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요점 정리
지은이 : 강은교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상징적, 의지적, 주지적
어조 : 서정적(자기의 감정이나 정서를 그려 냄)이면서도 단호한 의지가 나타나는 어조, 소망의 간절함을 드러내는 목소리.
심상 : 청각적
구성 : 미래와 현재, 물과 불의 이미지를 축으로 한 대비적 구성임
물 - 비, 강물 - 바다, 물 - 불, 불 - 물 -하늘로 연결되면서 미래(未來)에 대한 소망(所望)에서 현실의 안타까움을 넘어 현실 극복 의지(意志)를 담고 있음
1, 2연 :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소망
3연 : 불이 되어 만나야 하는 현재의 상황
4연 : 불의 시기를 거친 뒤에 물로 만나자는 다짐
5연 : 완전하고 충만(充滿)한 만남에 대한 소망
제재 : 물의 흐름과 만남
주제 : 시적 화자는 현실의 부조리를 해소하고, 조화로운 합일(合一)을 이루고 싶은 소망과 의지,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는 삶.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에 대한 희구, 생명력이 충만하고 청정한 삶의 추구을 하고, 그것은 결국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 완전한 합일과 생명력이 충만한 세계에 대한 소망
특징 :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가정법으로 만남에 대한 소망을 간절하게 표현했고, '물'과 '불'의 대립적인 원형 이미지를 시상으로 형상화하였는데, 일반적으로 물은 '화합, 생성, 정화'를 나타내며, 불은 '갈등, 투쟁, 소멸' 등을 상징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소망과 현재에 대한 의지를 대비시키고 있으며 이별의 고통을 뛰어 넘어,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노래함.
출전 : '우리가 물이 되어'
내용 연구
우리가 물[메마름과 삭막함을 해소할 수 있는 생명력 - '그대'와의 합일의 매개체]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메마른 현대 사회의 모습]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건강한 생명력]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메마름과 삭막함을 해소하고 불순한 것을 씻어 버리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엔
저 혼자 깊어지는[삶에 대한 성찰이 더욱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현대사회의 황폐함(불모와 죽음의 이미지)]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이상과 소망의 세계]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물과 대립되는 파괴, 죽음, 소멸의 이미지]로 만나려 한다.['불'로 만나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불에 의해 소멸된 존재]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불타는 것들에 대한 연민]
만 리[정서적 거리감] 밖['그대'와 물로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음]에서 기다리는 그대[화합의 대상]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역동적 생명력]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대립과 갈등이 종식되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순수한, 정화된]
넓고 깨끗한 하늘[완전한 합일과 충만한 생명력의 세계(=2연의 '바다')]로 오라.
우리[시적 화자]가 물[생명, 조화, 화합, 생성, 정화, 순수의 상징하는 이미지로 새 생명을 부여하는 실체, 맑은 정신으로 '물'은 강물, 바다로 확장되면서 생의 근원이자 완전한 합일의 공간인 '하늘'로 연결되고 있다.]이 되어 만난다면['~다면'과 같이 가정법 어미를 네 번씩이나 반복한 이유는 소망의 강렬함과 현실의 부정적 측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 '물'을 매체로 하여 '너'와 '나'가 '우리'로 합일하여 만남을 이루기를 소망한다. 왜냐하면 '물'은 많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생명의 원천'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함. '물'은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원초적인 생명력을 품은 '바다'를 지향] - 여기에서 시적 화자는 메마른 현대 사회 속의 생명력과 정화력을 지닌 '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함.
