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희 오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두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뭍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
달 밝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서른 가락도 너는 못 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침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 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 높여 부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여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이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난,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오너라.…… 비둘기와 꽃다발과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나와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어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싯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요점 정리
지은이 : 박두진(朴斗鎭)
갈래 : 산문시
율격 : 내재율(조사의 생략, 의성어, 의태어 잦은 사용, 교묘한 생략 부호의 사용, 유음의 사용, 어구의 반복은 이 시가 산문시임에도 불구하고 긴 호흡을 차단시키면서 시에 운율을 부여하고 있다.)
성격 : 미래 지향적, 낭만적, 열정적
어조 : 낭만적이고 격정적인 어조
표현 : 상징법, 명령법, 돈호법, 의성법, 의태법
심상 : 서술적. 감각적. 비유적 심상
구성 :
1연 - 다시 찾은 봄과 평화로 인한 환희 - 봄의 생동감 넘치는 정경
2연 - 헤어진 철이(동포) 생각 - 흩어진 동포에 대한 기다림과 생각
3연 - 밤낮으로 너를 찾으며 안타까워하는 나 - 흩어진 동포에 대한 기다림
4연 - 돌아온 너의 모든 형제 자매, 친구들 - 동포들의 귀향 속에 아직 돌아오지 않는 너
5연 - 네가 오기를 갈구함 - 동포의 귀환을 염원
6연 - 너와 함께 옛날의 평화를 다시 누리고자 함 - 과거의 평화로운 삶을 소망
제재 : 복사꽃, 해방의 기쁨
주제 : 민족의 진정한 화합과 평화에 대한 소망, 조국 광복의 기쁨과 새로운 세계의 이상 제시
특징 : 향토적 정감이 있고, 반복 어구의 나열로 운율감을 주고 있다. 행의 구분이 없는 산문시의 형태이다. 자연물을 시상전개의 매개물로 하여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간절히 노래했다.
출전 : <청록집(靑鹿集)>(1946)
내용 연구
복사꽃(조국 광복을 상징, 시적 화자가 꿈꾸는 세상이 동양적 이상향인 무릉도원의 세계와 근접함을 암시)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조국 광복을 상징]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희 오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민족의 오랜 삶의 터전),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일제의 탄압으로 허물어진 고향 조국)에, 앵두꽃도 오얏꽃[자두나무 꽃 / 조국 광복을 상징]도 피었다고 일러라(해방의 기쁨을 시각적으로 표현).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동일한 통사 구조의 반복에 의한 운율 형성)[너희 오오래 정들이고 -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 일제의 강제 점령으로 인하여 짓밟히고 허물어진 조국과 고향. 이 고향에 복사꽃, 살구꽃이 피고, 벌,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우는 상황, 즉 광복의 날이 왔다는 것이다. ]. - 조국 광복의 상황 제시
다섯 뭍과, 여섯 바다(다섯 개의 대륙과 여섯 개의 바다 즉, 온 세상을 상징하며 우리 민족이 일제 의해 쫓겨간 여러 곳을 지칭한다, 사해와 같은 의미)와, 철이야(일제 탄압에 의해 유랑하던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말로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식민지 억압을 피해 나라 밖으로 흩어진 동포들에 대한 제유적 표현, 원래 '철이야, 다섯 뭍과 여섯 바다와'를 일상적인 어순이나 시적 효과를 위해 도치하여 배치시켰다.), (쉼표의 잦은 사용은 산문시의 긴호흡을 차단함)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향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다섯 물과 여섯 바다는 지구상의 오대양과 육대주를 말하는 것이나, 여기에서는 일제에 의해 쫓겨난 우리 민족이 흩어져 살던 여러 곳을 뜻한다. 1연에서 화자는 광복의 기쁨을 '복사꽃, 살구꽃, 앵도꽃, 오얏꽃, 벌떼, 나비, 소쩍새'와 같은 생동하는 자연물을 열거하며 표출한 것에 비해 이 부분에서는, 광복의 기쁨을 아직 체험하지 못하고 떨어져 있는 '너'를 생각하면서 무거워지는 화자의 마음이 '뭍, 바다, 구름, 하늘' 등 무생물의 정적 심상을 통해 어둡게 드러나고 있다.] - 흩어진 동포에 대한 기다림
달 밝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서른(서러운) 가락도 너는 못 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침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 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 높여 부르는 나의 음성(흩어진 민족에 대한 귀환을 소망함)도 너는 못 듣는다.(조국을 떠나 있는 동포에 대한 안타까움) - 헤어진 동포의 귀환 갈망
