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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y방/유명시

문의 마을에 가서/ 고은

by 미스커피 2012. 1. 4.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희망의 문학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지은이 : 고은

희망의 문학 성격 : 명상적, 주지적, 관념적, 철학적, 사색적

희망의 문학 어조 : 담담하게 절제된 어조

희망의 문학 구성 :

① 죽음과 삶의 길에 대한 구분된 인식 -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1연)

② 죽음과 삶의 길이 하나라는 깨달음 -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 한 죽음을 받는 것을(2연)

희망의 문학 제재 : 장례 의식

희망의 문학 주제 : 죽음과 삶의 상거(相距)와 합일(合一) / 죽음을 통하여 깨달은 삶의 경건성, 죽음과 삶은 하나라는 깨달음

희망의 문학 표현상의 특징 : '문의 마을'이라는 실제 공간을 삶과 죽음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삶의 여정이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인 '길'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인식과 명상적이고 독백적인 어조를 통해 화자의 깨달음을 담담히 표현하고 있음

희망의 문학 출전 : (문의 마을에 가서, 1974)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겨울 문의[죽음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공간]에 가서 (한 사람의 죽음)보았다.

거기[문의, 죽음의 세계]까지 닿은 길[화자가 문의로 가는 길이지만 속뜻은 죽은 자가 지금까지 살았던 인생의 길]이

몇 갈래의 길[삶과 죽음을 만나는 곳 / 죽음에 이르는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일반적인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화자가 느끼는 죽음 / 죽음의 모습]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비정함, 쓸쓸함]로 한 번씩 귀를 닫고[외부(삶)와의 단절 / 박목월의 '하관'에 비슷한 이미지가 있음]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죽은 자들의 공간]으로 뻗는구나.[삶의 여정이 죽음으로 뻗어 있음]

그러나[반전으로 '죽음'으로 집중되는 시의 흐름을 '삶'으로 전환하고 있다]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살아 있는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가 고인의 유품을 태우는 광경을 표현]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먼산 즉 죽음의 세계와 삶의 세상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

눈[생사를 모두 포용하는 존재]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삶과 죽음의 합일로 인한 경건성]

끝까지 사절하다가[죽음을 거부함]

죽음은 인기척[적막과 상대어로 삶의 모습]을 듣고

저만큼[심정적 거리이자 죽음과 삶의 물리적 거리]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생과 사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 / '죽음'과 '삶'이 상거(相距)와 합일(合一)의 모순적 관계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시행]

모든 것은 낮아서[삶에 대한 겸허함]

이 세상에 눈[죽음과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도록 만들어 준 매개물]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임]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죽음과 삶의 동질성에 대한 철학적 통찰 - 죽음과 함께 삶도 흰 눈에 뒤덮여 간다. 다시 말해서 '눈'은 죽음과 삶과의 경계를 지우는 숙명적 존재로 이해할 수 있음.]

문의 마을 : 충북 청원군 대청 호반(湖畔)의 마을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고은의 네 번쩨 시집 문의(文義)마을에 가서'(1974)의 표제시다. 이 시는 시인이 50-60년대 초기시의 허무주의에서 벗어나 작가가 사회적, 역사적 책무를 절감하고 민중적 각성의 시인으로 변신한 중기시의 서두를 장식한 것이다. 이 시는 모친상을 당한 신동문 시인의 고향인 충북 청원군 문의마을에 가서 장례식을 주관했던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기적 사실이야 어떻든 시에 드러난 바로는 '문의 마을'은 이 시에서 죽음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시적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두 개의 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의 첫 연에서 죽음은 길이 '적막'하기를 바라고,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어, 죽음과 삶의 길이 어떻게 다른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둘째 연에 가면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또한 죽임이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어, 죽음과 삶의 길이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에 이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첫 연과 둘째 연이 서로 대립적이면서도 상응하는 구조인 바,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이라는 구절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이라는 구절과 대응하는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제2연 6행의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는 구절에서는 기묘하게도 죽음과 삶의 상거(相距)와 합일(合一)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죽음과 삶의 길은 서로 모순된 것이면서도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인의 생각일 터이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자가 아무리 돌을 던져 죽음을 쫓고자 하여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깨닫게 된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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