가문[가문은 물이 부족한 상태로 인간성이 메마른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 사회에서의 이기주의, 무관심, 물질적 가치에 기울어진 삶 등을 의미] 어느 집[가문 것은 메마름과 통하고, 비정함을 상징하며 비정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생명의 원천인 물이 메마른 대지를 - 기계 문명과 이기주의 및 물질주의로 메마른 인간 - 적셔 준다면 훨씬 (비정한 현대사회가) 풍요로워 질 것이기에 좋아할 것이라는 의미]
우리가 키 큰 나무[넉넉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있고 싶은 존재로, 우리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 / 높은 곳에서부터 아래로 흘러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며 씻겨 주는 물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한 이미지]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물'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을 의미하며, 불순한 것을 제거할 수 있는 물의 속성을 청각적으로 표현(表現) - 뒤의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와 대응]로 흐른다면. -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소망, 물과 합일을 지향함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정리의 시간이자 크게 의미를 확대하면 인생의 마지막에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지향점이 '바다'임을 드러내는 표현과 연관됨.]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삶의 과정 또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순한 것들이 걸러진 생명의 공간]에 누워
죽은 나무[물이 적셔 주어야 할 것] 뿌리[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로 사라진 것]를 적시기도 한다면.[물은 흐르면서 죽은 나무 뿌리까지 살린다는 재생을 의미하는 말로 의미를 확대하면 현대사회의 순수성을 회복함.]
아아, 아직 처녀[處女 : 결혼하지 아니한 여인으로 여기서는 깨끗함, 순수함, 순결함이 갖는 미덕과 연결되어 있음.]인
부끄러운[바다는 누구도 만난 적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이 있는 순간 마치 처녀와 같은 부끄러움을 느끼된다는 말] 바다[화자가 소망하는 새로운 공간이자, 순수성을 지닌 이상향의 세계이며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감으로써 삶의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새로움을 지님.]에 닿는다면['물'은 순결을 지닌 생명력의 원천과 연결시켜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의 속뜻은 생명을 잉태하고 소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봄]. -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미래의 소망, 순수와 합일의 세계 추구
그러나 지금 우리는[시적 화자의 바람과 다른 현실의 모습을 반영]
불[보통 '불'의 이미지는 갈등, 투쟁, 죽음, 파괴, 파멸, 희생, 살육, 소멸의 상징]로 만나려 한다.[그러나 ~ 만나려 한다 : 시적 화자는 생명력, 정화력을 지닌 물로 만나기를 바라고 있는데, 지금은 '불'로 만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마른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 담겨 있다. 또한, '불'은 사물을 태우는 속성을 가진 '것으로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태워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의 부조리의 모순에 맞서 대결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물'과 '불'은 '불'이 '물'보다 더 파괴적이지만 둘 다 세상을 정화시키는 공통적 속성을 지님.]
벌써 숯이 된 뼈[불로 소멸된 존재로, 불에 타 버리고(정화되고) 남은 핵심(본질)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조금 생각해 볼 의미는 현대인의 메마른 삶, 황폐한 삶을 생명력인 '물'로 만나고자 하지만 현대 사회는 대결과 죽음, 파괴와 소멸을 의미하는 '불'이라는 정화 의식이라는 통과 의례를 거쳐서 '숯이 된 뼈'가 되어야만이 시적 화자가 바라는 세계가 오는 것이다.]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불에 탄다는 것은 순수해지기 위해 겪어야 할 과정으로서 불에 의해 먼저 정화된 순수한 결정체는 아직 타 버리지 않은 것들을 보듬고 쓰다듬어야(정화)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함. / 자신의 생을 불살라야 생의 영원성에 도달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음. / 슬픔과 안타까움과 연민의 정조]. - 물이 되어 만나야 하는 현재의 상황, 대결과 증오로 만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그대와의 단절된 거리감으로 물이 되어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조화와 합일을 지향하는 삶이 어려움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대'는 화합의 대상]
저 불 지난 뒤에[(현대사회의 물질지향적이고 파괴적인 속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강렬한 불의 정화과정을 의미함]
흐르는 물로 만나자[궁극적인 생의 지향이 물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말로 시적 화자가 가뭄이나 불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생명력을 지닌 물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역동적 생명력]. - 불의 시기를 거친 뒤에 물로 만나자는 다짐
푸시시 푸시시 불[물과 대비되는 이미지로 죽음, 파괴, 파멸 등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방향을 상징하지만 여기서 불은 재생을 위한 강력한 정화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불이 물을 만났을 때에 마지막 사명을 다한 '불'이 소멸하며 내는 소리] 꺼지는 소리[대립과 갈등의 종식. 청각적 심상]로 말하면서[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 시적 화자는 불의 세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 때['물'이 '불'에 닿아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현상에 착안한 표현으로 궁극적으로 '흐르는 물'이 도달한 곳은 하늘임. 하늘은 이상 세계임]는 인적 그친[현재의 인간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결국 '물이 흐른다'는 것은 이상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적극적 몸부림으로 해석 가능]