어서 너는 오너라(민족 공동체의 빠른 회복에 대한 갈망). 별들[동포들] 서로 구슬피 헤여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별은 일제의 억압을 피해 헤어져야 했고, 광복이 되어 다시 모이게 된 우리 민족 구성원을 일컫는 것이다. 우리 동포들의 이별과 만남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표현 / 별들 서로 구슬피 헤여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 민족 구성원들이 다시 돌아오는 날. '별'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슬픔을 지닌 채 서로 헤어져야 하였고, 광복이 되어 다시 모이는 우리 민족 개개인을 뜻한다.), 흩어졌던 너의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난,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흩어진 동포이고, 공동체적 삶의 질서가 존재하던 동심의 세계이며,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한 이름으로 친근감을 유발)도 왔다. - 돌아오지 못한 동포의 귀환을 염원
눈물과 피[일제 시대의 수난과 고통]와 푸른 빛 깃발[앞날에 대한 희망]을 날리며 오너라(광복의 기쁨으로 인한 눈물, 일제와 맞서다 흘린 고귀한 피, 희망을 상징하는 깃발, 이들은 모두 광복의 의미를 지니는 대상들이다.)[다음 구와 대조].…… 비둘기와 꽃다발(평화, 축복, 영광의 이미지)과 푸른 빛 깃발(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는 희망과 의지)[눈물과 피는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슬픔과 고통, 투쟁으로 얼룩진 시대를 상징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둘기, 꽃다발은 평화, 축복의 이미지로 그려져 있고 이를 이끌고 오는 희망의 표식으로서 '푸른 빛 깃발'이라는 시어를 제시했다.]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 돌아오지 못한 동포의 귀환을 염원하고 동포의 귀향에 대한 환호
복사꽃[봉숭아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광복을 되찾은 조국을 무릉도원과 연결시킴], 너와 나와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생명의 원천]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광복의 기쁨을 노래함](조국의 광복을 맞은 우리 민족의 즐겁고 명랑하고 평화로운 정경을 종달새가 노래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한폭의 밝은 회화와 같은 이미지가 사용되고 있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어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싯 두둥실 붕새춤[커다란 날개짓 같은 춤으로 하루에 붕은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큰새로 날개의 길이가 삼천 리가 되어 한 번에 구만 리(里)를 날아간다는, 매우 큰 상상(想像)의 새. 북해(北海)에 살던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변해서 되었다고 한다. '장자'에 나옴] 추며, 막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어린 시절, 식민지가 되기 전의 민족 공동체적 삶이 가능했던 평화로운 시절을 의미함)을 뒹굴어 보자.(다시 어울려 희망차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 민족 공동체을 회복하는 삶 - 이 부분을 일부에서 미래지향적인 조국 건설의 이미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복고적인 점이 이 작품의 한계라고 비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본 강제점령기 이전의 공동체 회복로 회복하자는 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상실된 공동체의 복원을 염원한다고 볼 수 있다.)) - 민족 공동체적 삶의 재현 열망
시어의 상징적 의미
복사꽃, 살구꽃, 앵도꽃, 오얏꽃이 핀 마을 |
광복을 되찾은 조국, 민족의 이상 세계 |
짓밟힌 울타리 |
일제에 의해 짓밟힌 삶의 터전, 일제 강점하의 조국 |
다섯 뭍, 여섯 바다 |
조국을 떠난 동포들이 흩어져 사는 세계 곳곳 |
철이, 순이, 누이, 막쇠, 돌이, 복술이 |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우리 동포, 조국 광복의 기쁨을 누려야 할 동포 |
눈물과 피 |
일제 강점하의 수난으로 인한 시련과 고통 |
비둘기와 꽃다발 |
조국의 광복으로 인한 민족의 평화와 기쁨 |
향기로운 언덕, 푸른 보리밭 |
평화를 되찾은 조국, 삶의 터전으로서의 국토(<-> 짓밟힌 울타리) |
옛날 |
평화롭고 행복했던 민족 공동체의 삶 |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작품은 현대시의 운율을 공부하도록 구성되었다. 앞에서 민요를 공부하면서 얻은 운율에 대한 기본적 개념을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한 행의 길이를 늘여 한 연이 되게 함으로써 비교적 빠른 리듬감을 얻고 있으며, 동일한 어구를 반복하여 규칙적인 리듬감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운율을 공부하기에 적절하다.
