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삶이 위기 아닌적 있었던가
이기철
언제 삶이 위기 아닌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 뿐이다.
돌의냉혹,바람의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양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흠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 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 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의 끼니라고 말 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지 않을까.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 만이 꽃피는 삶 이므로....
그 모든것을
삶이라는 말로 나는 무례하게 요약했다.
명명할수 없는 순간들이
이파리처럼 쌓여 내 발을 덮으면
나는 또 인생이라는 긴 문장속에
그들을 가두어 놓고 제독처럼 술을 마셨다.
꺼내읽을 추억들을
쌓아놓은 내시간의 시렁 위에
세월은 흔적을 남기지않고 떠나갔다.
영혼은 늘 굽은 길과 급한 경사를
바퀴처럼 미끄러져 갔다.
나는 사랑 지상주의자 였으나
세상을 알고 난뒤
아무것도 사랑해 본적이 없다.
나는 오래된 주소록에서
내가 만났던 몇개의 삶들을 지웠다.
강물은 출렁였고 세월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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