넓고 깨끗한 하늘[물이 지닌 화합, 포용, 순수의 이미지가 넓고 깨끗한 하늘의 이미지와 연결된 것으로 '하늘'은 화자가 지향하는 이상향으로 인간의 욕망이 사라진 순수의 세계, 완전한 합일(合一)과 생명(生命)의 공간을 의미(意味)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세계를 가리킴/ 서정주의 '추천사' '산호도 섬도 없은 저 '하늘'과 유사함 / 유치환의 깃발에서 '해원'과 같은 의미이고, 천상병의 귀천에서 '하늘'과 유사함.]로 오라[불이 태워 버린 정화 혹은 남긴 상처를 생명력의 근원인 물로 어루만지고는 넓고 깨끗한 하늘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음 / 시적 화자가 소망하는 완전한 합일과 생명력으로 충만한 세계는 바다, '넓고 깨끗한 하늘'이다.]. - 완전하고 충만한 만남에 대한 소망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작품은 생명력의 합일에 대한 희구를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성화한 작품이다. 독자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세상을 다각도로 성찰하거나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인생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모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이기주의, 무관심, 물질적 가치에 기울어진 삶을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러한 현실에서 독자 자신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는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지도의 핵심
이 단원에서는 작품 수용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자신의 가치로 융합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자신의 삶에서 내면화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작품의 의미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면서 인생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모색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비평문이나 감상문 쓰기와 같은 다양한 글쓰기 방식으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자가 쓴 글을 돌려보면서 서로의 견해와 주장에 대해 토론해 보게 하는 활동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3) 작품 연구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물과 불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물'은 '나'와 '그대'라는 고립된 개체들을 '우리'로 합일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자, '가뭄'으로 표상된 삶의 고독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또한 '물'은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 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다른 것들과 섞여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로 흘러감으로써 삶의 다른 세계를 맛보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고 했다. 시인은 '물'로 상징되는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태워 버릴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3연에서 '불'로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물과 대조되는 불이라는 심상을 들고 나와 먼 미래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모든 부정한 것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음을 발견한 시인은, 이 불이 지나가고 난 후 모든 사람들이 '만리 밖'의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마침내 '흐르는 물'로 만날 것을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이 지향하는 '넓고 깨끗한 하늘'이란 바로 완전한 합일과 충만한 생명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새로운 창조적 만남의 공간을 상징한다
친해지기
가장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시구 하나를 들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학생들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과 그 이유를 가볍게 발표하게 함으로써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작품 수용을 유도하기 위한 활동이다. 작품의 수용은 독자의 심미적 취향이나 경험, 가치관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예시 답안 :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3연 3행)' : 일반적으로 시어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이 시구는 강렬하고 거센 느낌이 드는 '숯', '뼈' 등의 시어가 사용되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물로 만나야 하는데 불로 만나려 하기 때문에 결국은 까만 숯덩이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바른 길을 걷지 않을 때 우리에게 돌아올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말하려고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꼼꼼히 읽기
생명을 낳는 만남, 순수한 만남을 독특한 시상(詩想) 전개로 노래한 시이다. '나'와 '너'가 '물'이 되어 만나면 진정한 '우리'로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은 죽은 나무 뿌리를 적셔 살리는 생명의 만남이 되고 처녀인 바다에 닿은 것처럼 원초적이 만남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고 했다. 물과 대조되는 불이라는 심상을 들고 나와 먼 미래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모든 부정한 것들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미래와 현재에 대한 거대한 역사적 시각에서 불의 시간을 지나서 진정한 만남을 할 수 있는 때를 기원하고 있다. |
1. '물'과 '불'의 이미지를 있는 대로 들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시어의 보편적 이미지를 생각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이 시 전체의 핵심이 되는 대립적인 이미지를 파악해 보게 하는 활동이다. 사물에 대한 이미지 역시 개인의 경험이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하다. 아울러 이 시에 사용된 두 시어가 각각 어떠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할 필요가 있다
풀이 :
- '물'의 이미지 : 화합, 생성, 조화, 생명, 만남 등
- '불'의 이미지 : 갈등, 소멸, 투쟁, 죽음, 이별 등
'물'은 생명, 정화와 재생, 포용과 수용을 의미하는 원형적인 이미지로 각자가 아닌 '우리'라는 합일의 의미로 만나고자 한다. 그리고 '불'은 단순한 소멸의 의미가 아니라, 비정한 현실을 모조리 불태우는 파괴와 소멸의 원형적인 이미지로 '물'을 가물게 하지만, '물'은 '불'이 지난 뒤의 세상을 어루만지면서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를 감싸안는다.
