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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시화작품방/여성문학회

(20호)순정,의자,가는가을.하늘은 취해있다,미안하고고맙고사랑하고

by 미스커피 2013. 10. 21.

 

부천여성문학20호원고.hwp

*순정

20년전

 

"저는 노래부르는 설운도라고 합니다......"

 

커피속에 들려오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

황금찬시인을 보고 점심을 대접하려 했지만

갑작스런 스케줄로 돌아 가야겠기에 봉투를 건네 준다

계산을 하니 얼마의 돈이 남았다

강산이 두번 변한

낡고 삭아 누더기 되었을 시간

잊지 못해 가슴앓이하는

1세기를 무너뜨리는 기개에도 순정이 날고 있었다

버려도 그만인데

수정 품 듯

가슴 한 켠에 숨겨 놓고

생각 날 때 마다 하얀 봉투를 비벼 본다

검은머리가 망각하는 세월앞에

시각이 여삼추라

곧 만남은 다가오는데...

*황금찬시인의 '감사했던 그 청년'중에서 인용

 

*하늘은 취해 있었다

하늘은 취해 있었다

 

허름한 신발이 향한 곳은 싸구려 선술집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은 천원짜리 몇장

흐느적거리는 여인네의 웃음소리

남자의 굵은 베이스에 가려지고

반쯤 벗겨진 신발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엄지발가락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의자위에 걸터 앉는다

반짝이는 불 빛들은 주먹 날리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키 큰 사내 방향등을 제시하는데

나의 괴성에 하늘도 박수 친다

 

 

 

*가는 가을

곳간을 찾은 가을

씁쓸하게 밀려 오는 밑바닥 용트림

내 동댕이 쳐진 멍석의 구겨진 얼굴에서

낯선이의 흘김을 본다

시어가 날고 시상이 춤 추고

어지러운 휘날레

낼름 받아 먹는 허름한 망태기

입맛 다시며 손사레를 친다

가을은 가고......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하고

등록금 0

남의 이야기라고 여겼던

축배의 잔에 치맥이 즐겁다

한 마리도 남는것을

오늘은 두마리다

등줄기 땀까지 삭히며

장학금을 거머귄

자랑하고픈 울왕자

훌쩍 커 버린 키가 싱겁다고 느껴질 때

손에서 놓지 않던 땀 구슬은

진주로 옷을 갈아 입는 중이였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치맥(치킨과 맥주)

 

 *의자 / 차정숙

# 남자

의자에 앉아 있는 두 남자

 

긴 코트위로 날리는 향수가 진하다

꼬리가 길다

어떤 상상을 할까!

 

# 여자

두 남자가 의자에 있다

 

긴 코트로 엉덩이를 가렸지만

뒤통수가 가렵다

무슨 생각을 할까!

부천여성문학20호원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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