(2) 지도의 핵심
현대시는 일반적으로 내재율을 취하기 때문에 별다른 운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재율을 지닌 현대시에도 운율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시의 '음악성'은 다른 문학 장르와 확연히 구분되는 요소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학생들로 하여금 시를 대할 때는 기본적으로 노랫말을 흥얼거리듯 하는 것이 좋은 태도임을 주지시킨다. 따라서 이 시에도 운율적 요소가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운율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적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작품 연구
이 작품의 작가 박두진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으나, 이 작품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연상시키는 '복사꽃'을 매개로 동양적인 이상향을 노래하고 있다. 조국이 일제의 압제에 시달릴 때 해방의 도래를 굳게 믿으며 평화롭던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가 실려 있는 시집 '청록집(靑鹿集)'은 청록파로 불리는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의 3인 시집으로, 1940년대 초반 일제의 압제가 극에 달했을 때 자연 속에 묻혀서 쓴 시들이 실려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강한 저항 의식을 보이지는 않지만, 일제의 탄압에 굴하거나 일제에 동조했던 많은 문인(文人)들의 친일적(親日的) 작품들과는 달리, 해방의 그 날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박두진의 시는 주로 산문시인데 이 작품 역시 산문시에 속한다. 그런데 이런 산문적 형태를 시답게 만드는 것은 조사의 생략, 동일하거나 유사한 어구의 반복, 교묘한 생략 부호의 사용, 의성어와 의태어의 활용, 쉼표의 잦은 사용, 유음(ㄴ,ㄹ,ㅁ,ㅇ)의 사용 등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적절한 운율을 만들면서 이 작품이 운문으로서의 자격을 갖게 해준다. 특히 잦은 쉼표의 사용은 산문시의 긴 호흡을 차단시키고, 또 동일하거나 유사한 어구를 반복함으로써 고양된 감정이나 상승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독자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얻고 잇다. 또한 산문시는 자칫 관념적 어휘를 남발할 수가 있는데, 이 시는 '복사꽃', '살구꽃', '눈물과 피' , '비둘기와 꽃다발' 등의 구체어를 사용함으로써 서정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친해지기
이 시에서 리듬감을 느끼게 하는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
지도 방법 : 리듬감을 주는 요인은 음수율, 음위율, 음보율 등 다양하다. 그리고 개별적인 작품의 경우, 그 적용 형태 역시 다양하다. 음보율이 적용된 작품들의 경우라도 어떤 작품은 2음보가, 어떤 작품은 3음보가 주된 음보율일 수 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반복법을 통해 리듬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반복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이 작품 이외에도 유사(또는 동일한) 음운의 반복, 유사 음절의 반복, 유사 단어의 반복, 유사어구의 반복, 유사 시행의 반복 등이 구사된 다른 작품을 조사하여 정리하게 하면, 리듬감 획득에 반복법이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풀이 :
이 작품은 쉼표를 자주 사용한다든지, 유음(ㄴ,ㄹ,ㅁ,ㅇ)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써서 일정한 리듬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크게 리듬감을 주는 요인은 반복법이다. 즉, '일러라'와'오너라'가 반복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시 전체에 적절한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꼼꼼히 읽기
일제 암흑기에 많은 작가들이 친일 문학에 동조하거나 붓을 꺾어야만 했을 때, 작가는 해방이 올 것을 굳게 믿고 창작에 몰두하다가 해방 후에 비로소 이 시를 {청록집}에 발표하였다. 이 시는 일제 감점하에서 '다섯 뭍과 여섯 바다'로 흩어졌던 우리 민족이 다시 조국땅에 모여 민족 공동체의 삶을 재현하자는 소망을 담고 있다. 시인은 조국 해방의 참 모습을 단순히 국토의 회복으로만 상정하지 않고, 일제의 탄압에 의해 유랑하던 동포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온전히 돌아와 다시 옛날과 같은 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1. 이 시가 씌어진 시대 상황과 관련하여, '너(철이)'는 누구를 가리키는지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문학 작품의 해석 방법을 익히는 활동이다. 문학 작품의 외적 상황으로 '작가','독자'와 더불어 '시대 상황'이 있음을 주지시킨다. 즉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외재적 방법이 동원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 특히 시대 상황과 관련한 반영론적 방법을 숙지하게 하고 그에 따라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게 한다.