탐구 / 비평적 글쓰기를 통한 내면화
대부분 직관으로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기 때문에 시의 수용이 독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어떤 가치 있는 자질로 내면화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시를 읽으면 성정(性情)이 도야(陶冶)된다는 것은 오래 된 이론이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이미지 하나에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고, 구절 하나에 심금이 울리 수 있다. 시인의 눈을 따라가 보면 세상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할 수 있고, 시를 읊조리면 영혼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눈뜸과 울림의 지속을 위해서는 그 통찰과 감동을 글로 써야 한다. 글로 써서 객관화해 보고, 쓰면서 분석해 보아서 울림과 깨달음이 어디서 연유하고, 그것이 어떤 것임을 스스로 자각한다면 그 울림과 깨달음은 독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의 하나로, 독자가 세상과 정서적으로 합치하는 방법의 하나로 내면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
탐구
비평적 글쓰기를 통한 내면화
- 비평적 글쓰기
문학 작품에 대해 자신의 사고한 바를 깊이 있게 써 나가는 글로, 일정한 형식이나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글쓰기 유형이다. 흔히 말하는 '쓰기'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작품의 어떤 한 면모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외곬으로 파고들면 된다.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깊은 인상을 받아 그것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늘어놓아도 좋고 사건의 진행 과정에 스치듯 등장하는 엑스트라의 행위나 존재에 대해 물고 늘어져도 좋은 것이 비평적 글쓰기이다.
- 비평적 글쓰기를 통한 내면화
독자가 시를 수용하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 있는 자질로 내면화되었는지를 쉽게 알 수는 없다. 그저 시인의 눈을 따라가 보면 세상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하기도 하고, 시를 읊조리면서 자신의 영혼을 위로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울림과 깨달음의 지속을 위해 그 통찰과 감동을 글로 써야 한다. 글로 써서 객관화해 보고, 쓰면서 분석해 보아서 울림과 깨달음이 어디서 연유하고, 그것이 어떤 것임을 스스로 자각한다면 그 울림과 깨달음은 독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의 하나로, 독자가 세상과 정서적으로 합치하는 방법의 하나로 내면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 수용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다양한 글쓰기 방식으로 실천함으로써 내면화하는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한 바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상 생활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나 감동 등을 써 보도록 지도한다. 학생들마다 깨달음이나 감동이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글을 서로 돌려 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서로 상반된 견해나 주장이 있으면 타당한 근거를 들어 반박해 보는 토론 학습도 낼 필요가 있다.
2. 이 시를 대상으로 아래의 기중에 따라 비평적 글을 써 보자.
·각자가 이 시를 이해하고 감상한 바를 평이하게 서술한다.
·이 시의 주제에서 오늘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각작 파악한 대로 제시한다.
