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여기여차 건너 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요점 정리

지은이 : 김남주

성격 : 현실 참여적, 의지적, 선언적

운율 : 4음보 민요조의 리듬감

어조 : 조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의 길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 남성적 어조

제재 : 분단 조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

전개 : 해방과 통일의 길은 시련과 가시밭길이지만, 언젠가는 가야할 당위적인 역사적 일이기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고 있다.

구성 : 단련시(單聯詩)

주제 : 분단 조국의 완전한 해방(解放)과 독립의 길에의 동참 권유

특징 : 4음보의 전통적 율격을 적절히 변형시키면서 대구를 이용하여 자칫 경향적이고 관념적으로 흐르기 쉬운 시의 주제를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민요나 유행가 가사와 같이 민중에게 친근한 구절을 삽입하여 독자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적대 세력이 드러나 있지 않고, 통일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출전 : '사랑의 무기', 1989

내용 연구

함께 가자 우리 이 길[민족공동체의 과제, 해방과 통일]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 통일과 해방에 대한 강렬한 의지

가로질러 들판 산(시련과 고난)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밀양아리랑'의 구절 인용, 민요조의 리듬감)

사나운 파도 바다(시련과 고난)라면 여기여차 건너 주자.(민요조의 리듬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민요조의 리듬감과 통일성의 시급성/ 문제 해결의 시급성 )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분단 현실과 독재 세력의 득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민중적 연대 의식)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정선아리랑의 구절 인용]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이 시에 사용된 주된 수사법은 대구법이고, '통일의 길'의 난관(難關)을 시사하는 비유어는 ' 산, 물'이 있고, 민간에 널리 알려진 노래를 차용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 시구는 '어기여차 넘어주고, 어기어차 건너 주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가 있다.

이해와 감상

  주제와 시적 화자의 어조가 대단히 분명하다. 시련의 길, 가시밭 길이지만 언젠가는 가야 하고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인 해방과 통일의 길을 함께 가자고 권유하고 있다.

심화 자료

김남주

1946년 전남 해남 출생
1964년 광주일고 입학 후 자퇴
1969년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전남대학교 문리대 영문과 입학
3선개헌 반대운동과 교련반대운동에 주도적 참여
1973년 반유신투쟁을 전개하다 투옥, 제적
1978년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가입
1979년 '남민전' 조직원으로 활동 중 체포, 구속
1984년 첫시집 "진혼곡" 출간
1988년 9년 3개월만에 석방
1994년 2월 13일 새벽 췌장암으로 투병중 운명
1994년 2월 16일 민족시인 故 김남주 선생 민주사회장으로 장례식 치룸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

(출처 :http://www.man-history.org/man-show.php?num=13)

김남주 생가

 

 

 

 

 

 

 

 

문학과 정치

 문학과 정치의 관계는 미묘한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퍼버(M. Sperber)의 다음과 같은 견해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모든 문학은 인간의 행위 - 다른 사람들이 행하고 믿는 것을 반복하는 이유와 방법으로서의 - 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문학에 대한 정치적 물음은 복잡하며 때로는 혼란되기조차 하는데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 물음은 너무 중요하여  작가나 독자 그 어느 쪽으로부터도 무시될 수 없다. 사회나 정치로부터 초연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결국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며,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러니칼하게도 정치(政治)에 대한 무관심은 곧 가장 정치성이 짙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정치 문제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데올로기적인 인식이 문학에 구현된다는 입장에서 볼 때 이데올로기의 문제는 문학과 정치의 관계에서 그 중심을 이룬다. 더구나 이데올로기를 문학에 수용되는 모든 사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유물사관적인 인식이나 사상을 지칭하는 좁은 의미로 쓰게 되면, 예술에 있어서 사상과 그것을 형상화하는 예술적 장치를 대등 관계로 보는 분리주의를 배격하고 예술은 이데올로기의 확산의 매체가 되어야 한다는 통합주의의 입장에 서게 된다. 이데올로기 문제는 골든벨(G.Bell)의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만하임(K.Mannheim)의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에서 날카롭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들은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지식사회학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만하임은 이데올로기를 부분적 이데올로기와 전체적 이데올로기로 분류하고, 부분적 이데올로기가 상대방의 '주장의 한 부분'만을, 그리고 그 주장의 내용에 입각해서 이데올로기를 말하고, 기능화를 다만 심리학적 차원에서만 적용하며, 이해 관계 심리학을 사용하는데 비하여, 전체적 이데올로기는 상대방의 세계관 전체를 문제삼고 이러한 범주를 집합체로 이해하려고 하고, 완전하게 구성된 사상 체계와 체험 형식의 규정된 방법으로서 기능하며, 되도록 개관적인 구조 산관성을 지향하는 개념으로 규정짓고 있다.

 그러면서 지평선이 보이는 유토피아와 관련하여 역사주의, 상관주의 입장에서 사회적인 시대진단학을 제창하면서 제 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프롬(F.Fromm)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도 현대의 성숙된 사회의 진단과 그 이탈을 강조한 문명비평서로, 현대의 이데올로기적인 투시로 볼 수 있다. 변혁을 지향하는 이데올로기는 문학과 정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한국의 경우 카프의 활동이나 해방후의 좌우익의 문학논쟁, 아직도 논의되고 있는 순수와 참여의 논쟁도 이러한 관심의 발현된 현상이다.(구인환, 구창환 공저 문학개론, 삼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