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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방/★좋은시★

언제 삶이 위기 아닌적 있었던가

by 미스커피 2012. 1. 28.

언제 삶이 위기 아닌적 있었던가

 

                                                                            이기철

언제 삶이 위기 아닌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 뿐이다.
돌의냉혹,바람의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양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흠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 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 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의 끼니라고 말 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지 않을까.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 만이 꽃피는 삶 이므로....

그 모든것을
삶이라는 말로 나는 무례하게 요약했다.
명명할수 없는 순간들이
이파리처럼 쌓여 내 발을 덮으면
나는 또 인생이라는 긴 문장속에
그들을 가두어 놓고 제독처럼 술을 마셨다.

꺼내읽을 추억들을
쌓아놓은 내시간의 시렁 위에
세월은 흔적을 남기지않고 떠나갔다.
영혼은 늘 굽은 길과 급한 경사를
바퀴처럼 미끄러져 갔다.

나는 사랑 지상주의자 였으나
세상을 알고 난뒤
아무것도 사랑해 본적이 없다.
나는 오래된 주소록에서
내가 만났던 몇개의 삶들을 지웠다.
강물은 출렁였고 세월은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