·각자가 쓴 글을 돌려 보고, 서로의 견해와 주장에 대해 토론해 본다.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서 얻은 감동이나 깨달음 등을 자신의 생활에 투사하여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해 봄으로써 내면화하도록 하는 쓰기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시의 주제와 관련된 오늘날 인간과 인간 관계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게 하고,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근거를 들어 밝히도록 지도한다. 또한 서로의 견해와 주장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박해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만남이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너와 네가 만나 합쳐져야 우리가 될 수 있고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너와 나의 만남이 우리를 만들고 그 무수한 우리가 만나 세상을 이루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에서 시인은 물로 만나기를 원한다. `가문 집'에서 반가와하는 물, 키 큰 나무와 함께 서는 비와 같은 물이 되어 만나기를 원한다. 물은 갈증을 없애 주고 하늘에서 축복처럼 내려온다. 뿐만 아니라 물은 풍요한 덕성을 지니고 있어서 죽은 나무의 까칠한 뿌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기도 하며 깊은 강으로 흐른다. 물은 혼자인 법이 없다. 혼자서는 흘러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은 서로 만나 세상을 적시며 강으로 흐르고 이윽고 바다에 닿는다.
풍요하고 부드러운 물로 만나려는 시적 화자의 소망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는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 불의 속성은 물과 달리 파괴적이며 징벌적이고 가혹하다. 불의 열기는 뜨겁고 그 빛은 화려해서 종종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불에 닿는 것은 파손을 면할 길이 없다. 물이 모성적인 부드러움으로 포용하며 유연한 흐름을 가지는데 반하여 불의 강렬한 에너지는 `검은 뼈'와 같은 앙상한 잔해를 남기기 마련이다. 시인은 불의 열정적인 힘이 지나간 뒤 물로 만날 것을 희망한다. 불이 사라진 뒤의 고요한 세상을 흐르는 물은 맑고 깨끗한 심상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불의한 것을 불이 일소해 버린 뒤 물은 세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새로운 창조를 기약할 수 있다.
거친 불 뒤의 물은 새로운 재생을 상징한다. 물로 만나자는 뜻에는 불의 광포한 열기가 종식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후의 평화로움에 대한 기대가 부여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불의 강렬함은 넓고 깨끗한 세상을 위하여 필요한 하나의 통과제의와 같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이 희구하는 것은 물과 불로 정화(淨化)된 맑은 세상이다. 풍요하고 맑은 물로 만나는 의미의 진정함은 탁하고 어지러운 것이 사그러진 후의 순결한 재생에의 기대에서 온전하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설: 유지현]
시야 넓히기
탐구 / 생활에서 주제 성찰하기와 내면화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그것을 내면화하는 방법에는 문학을 떠나 일상 생활에서 작품의 의미나 시각을 적용해 보고, 조절해 보는 것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이 시에서 노래한 바 '물'의 이미지로 벗을 만나며, 타인을 대할 때, '물'이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하는 그런 마음으로 대하는지 성찰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내면화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생활에서 주제 성찰하기와 내면화
내면화 : 독자가 작품의 수용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자신의 가치로 융합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세상을 다각도로 성찰할 줄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생활에서 주제 성찰하기와 내면화 : 문학을 떠나 일상 생활에서 작품의 의미나 시각을 적용해 보고 조절해 보는 내면화 활동을 말한다. 나도 가문 집에서 물을 만났을 때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타인을 대했는지, '물'이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하는 그런 마음으로 타인을 대했는지 성찰하는 것도 생활에서 주제를 성찰하여 자신을 내면화하는 활동인 것이다.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서 다룬 가치를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내면화하는 활동이다. 작품에서 얻어진 가치를 자신의 삶에 투사하여 세계관을 넓히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지도한다.
1. 이 시에서 노래한 '불'의 이미지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글을 써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서 다룬 가치를 자신의 삶의 가치로 내면화하는 활동이다. 이 시에 나타난 '물'과 '불'의 이미지를 환기시키고, 자신의 삶의 자세와 관련하여 글을 쓰게 한다.
