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물감상자 / 강우식

어머니의 물감상자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꽃물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꿈을 나눠 주듯이 물감봉지를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 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 물감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나에게는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요점 정리

지은이 : 강우식

갈래 : 서정시, 산문시

성격 : 회상적, 상징적

어조 : 담담한 그리움의 목소리

시상전개 : 어머니 회상 - 어머니가 남겨 주신 삶의 교훈을 되새김.

주제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특징 : 물감상자의 의미를 확장하여 해석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한 어조로 표현.

 

내용 연구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단순히 물감을 파는 사람이라는 지시적 의미]를 한 것이 아닙니다.[역설적 표현으로 물감장사의 함축적 의미를 아름다운 색과 빛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파는 것으로 의미를 확장하고 있음 / 어머니의 물감장사는 단순히 물감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을 전해 주는 행위였다는 의미]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꽃물[꽃물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상징]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꿈을 나눠 주듯이 물감봉지를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천사 같은 어머니의 이미지]. 어머니는 해종일['온종일'의 북한말] 물감장사를 하다 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고생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됨]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전반부로 어머니가 물감을 파는 행위의 의미 -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시상이 전환되는 부분]. 물감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불교의 산화공덕과 관련 있는 표현으로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마음이 드러남]. 나에게는 물감상자[사전적 의미 이외에도 어머니의 따스한 마음과 사랑, 그리고 그에 대한 화자의 추억까지도 함축하는 다양한 시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물감상자'는 화자를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교훈과 이어주는 매개물]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곱고 아름다운 마음의 상징인 어머니의 유물로 어머니가 남겨준 삶의 교훈]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났습니다.- 후반부로 화자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곱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신 어머니의 사랑을 회상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평이한 시어로 담담하게 서술한 산문시이다. 화자는 물감을 파는 어머니의 행위를 단순히 생계 차원에서 묘사하지 않고 상상력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선한 마음을 파는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또한 어머니는 화자에게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남겨 주신 것으로 묘사되어 있고, 빛깔의 아름다움을 살린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심화 자료

강우식

강원도 명주 출생으로 1966년'현대문학'에 '박꽃' 등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강하 향토적 색채 감각을 바탕으로 고향의 세계를 드러내었으며 간결한 표현을 통해 함축성 있는 시 세계를 표현하였다. 시집으로 '사행시초', '설연집', '어머니의 물감상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