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죽을 힘을 다해 버텨라
머리속이 까맣다
발작을 일으켜도
놓지 않을
이 손
떨어지지 않게
쇠사슬로 꽁꽁 묶었으면
놓아도 그만인것을
온 몸 숯검댕이 날리우고
깨문 입술 선혈낭자한데
등산화 끈 풀어헤치라
신발 요동친다
굽이굽이 돌아온 길
산자락 요염히
걸터 앉은 운무
쉬어가라 속삭였을진대
귀 막고
저 멀리 내다버렸네
어이 저 길을 걸어왔을꼬!
*나는야 노인
지팡이 흔들흔들
고개는 설레설레
열심히 턱을 놀리지만
씹지 않아도 고드름 하나
짝발 질질 끌며
무작정 걷다가도 꽥 소리한번
고사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어른보면 인사를 해야지
참견하며 껄껄껄
백발에 역겹다고?
동네마다 폐휴지 동나고
자식들 민폐될까 반 벙어리
피할 수 없는 외길 인생
방향은 하나
아름다운 흠뻑적신
그렇게 가는거야
*시어머니
옥천에 가야 한다
어머니가 훔쳐 가신 봄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햇살이 따갑다고 느꼈을 때
빈자리는 흐물거렸다
목젖이 타들어 간다
손 끝에서 흔들리는 이름표는
치매걸린 시어머니 명찰이었다
*몸빼바지
바지가랭이 사이로 옥구슬 굴러 간다
숨이 멈출 듯 고쟁이는 할딱거리고
어둠 속에 묻히고 헹가래에 묻히고
잠시 고요해짐을 느낄 때
손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
바보 아닌 바보는 2%천재
허리 살들이 파도를 치고
신발 밑창이 불을 지펴도
홍조를 띤 몸빼바지는
대한민국 아줌마 스타일...
*아카시아
한 숫가락
너를 마신다
갈증은 여전한데
입속에서 나를 지배하려 든다
호리병에서 배고플 때마다
꺼내 먹을 수 있다면
회심의 미소를 잡고 싶다
해가 바뀌면 찾아 올 너
거부하는 몸짓에 눈쌀만 찌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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