풀이 :
'너'는 직접적으로는 '철이'를 가리키고 있으나, 이 시가 씌어진 때가 일제 강점기였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일제의 탄압에 의해 흩어져 유랑하던 우리 민족 전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서 와야 할 '너'는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의 해방을 의미한다.
2. 5연에서 '눈물과 피', '비둘기와 꽃다발'이 함축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도 방법 :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외재적인 방법에 의해 시어를 해석하는 활동이다. 역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이미 1번 활동에서 공부한 반영론을 다시 한 번 반복하여 익히게 한 뒤, 시상의 흐름을 고려하여 그 상징적 의미를 파악하게 한다.
풀이 :
일반적으로 '눈물'은 슬플 때나 기쁠 때 감정이 북받쳐 흘리는 것이며, '피'는 싸움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시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눈물'은 일제로부터 받은 고통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또는 해방으로 인한 기쁨의 눈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피'는 일제와의 투쟁으로 인한 희생을 의미한다. 한편 '비둘기'는 통상적으로 평화를 상징하는데 이 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역시 평화를 상징한다. '꽃다발'은 축하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해방의 영광을 의미한다.
탐구 / 이 시의 운율상 특징
소리의 반복은 인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한 방법이 된다. 이것은 소리의 반복이 듣는 사람에게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시의 운율 역시 소리의 규칙적 반복을 바탕으로 성립되는 것으로, 그 규칙성은 안정감과 미적 쾌감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시적 인상을 더욱 깊게 하기도 하며, 독특한 어조의 형성에 기여하기도 한다. 보통의 서정시가 간결한 시행을 통해 감정의 절제라는 효과를 노리는 데 반해 이 시는 한 행의 길이를 늘여 한 연이 되게 하여 비교적 빠른 리듬감을 얻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리듬과 함께 길어진 시행에서 어구의 반복과 음성 상징어, 쉼표의 적절한 사용으로 시적 화자의 감정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
조사의 생략
교묘한 생략 부호의 사용
의성어, 의태어의 활용
유음(ㄴ,ㄹ,ㅁ,ㅇ)의 사용
쉼표의 잦은 사용
어구의 반복
=> 이러한 특징들은 이 시가 산문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긴 호흡을 차단시키면서 시에 운율을 부여하고 있다.
지도 방법 : 운율을 구성하는 요소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시를 분석해 보는 활동이다. 기본적으로 운율의 개념과 종류를 정확히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반복에 의한 운율은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타악기가 만들어 내는 반복에 의한 운율은 감정을 고조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가락이므로, 사물놀이 연주곡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교사가 직접 준비하여 들려 줄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준비해 와서 스스로 설명하며 들려 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3. 이 시에서 가슴 벅찬 기쁨을 드러내기 위한 운율적 장치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탐구'에서 공부한 내용을 확인해 보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운율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이해한 운율에 대한 지식을 작품에 적용하여 설명하게 한다. 특히 이 활동은 이미 공부한 내용의 확인이기 때문에 학생들 개개인이 스스로 설명 할 수 있는 발표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풀이 :
보통의 서정시가 간결한 시행을 통해 감정의 절제라는 효과를 노리는 데 반해 이 시는 한 행의 길이를 늘여 한 연이 되게 하여 비교적 빠른 리듬감을 얻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리듬과 함께 길어진 시행에서 어구의 반복과 음성 상징어, 쉼표의 적절한 사용 등으로 급박한 호흡을 구사함으로써 시적 화자의 감정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시야 넓히기
다음에 제시된 동요와 글을 참고하고, [어서 너는 오너라]가 씌어진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시에 나타난 '복사꽃 핀 곳(마을)'의 의미를 설명해 보자.