예시 답안 :
산업화의 진전과 인구의 집중, 그리고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결속되는 집단이 늘어나면서 현대 사회는 이기주의적이고 물질적 가치에 기울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사람들의 관계가 건조해져 익명적 존재로 전락하는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되고 때로는 이익 획득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진정한 인간 관계를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나 역시 이웃에 누가 살고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이 살아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따뜻한 인간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인간 관계를 해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표현하기
아래의 자료를 참고하여 '우리가 물이 되어'에 어울리는 그림을 함께 그려 친구에게 보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문학을 생활화하는 실천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문학은 그 자체만으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작품의 내용을 그림으로 잘 표현 지도한다. 학생들마다 작품에 대한 이해나 감상이 다를 수 있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주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발표하도록 한다. 그리고 왜 그러한 그림을 그렸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게 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이를 평가하게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별빛 쏟아지는 밤
별이 잘 보이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지금 창을 열고 밤 하늘을 보십시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요. 도심의 밤 하늘은 별을 감추고 있지만, 그대가 보지 못할 뿐,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다음 다시 눈을 크게 떠 보십시오. 보입니까? 고개 들고 동쪽 하늘을 보시죠. 오리온과 여신 아르테미스는 서로 다가가려 하지만 점점 멀어질 뿐입니다. 밤 하늘에 새긴 그들의 애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까. 어린 시절 밤 하늘 보며 이름지어 주던 크고 아름다운 자신의 별. 찾아보아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그대 아직 가슴에 별 하나 묻어 두고 있겠지요? |
정리 학습
1. 독자가 작품으로부터 받은 심미적 자극과 이에 대한 독자의 여러 가지 반응이 어우러져 작품의 의미가 독자의 마음 속에서 실현되는 것을 '수용'이라고 한다.
2. 작품의 수용 활동은 작가, 작품, 독자를 주요 요소로 한 복합적인 관계와 맥락 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3. 작품을 수용하는 관점은 다양하다. 작가의 생애나 사상과 같은 전기적 사실에 주목하여 수용할 수도 있고, 작품에 나타난 세계가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주목하여 수용할 수도 있으며, 작품이 독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여 수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작품 내부의 언어와 구조에 주목하여 작품을 수용할 수도 있다.
4. 문학 작품을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만 수용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의 총체적 의미를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기 진단
내용 |
상 |
중 |
하 |
문학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주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
|||
문학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다. |
|||
문학 작품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
|||
작가, 작품, 독자, 시대 현실 등의 관계를 고려하여 문학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용할 수 있다. |
(출처 : 김윤식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지도서)
이해와 감상
지금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메마른 가뭄처럼 살고 있다. 이 때 서로 물이 되어 만나고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우리가 서로 물이 되어 흐르고 흘러서 강물이 되어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로 사라진 것들을 적시고 바다에 닿는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우리는 지금 파괴와 살육의 불 앞에 서 있다. 벌써 어떤 것들은 숯이 된 뼈가 되어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다. 현실은 불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지배를 받고 있다. 저 불이 지난 뒤에 우리 물로 만나자. 대립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올 때에는 포용력 있고 순수한 마음이 되어서 만나자로 풀어 읽을 수 있는 이 시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생명력의 합일에 대한 희구를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개성 있는 발상에 의해 '만남'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나'와 '너'를 '우리'로 합일(合一)시킬 수 있는 매체인 '물'의 현상에 비겨 노래했다. 곧 이 시는 이별의 슬픔이나 고통, 한스러움의 부정적인 상황을 탈피하여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물이 되어 만난다는 것은 불같이 서로 다투던 욕심과 미움을 버리고 만난다는 것을 말한다.
'물', '불', 그리고 '불'을 감싸는 '물'의 세계, 따라서 보편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물', '불'이 시의 중심이 된다.
이 시에서 ‘물’은 주체와 객체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매체이며, '가뭄'으로 상징되는, 기계 문명의 편의성에 물들어 타인과의 교감 없이 메말라 가는 삶의 고독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이 유동적이면서 서로 완벽하게 하나로 섞일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물로 만나 흐를 때, 비로소 힘을 지니어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에 찌들어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새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물'로 상징되는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태워 버릴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3연에서 '불'로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불'은 무엇인가? '불'은 삶의 기본 원리가 되는 '물'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으로 죽음, 파괴, 파멸 등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방향을 상징한다. 또한, '불'은 현실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에 맞서는 대결의 정신을 의미한다. 그 때,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음'을 발견한 시인은 이 불이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태우고 지나간 후에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흐르는 물'로 만나자는 것은 단순한 연인이나 친구가 아닌,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 합일에의 희구라 할 수 있다.
