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잔치 가다가...
2011년 10월 15일이다
초등학교 친구 부모님 팔순잔치 있는 날이라 대전행 열차를 탔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고 출력까지 해서 갔는데 영등포역에 도착해 좌석을 확인 해 보니
예약증으로 출력이 되어 있었다
창구로 가서 표를 확인 했더니 직원인 즉 "인터넷으로 출력을 해야 하는데 창구에서 출력을 하니 200원을 더 내셔야 합니다" 라고 얄밉게 말을 하는 것이다
아까웠지만 나의 실수이니 어쩔 수 없이 거금 200원을 지불하고 기차를 타러 가야했다
시간이 지나도 기차는 플랫홈에 들어 오지도 안내방송도 없더니 3분이 지나서 들어 온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주로 대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차를 자주 타는 편이다
하지만 방송도 없이 기차가 늦어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 된다
안내방송도 없이 기차가 늦은 것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기차는 왔고 순조롭게
출발을 했다
평소에는 잘 졸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기차에 오르자마자 졸음이 쏟아 졌다
나는 막 잠 들려고 하는 순간 어렴풋이 수원이라는 도착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
마침 친구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뒤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는
떠 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금 더 기다리자 차장으로부터 자동 고정장치 오작동으로 기차가 멈췄으니 수리하는데로 출발 하겠노라는 안내방송이 뒤 늦게 시작 되었다
주위를 둘러 보니 우리가 탄 기차는 수원 못가서 화서역에 정차 되어 있었다
금방 수리 될 줄 알았던 기차는 간간히 방송만 하고 도무지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팔순잔치 시간을 놓칠까 하는 조바심으로 안절부절 하는데 급기야 30여분이 지나면서부터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표정관리를 위해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장아저씨가 오른손에 가방을 들고 젖 먹던 힘까지 쏟으며 얼굴이 빨개져 달려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애를 태웠을 차장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도 스쳤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 혼자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잠시 후 방송은 다시 시작되었다
"차내 계시는 헉헉 고객 캑 여러분 헥헥헥 찌송합니 헥헥 다 후~~~" 제대로 방송을 하지 못하던 차장은 방금 전 죽어라 달려 오던 그 차장이였으므로 숨이 턱에 차 있었던 것이다
순간 기차안에 있던 모든 승객들은 웃음이 빵 터지며 하나가 되었다
다시 다른 차장이 마이크를 잡고서 "차내 계시는 고객여러분 자동 고정장치 오작동으로 불편하게 해 드린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고 시작해서 양해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기차는 최대한 빨리 달려서 시간을 맞춰 보겠다는 말을 끝으로 방송을 부드럽게 끝냈다
기차를 수리하는 4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승객 중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고 방송을 듣는 순간 모두가 하나되어 웃음바다가 되어 버린 것을 보면서 슬슬 화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조금의 여유와 편안한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밀려 오는데 차장아저씨 뛰어가는 모습을 본터라 혼자 배실배실 웃고 있으려니 주위가 자꾸 신경쓰였다
영등포를 출발해서 수원에 도착한다고 했던 방송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수원에 도착하였다
해프닝은 거기서 또 발생했다
기차가 제 시간에 도착을 안했으니 제 시간에 타야 할 승객과 다음 기차 탈 승객이 겹쳐
우왕좌왕이고 사람이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본 뒤엔 잘못 탔다는 것을 안 승객이 기차에서 내릴 생각으로 뛰기 시작 했다
오래 전 내게도 그런 비슷한 일을 겪은적이 있다
서서히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렸는데도 몸이 휘청했기 때문에 아찔했었던 아련한 기억,
다행이 운동신경이 발달했기 때문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린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스턴트 맨이 위험한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출발 전 기차문이 닫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은 보장 한다
하지만 기차 실내에서 뛰다가 행여 부딪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좌불안석이였다
수원에서 얼굴빨개진 차장의 진정안된 음성이 또 들려왔다
"우리열차는 옆에 새마을호를 먼저 보내고 출발하겠습니다" 그러고 잠시 후 "우리열차는 새마을호 보다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후~~" 그렇게 열차는 출발했고 차장이 우리칸으로 인사를 하러 왔다 조금전 뛰던 차장인가 얼굴을 살펴보니 아직은 벌개진 모습이 그 차장이 맞는거 같다. 차내 승객을 바라보며 인사를 꾸벅하더니 (휴~~)한숨부터 내 쉰다
나는 또 웃었다 그 차장은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닌듯 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승객들 불편이 있는가 없는가 살펴 보러 다니는 중이였다
기차를 잘못 타는 오작동은 평택에서도 천안에서도 계속 발생 했다
각 역마다 방송을 하여 기차를 잘못 타는 일이 없도록 했어야 했는데 안내방송을 하지 않은것인지 방송을 했어도 듣지 못한 것인지 참 아이러니 했다
기차는 여느때와 달리 조금은 빨리 달리는 듯 했지만 대전에 도착했을때는 40분이나 늦어 있었다. 하지만 반갑게 맞이 해 주는 친구와 먼 길 찾아 주어 고맙다는 친구들이 있기에 잠깐 지쳐 있던 심신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금새 행복모드로 전환되었다
수많은 승객들 상대로 너무 마음 졸이셨을 영등포역10시43분발 무궁화호 차장님에게 "그 날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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