(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이원수 작사·홍난파 작곡, '고향의 봄' (나) 진나라 때 무릉의 한 어부가 시냇물을 따라 가다 길을 잃었는데, 문득 나타난 복숭아꽃 수풀을 따라 가니, 수풀이 다한 곳에 산이 있고, 그 속에 작은 구멍이 있어 들어가니, 탁 틔어 환한 별천지가 열렸는데, 그 속의 남녀들은 기쁨에 가득찬 얼굴이었다. 바깥 세상의 흥망 성쇠도 모른 채 마냥 행복한 세월을 보내는 그들과 며칠을 머문 어부가 하직하고 돌아와 뒷날 그가 살던 곳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한다. 이는 진나라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이야기로, '무릉 도원(武陵桃源)'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이 때부터 동양에서는 이상향을 '무릉 도원'이라고 하였다. |
시야 넓히기
다음에 제시된 동요와 글을 참고하고, '어서 너는 오너라'가 씌어진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시에 나타난 '복사꽃 핀 곳(마을)'의 의미를 설명해 보자.
지도 방법 :
외재적 방법에 의해 시어를 해석하는 활동의 연속이다. 이시는 내재적 또는 절대주의적 방법보다는 시대 상황이 고려된 외재적 방법에 의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또한 제시된 두 자료 속에 나타난 비슷한 시어의 의미와는 어떤 유사성이 있으며,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비교해 보도록 한다.
풀이 :
(가)는 어린 시절에 놀던 고향 마을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특히 고향 마을은 복숭아꽃이 핀 곳으로 매우 평화롭게 묘사되고 있다. (나)에는 복숭아꽃 수풀의 끝에 무릉 도원, 즉 이상향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여기서 복숭아꽃이 핀 곳은 이상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어서 너는 오너라'는 해방 전에 해방이 될 것을 믿고 쓴 작품으로, 해방된 뒤의 마을에는 비둘기가 날고 꽃다발과 푸른 빛 깃발이 날리며 복사꽃이 피어 있다. 특히 '복사꽃이 핀' 것을 첫 연과 끝 연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강조하였는데, 이는 (가)와 (나)에서처럼 평화롭고 이상적인 세상을 선명하게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복사꽃 핀 곳(마을)'은 해방된 뒤의 좋은 세상을 의미한다.
도우미
동양의 이상향인 '무릉도원(武陵桃源)' 동진(東晉) 때의 시인 도잠(陶潛:자는 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이상적인 세계이다. 서양 유토피아(Utopia)가 '없는 곳'이란 뜻이듯이, 도연명도 무릉도원은 '인간이 찾을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원경(桃源境)이라고도 한다.
표현하기
오늘날 우리 민족의 최대 염원은 '조국 통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 조국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시로 표현해 보자.
·산문율의 시로 쓸 것.
·반복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간절한 마음을 드러낼 것.
·'너'라는 어휘를 활용할 것.
지도 방법 :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시를 써 보는 활동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소 시를 써 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 활동을 어렵게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순수한 창작도 좋지만 이미 있는 시를 조건에 맞게 개작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기성 시인의 작품이나 공모전 등에서 입상한 작품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해 주고 그것을 개작하여 발표하게해 보자. 이때 발표는 직접 낭송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낭송을 하는 것은 반복적인 표현을 익히고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실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시 답안 :
다음은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의 작품을 조건에 맞게 개작해 본 것이다.
원래의 시 |
바꿔 본 시 |
녹슨 한아 이제는 허락해 다오 찬란한 아침의 시작을 안고 가는 저 민들레 씨들이 그곳 산등성이 완만한 곳에 꽃을 피우기 위해 날아가는 꿈을.
무너져 내리는 아픔아 이제는 잡지 말아 다오 간절한 기다림의 끝을 싣고 가는 저 들풀들이 그곳 폭포 곁에 대지의 젖줄을 찾아 나선 소망을.
가엾은 외로움들아 이제는 받아들여 다오 새로운 그날을 참고 기다린 우리가 봉우리 밑 민들레 곁에서 환하게 웃는 그날을. -학생 작품,'통일' |
너, 이제는 허락해 다오. 찬란한 아침의 시작을 안고 가는 저 민들레 씨들이 그곳 산등성이 완만한 곳에 꽃을 피우기 위해 날아가는 꿈을 이제는 허락해다오. 너, 이제는 잡지 말아 다오. 간절한 기다림의 끝을 싣고 가는 저 들풀들이 그곳 폭포 곁에 대지의 젖줄을 찾아 나선 소망을 이제는 잡지 말아 다오. 너, 이제는 받아들여 다오. 새로운 그날을 참고 기다린 우리가 봉우리 밑 민들레 곁에서 환하게 웃는 그날을 이제는 받아들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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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거리
김학주 역,'도연명', 명문당, 2002.
