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방/▶자작시◀

봉평메밀 축제 다녀와서 (기행)

by 미스커피 2011. 9. 28.

 

지인으로부터 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흔쾌히 승낙을 한 뒤 다음날 8시30분에 만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것 함께하고 싶다는 얘기는 참 기분을 좋게 한다

아이들이 등교를 한 뒤 가볍게 세안을 하고 분주히 서두르는 손길은 새털처럼 가볍다

고속도로는 평일이라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적어도 끼어든 차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갓길에서 종이 한 장 차이로 끼어든 차는 오금을 저리게 하더니 36계 줄행랑 치면서 꼬리를 잘랐다 순간 많은 생각들로 뇌리는 스파크 분사되고 차가 옆에만 와도 깜짝깜짝 놀라며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둘은 그렇게 햇살의 축복을 받르며 봉평에 도착했다

봉평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멀리서 들려오는 음파 찢어지는 소리는 시골장을 연상시킨다

안내자는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인도했고 우린 그늘진 곳을 찾아 보았지만 몇 대 안되는 차들은 이미 그늘진 곳을 다 차지한 뒤라서 햇빛이 장열히 내리쬐는 운동장 한켠에 주차를

해야만 했다

학교 건물을 보니 유리창은 닦지 않아 회색빛 만발하고 발길이 닿지 않은 교실 입구쪽엔 풀들이 마치 폐교를 연상시켰지만 한쪽 체육관에선 지금도 사용하는 듯 군데군데 프랭카드가 붙어 있다

신나는 마이크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가보니 행사 무대는 한창 인형극에 물올라 있었고 꼬마손님으로 가득 메운 관람석에선 천막을 찢어 버릴 듯 함성이 고막을 때린다

한쪽에선 엿장수의 북소리 가위소리가 장단을 맞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봉평 메밀꽃 축제는 효석문화제로 이번이 제13회 9월9~9월18일까지 10일동안 강원평창 효석마을에서 열린다

많은 사람들이 메밀꽃을 보기위해 봉평을 찾았고 가보고 싶었던 나도 봉평을 찾았다

반평생을 돌고 돌아 이제야 찾은 봉평!

햇살아래 펼쳐진 메밀꽃은 흰눈이 뿌려진 듯 시야는 쟁반위에 은구슬이다

메밀 꽃밭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그속에서 한 장의 추억이라도 더 건져 내려는 듯 꽃 속에 파 묻히기도 하고 예쁘게 만들어 놓은 의자위에 포즈도 취해 보고 끝없이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멈추기도 했다

체험하는 곳곳 사람들이 붐비고 내리쬐는 햇살이 등줄기를 뜨뜻미지근한 액체가 계속 흘러 내렸지만 상대방 눈속에 꽃이 피었고 입에서 미소가 먹고 있으니 신선노름이 별게더냐

한곳에서는 우편엽서를 진열해 놓고 우리가 쓰면 붙여 주는 체험도 있다

요즘처럼 컴퓨터가 일반화 되면서 궁금했던 모든일들, 안부등은 신속하게 처리해 주기 때문에 따로 우체국에 가는 수고를 덜어 준다

또한 핸드폰이 일반화 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전화기만 들면 모든걸 알 수 있다

당연히 필을 잡았던 지난날은 추억일 뿐, 편지를 잊고 살았던 우리들인데 체험으로 우편엽서를 준비해 놓았으니 얼마나 반갑던지...

하지만 엽서를 집은 손이 머슥하게도 외우고 있는 주소가 없는거 같다 

열심히 전화기를 뒤져본 결과 초등학교 친구주소 한개가 엽서 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또 알고 있는 주소 하나가 바로 우리집이다

고등학교3학년 수험생인 딸이 있다

가냘픈 몸에 노동이상으로 전신의 힘을 기울여야 하는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지쳐 처진 어깨를 보아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렸었다

그런 딸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기 위해 힘내라는 위로와 격려의 엽서를 사랑하는 마음 듬뿍 담아서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그래서 빨간 우체통은 조금 더 배 부를수 있었을 것이다

엽서를 쓰고 있자니 학창시절에 주고 받았던 편지가 생각났고 감상에 젖으면서 그리움에 목도 메이는 그래서 또 한번 필을 잡고 포즈를 취해야 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웃음소리는 하늘로 울려 퍼졌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목젖이 튀오나오라 큰 소리로 웃어댔다

이효석시인님의 시 한구절과 그림을 판화로 찍어 주는 곳도 있다

욕심 같아선 몇장 해 달라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햇빛에서 하루종일 판화를 찍을 그 사람과 줄서서 기다릴 다른사람을 생각하니 알량한 양심을 배경삼아 그냥 마음을 접었다

햇살의 농도는 양산으로도 어쩌지 못하고 더 있으면 이마를 통째로 구워버릴 것 같아 민생고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앉자마자 살얼음 동동 띄운 메밀국수에 흘렸던 땀까지 말아 먹고 나니 뱃속에 기절했던 내장들이 환호성이다 그제서야 찾아드는 관광객들 잦아 드는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셔터는 오랜만에 보는 과꽃앞에 포즈를 취했다

사진은 이렇게 찍는거라며 선뜻 찍어 주기를 자청하는 사진작가님의 사진은 역시 프로답다

효석문학관을 둘러봐야 봉평을 다녀왔다고 할수 있는데 오후에 일정이 있는 관계로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눈길이 자꾸 효석문학관 방향을 지시하면서...

오랜만의 동행은 낮설지 않은 동행이요 오래토록 남을 추억의 한 페이지는 또 다른 기억으로 한동안 엔돌핀을 생성하게 해 줄 것이다

가끔은 일상탈출을 생각하지만 현실에 치우치다 보면 실행에 옮기기란 결단이 필요한거 같다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면 화려한 외출을 생각해 봐도 좋을것 같다

오늘 나를 불러준 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창밖에 흔들리는 바람이 속삭인다

너 오늘 행복했지?

'♠ 詩방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밧줄  (0) 2012.02.07
황금물결  (0) 2012.01.03
친구부모님 팔순잔치 가는 중  (0) 2011.10.25
나는야 노인  (0) 2011.10.17
화염영혼  (0) 20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