심화 자료
강은교(姜恩喬 1946- )
함경남도 흥원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과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 문학상에 “순례의 잠”이 당선되어 등단. 1975년 제2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92년 현대문학상 수상. 현재 동아대학교 교수. 시집으로 <허무집(虛無集)>(1977), <빈자일기(貧者日記)>(1977), <소리집(集)>(1982), <우리가 물이 되어>(1986), <바람 노래>(1987),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1989), <그대는 깊디 깊은 강>(1991), <벽 속의 편지>(1992) 등이 있음
'우리가 물이 되어' 비평
이 시는 그렇듯 만물을 풍요롭게 하는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집들에 기쁨과 소망을 안겨다 줄 소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물이 되지 못하게 불이 되어 서로를 태우고 세상을 태우려 하고 있다고, 시인은 복수 일인칭 주어를 사용하여 고백한다.
이 시는 전체가 네 개의 연, 19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교적 짧은 시이다. 어렵고 낯선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시인은 1연과 2연을 구분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 볼 때 한 개의 연으로 보아도 그리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화자는 1연과 2연에서 공히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개의 연을 반복해서 읽어 보면, 1연과 2연에 나타나고 있는 네 개의 조건문이 1연의 둘째 행에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서술어구와 조응(調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태여 이를 두 개의 연으로 구분할 수 있는 구실(이유)이 되는 것은, 1연과 2연에 등장하는 '물'이 점하고 있는 공간의 차이에 있을 뿐이다, 1연에서의 물은 특정한 공간을 점하지 않은 물의 본질적인 속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2연에서의 물은 강과 바다라고 하는 공간을 점하고 있는 물질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2연에서 화자는 바다를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라고 노래하고 있는데, 이는 바다의 순수함과 모든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다의 포용력을 말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또한 1연과 2연에서는 각 연마다 두 번에 걸친 조건문을 사용하여 현재 화자의 소망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음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비 오는 소리로 흐르지 못하기 때문에, 죽은 나무의 뿌리를 적시지 못하기 때문에, 바다에 닿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가문 집에 소망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화자는 우리들의 삶이 '물'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뼈아프게 경험하며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3연의 주된 소재는 불이다. 물이 되어야 할 우리들 실존의 모습은 물과는 정반대인 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강렬하게 만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날수록 더욱 격렬하게 타올라야 하는 불, 타서 결국은 까맣게 숯덩이로 남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의 허무함을 시인은 읽고 있다. 숯이 된 '뼈 하나'는 현재 화자의 내적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늘 지나쳐 온 시간들을 아쉬워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미 타버려 숯이 되어 버린 상태에 이르러서야 우리들은 인생의 귀중한 원리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는' 서글픈 우리네 인생살이를 화자는 예리한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서 화자의 가슴은 아프다. 절망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4연에 이르면, 화자는 3연에서 경험한 단절과 회한의 아픔을 완전히 극복하고 있음을 이내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화자가 섣부른 진화(鎭火)를 지시하려거나 시도하려 하지 않고 불이 끝나기를 기다리겠다고 하는 결연한 의지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불이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는, 화자의 독백에 가까운 호소는 인생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인생의 힘과 의지마저도 사라져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게 되는' 그러한 시점에서야 인간은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올 수 있음을 화자는 짚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완전히 타버려 무소유한 상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 청정무구(淸淨無垢)의 상태에서라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러한 세계가 바로 화자가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하늘'의 세계일 것이다. - 김승봉,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되어',, '문학세계, 2000년 6월호, 도서출판 천우.
'♠ study방 > 유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길/고은 (0) | 2012.01.04 |
---|---|
머슴 대길이 /고은 (0) | 2012.01.04 |
어머니의 물감상자 / 강우식 (0) | 2012.01.04 |
시인은 모름지기....김남주 (0) | 2012.01.04 |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0) | 2012.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