박철희 편,'박두진', 서강대학교출판부, 1996
박철석,'한국 현대 문학사론', 민지사, 1995
이해와 감상
시인은 조국 해방의 참 모습을 단순히 국토의 회복으로만 상정하지 않는다. 일제의 탄압에 의해 유랑하던 동포들이 온전히 자신의 삶의 터전(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옛날과 같은 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을 그는 참 해방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그는 '복사꽃'이 핀 고향 마을로 "어서 너는 (돌아)오너라"고 외친다. 한편, 시인은 동일한 어구나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거나 의성어·의태어·호격(呼格) 등을 이용하여 감정의 고양과 분위기의 상승을 꾀하고 있다. 특히 '쉼표'를 자주 사용하여 호흡을 격정적이게 하여 다가올 가슴 벅찬 해방의 기쁨을 실감나게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서 '너'의 의미를 볼 때, 시적 자아에게는 매우 소중한 존재인 '너'='철이'가 이 황홀한 기쁨을 나눌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시적 자아로 하여금 해방의 기쁨만큼이나 커다란 슬픔과 실망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너'를 만나자고 하는 간절한 소망이 거듭거듭 안타까이 부르는 시적 자아의 어조를 통해 나타나 있다.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일제 강점기하에 쓰여 해방 이후 발표된 것이다. 많은 시인, 소설가들이 일제에 굴복하여 친일 문학으로 전향하거나 붓을 꺾었을 때, 오히려 박두진은 조국 해방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예감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민족 해방에의 열망을 노래했던 것이다.
박두진의 다른 시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도 산문시의 급박한 호흡을 이용하여 해방의 기쁨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쉼표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산문 율조의 긴 호흡을 차단시키고 있으며, 언어 반복의 리듬 감각을 통해 고양된 감정이나 상승의 분위기를 조성해 읽는 이의 정서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박두진의 초기 시가 대개 일제 강점기하에서의 민족적 비애나 절망 대신, 해방을 기다리는 밝고 희망적인 태도를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해 노래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구원의 세계, 곧 해방된 조국을 동양적 이상향인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나타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심화 자료
1. '어서 너는 오너라'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너'로 호칭되는 대상이 누구인지 말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시에서 '너'가 등장하는 시구를 모두 찾아보고, 이것이 문맥에서 어떤 의미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탐구해 본다. 개인 발표를 시도해 보아도 좋고 조별로 간단히 토론을 하면서 지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시 학생 활동 :
시에서 '너'는 다층적(多層的)으로 나타난다. 2연이나 6연의 경우는 '너'의 대상을 '철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으로 호칭하여 부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짓밟힌 울타리의 너희 집'이나 '소리 높여 너를 부르는 나' 등으로 표현되는 시어를 볼 때 이 '너'라는 대상은 나와 함께 자라난 '나의 민족', '나의 동포'를 의미하기도 하고, '우리의 국토'를 뜻하기도 하며, 애타게 내가 찾고 있는 '해방의 그 날'을 뜻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너'라는 시어는 '우리의 사해동포(四海同胞) 및 우리가 염원하는 해방의 시간'의 두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살펴볼 수 있다.
(2) '옛날'을 아름답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시적 화자가 마지막 연에서,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라고 감격에 찬 어조로 되뇌이는 까닭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면서 문제에 접근하도록 한다. 즉 시대 상황과 시적 화자의 심정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여기에서 의미하는 '옛날'이 단순히 '지나간 시간은 아름답다, 그 이후의 기억이 모질고 고될수록 과거는 더욱 미화되기 마련이다.'라는 과거 회귀 의식으로 이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시적 화자가 옛날을 아름답게 바라본 이유는 무엇보다 옛 시절에는 스스로 가꾼 터전에서, 모두가 함께 공동체적인 조화의 삶을 꾸려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즉 옛 시절은 시적 화자가 6연에서 말하듯,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푸른 보리밭에 서로 뒹굴며 자라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이후 함께 살던 마을의 울타리는 함부로 짓밟히고, 동무들과 가족들은 다섯 물과 여섯 바다, 아득한 곳에 구슬피 헤어졌으나 1연에서 보듯 새로운 봄이 도래(到來)하고 있다. 새 봄이 찾아오는 것은 시적 화자에게 있어 옛 시절의 아름다움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으로서의 재진입을 의미한다. 결국 옛날이 아름다운 까닭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민족이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을 함께 공유하면서 가난하나마 소박하게 생활을 영위했기 때문이었고, 식민지 치하 동안 피폐해지고 뿔뿔이 흩어진 동포들이 더욱 절실히 느끼는 감정의 발로(發露)라 본다.
