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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방/★좋은시★

-「소파의 휴식」 詩. 마경덕

by 미스커피 2012. 6. 23.

-「소파의 휴식」

 

                          詩. 마경덕

 

 

  담장에 기대어 볕을 쬐는 낡은 소파

  팔걸이로 바닥을 딛고 물구나무섰다 

  저것은 소파의 휴식,   

  가장 편한 자세로 서서 누워있는 것

  늘 거실에 앉아있던 6인용 소파는 그동안

  육중한 체중을 들고  짧은 다리로 서있었던 것

  처진 엉덩이를 드러내고 허공으로 번쩍 발이 들리는 순간

  소파의 휴식은 시작된다

  가로가 아닌 세로의 형식은 어떤 무게도 거부하겠다는 완강한 포즈

  쿵쿵 뛰는 아이를 받아 안고 휴일마다 늘어진 낮잠을 등에 업고 

  척추가 내려앉은 저 거구巨軀,

  네 개의 다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

  그의 노동은 다시 재현될 것이다

  몇 개의 나뭇조각과 스프링, 스펀지가 전부인 내부

  안락한 쿠션에 그의 부실한 골격은 묻혀버렸다

  한 발짝도 떼지 못한 그가

  가장 먼저 버린 것은 탄력이다  

  식구들이 잠든 한밤중에도  빈둥빈둥 지치도록 일하다가

  짓눌린 발자국만 두고 왔다

  휴식이란 제 몸의 무게를 바닥에 놓아버리는 것

  몸을 따라 마음도 함께 따라 눕는 것

  저 세로의 잠이 모처럼 편안하다  

  들고 온 통증을 내려놓고

  고물상 담장에 몸을 눕힌 기다란 소파

  그 곁에 지친 마음도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