 딸을 보고,
"너희 아버님이 노발대발하시더라."
하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딸이 "왜요?" 하고 물었다.
그 말에 친정 어머니의 말이
"일전에 너희 아버님이 오셨을 때 너희끼리만 골방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고 나왔다더니 그게 정말이냐?"
하고 물었다.
그 말에 딸의 대답 왈,
"그건 아버님이 오해하신 거에요. 그 일은 본래 여차여차해서 그리된 것이지 실제로는 술이라곤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어요. 술이 있었으면 어찌 아버님께 올리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어머님께서 돌아가셔서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 노여움을 풀어 드리세요."
하고 말하므로
어머니는 집에 돌아가 영감에게,
"오늘 딸네 집에 갔더니...."
"뭐야? 딸년의 집에 갔었다고? "
"그렇게 화만 내시지 말고 제 말좀 들어보세요. 이 일이 여차여차 해서 그리된 것이지 실상은 술이 없답니다."
그제서야 영감은 노여움을 풀고서
"그 일이 그런 줄은 내 미처 몰랐군. 그 방법이 심히 묘하니 나도 한 잔 마셔야겠네."
하여 곧 한 잔의 의식을 치른 후에
노파가 말하기를
"한 잔 더 하리이까?"
하니 영감이 수염을 쓸며 이렇게 말했다.
"늙은이는 한 잔으로도 크게 취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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