(3) 동일한 구문(構文)의 반복이 주는 미적 효과에 대해 설명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반복이 기본적으로 품고 있는 미적 특징은 '리듬감', 즉 운율을 형성시키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이 시에서는 '어어이 어어이',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과 같이 직접적으로 단어를 반복시키면서 운율을 형성시키는 기법도 사용되지만,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등의 서술절을 통일시키는 대구(宅句)를 통한 반복(즉 구문의 반복)도 형성되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해서 문제를 접근하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동일한 구문을 반복시키면서 시상을 전개해 가는 시작(詩作)은 박두진의 여러 시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동일한 구문의 반복은, 일정한 운율을 형성시켜 읽는 이로 하여금 리듬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대구와 같은 효과를 미쳐 안정감을 주게 된다. 또한 동일한 구문의 반복은 일종의 주술적(呪術的)인 효과를 가져와, 시에서 드러내고 있는 심상의 예언적 발현(發顯)의 소망을 한결 돋보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2.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시 작품들을 조사해 보고, 해방이 현대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1495년 이후부터 1948년 사이, 해방 공간에서 발표된 시들에는 해방의 감격 표현, 일제 강점기하의 경험과 귀향 의식의 표현, 민족주의적 경향을 나타낸 시들이 많다. 몇 가지 예를 들면서 해방 당시의 광경이 어떻게 시로 표현되었는지 살피고, 이후의 현대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도서관에서 스스로 시를 찾아보도록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예시학생 활동 :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시 작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또 그 내용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유치한의 '울릉도'와 같이 국토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피력하는 형태의 시가 있고, 박두진의 '해'와 같이 해방의 기쁨이 민족 화합의 이상형의 국가 건설로 이어지기를 축원하는 형태의 시가 있다.
한편 신석정은 '꽃덤불' 이라는 시에서 지난(至難)했던 과거 식민지 시절을 회고하고, 해방정국의 상황이 다가온 것은 새삼 기쁜 일이나 여전히 현실은 겨울밤처럼 차가우니 냉철한 반성과 갈등 해소 끝에 봄이 오거든 아득한 꽃덤불에 안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고, 월북 시인 오장환은 '병든 시인'이라는 시에서, 어지럽고 혼란한, 해방의 이득만을 주워섬기는 데 여념이 없는 해방 직후의 서울을 바라보며 철저한 자기 갱생과 고백만이 첫 걸음이라고 준엄하게 질타하기도 한다.
또 이와는 달리 서정주의 '밀어(密語)'와 같이 과거 식민지의 어려움 속에서 떠난 사람을 비판적 안목 없이 감상적(感傷的)으로 위로하고 그저 새 봄을 맞았다는 나긋한 감탄으로 마무리 짓는 내용의 시도 발표되었다.
해방은 우리에게 엄청난 감격과 환희를 불러일으켰으나 분열의 시작이기도 하였다. 당시에 발표된 다양한 시들은 이러한 사회적 양상을 반영하고 있고, 또한 이후 현대시에서 사회에 대한 시의 대응 논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뜻깊은 문제 제기를 해 주었다.
해방 공간과 박두진
우리 역사에서 해방은 일제 강점의 질곡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그 동안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해체되었던 전통적인 삶의 질서, 즉 공동체적인 삶을 회복하는 것이 이 시대에 주어진 과제였다. 그러나 일제에게 빼앗겼던 것들은 아직도 고향을 떠난 민족들은 아직도 제 땅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박두진은 이런 시대적 상황을 노래하였다. 자연과 기독교적 메시아를 추구했던 시인의 비판적 정신이 이 당시 시에 형상화되고 있다 할 것이다.
