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쪽지를 읽고*
전철을 타러 계단을 오르는데 벽면에 붙어있는 분홍색 표지 "남겨진쪽지" 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만으로도 슬픔을 예고하기에 하던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역시나 죽음을 예고하는 제목으로서 남겨진 쪽지는 여섯살의 어린 소녀가 뇌종양의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면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실화 내용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자식이 뇌종양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로 보냈을 데져리크부부.
데져리크부부도 뇌종양이라는 이름아래 무릎 꿇고 엘레나를 지키지 못한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야 했다
작은 천사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찾아온 뇌종양으로 엘레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200여일, 엘레나는 암의 진행으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되자 엄마, 아빠 몰래 집안 곳곳에 수백 통의 쪽지를 숨긴다. 쪽지들은 엘레나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에 생각지도 못한 여기저기서 발견되지만. 데져리크부부는 편지를 읽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편지를 읽지 않음으로써 엘레나의 살아 있는 숨결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이 부부는 동생 그레이시가 너무 어려 언니를 잊을까봐 훗날 들려 주려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엘레나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나누고자 일기를 인터넷에 올렸었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나면서 미국 전역의 네티즌들이 매일같이 엘레나가 병마와 싸우는것을 함께 지켜보고 격려의 편지와 선물을 보내오는 등 이들 가족에게 힘을 실어주며 함께 아파하고 낫기를 기원하며 용기를 주었다
비록 9개월여의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가족들을 생각했던 어리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엘레나의 마지막 날까지 투혼은 가슴 한자리에 오래 머무른다
한때는 내게도 병마와 싸우는 시간이 있었기에 데져리크 가족이 겪었을 상황을 어느정도 이해한다 아픈 사람 살려 보겠다고 무슨 소리만 들려도 귀가 쫑긋해지고 좋다는 약은 아무리 멀어도 한걸음에 사오고 책상위에 먼지가 하얗게 그림을 그려도 눈길 한번 제대로 돌리지 못한다
가족중 한사람만 아파도 생활의 리듬은 깨져 엉망진창 되고 가족 모두가 자기 할 일을 찾지 못한채 슬픔에 허우적 댄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대신 아파해 주지 못한것에 미안해 하면서...
10여년이 지난 지금 지난날의 고통이 사라졌으리라 생각했는데 남겨진 쪽지를 읽으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메스꺼운 약물 부작용들. 성인인 나에게도 참기 힘든 고통이였는데 6살의 엘레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되로 움직여 주지 않는 몸이 거치장스러울때도 있다 어린 나이에 겪었을 벅찬 병마와 싸우는 딸을 바라볼수 밖에 없는 데져리크 부부는 심장이 타서 재가 되었을 것이다
아픔이 없는 세상에서 맘껏 웃을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지만 주어진 삶은 허락하지 않았다
하늘나라에서는 꼬마천사 엘레나의 해맑은 웃는 얼굴을 그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