박두진의 시 세계
박두진의 등단 초기의 경향은 자연을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일원화시켜 감각적으로 파악한다. 특히 초기 시 [청록집]속에 포함된 시를 특징짓는 감각적인 인식 방법과 비유는 기존의 관조적이며 기교 일변도의 시들에 대한 반발이며 새로움이었다. 같은 청록파 시인의 박목월과 조지훈과 구별되는데, 그에게 자연은 목가적인 세계가 아니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윤리 의식이 밑바탕이 된 세계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자연은 그의 종교적 신앙과 일체화하였고, 민족적 현실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바탕은 그 후 [해], [오도], [거미와 성좌], [인간 밀림], [하얀 날개] 등의 세계와 만년에 발표한 [사도행전], [수석열전]의 체계를 특징짓는 지배적인 양식이 된다. 그러나 [오도], [거미와 성좌]에 이르면서 현실 파악의 방법은 보다 현실에 밀착된 정신의 경험으로 발전한다. 이에 따라 그의 시는 현실시의 면모를 띄게 된다.
그의 시에서 자연과의 교감은 [청록집], [해]의 일차원적인 순진의 세계로, [오도]이후의 구체적인 경험 세계, 그 후 순진과 경험의 종합이 [사도행전], [수석열전]에서 높은 의지와 신앙적 경지의 세계로 나타난다.
도화원기(桃花源記)
중국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작품으로 동진 태원연간(太元年間 : 376~395)에 무릉(武陵 : 지금의 후난 성[湖南省] 타오위안 현[桃源縣])에 살던 어느 어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복사꽃이 피어 있는 수풀 속으로 잘못 들어갔는데 숲의 끝에 이르러 강물의 수원이 되는 깊은 동굴을 발견했다. 그 동굴을 빠져나오니 평화롭고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졌다. 그곳의 사람들은 진대(秦代)의 전란을 피해 이곳으로 왔는데 그때 이후 수백 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노자(老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사상에 기초하여 고대의 자연주의적 유토피아를 묘사한 것으로, 당대(唐代) 전기소설(傳奇小說)의 원조가 되었다.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시인. 경기도 안성(安城) 출신. 아호(雅號)는 혜산(兮山). 연세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1960년 4·19 당시 학원분규로 물러나게 된다. 그 뒤 우석대학(후에 고려대학교와 합병)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거쳐서 1972년 다시 연세대학교 교수로 돌아와 근무하다가 1981년 정년 퇴임했다.
이후 말년까지 단국대학 초빙교수(1981∼1985)와 추계예술대학 전임대우교수(1986∼96)를 역임하기도 했다. 〈향현 香峴〉·〈묘지송 墓地頌〉·〈낙엽송 落葉頌〉·〈의 蟻〉·〈들국화〉 등 5편의 시작으로 ≪문장 文章≫을 통해 정지용(鄭芝溶)의 추천을 받고 시단에 데뷔했다.
조지훈(趙芝薰)·박목월(朴木月) 등과 함께 ‘청록파(靑鹿派)’의 한 사람이다. 8·15광복 후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좌익계의 조선문학가동맹에 맞서 김동리(金東里)·조연현(趙演鉉)·서정주(徐廷柱) 등과 함께 우익진영에 서서 1946년 조선청년문학가협회의 결성에 참여했고, 이어 1949년 한국문학회협회에도 가담하여 시분과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의 윤리의식과 강렬한 민주적 민족주의자로서 말년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많은 시집과 산문집을 남겼다.
시집으로 조지훈·박목월 등과 함께 펴낸 ≪청록집 靑鹿集≫(1946)을 위시하여 ≪해≫(1949)·≪오도 午禱≫(1954)·≪박두진시선≫(1955)·≪거미와 성좌(星座)≫(1961)·≪인간밀림 人間密林≫(1963)·≪청록집·기타≫(1967)·≪청록집 이후≫(1967)·≪Sea of Tomorrow≫(영역선시집, 박대인 역, 1971)·≪고산식물 高山植物≫(1973)·≪사도행전 使徒行傳≫(1973)·≪수석열전 水石列傳≫(1973) 등이 있다.
또한 ≪속(續)·수석열전(水石列傳)≫(1976)·≪야생대 野生帶≫(1977)·≪박두진전집≫(시부문, 전10권, 1981)·≪포옹무한 抱擁無限≫(1981)·≪나 여기에 있나이다 주여≫·≪청록시집≫(1983)·≪한국현대시문학대계≫(박두진시집, 1983)·≪일어서는 바다≫(1986)·≪불사조의 노래≫(1987)·≪폭양에 무릎꿇고≫(1995)·≪당신의 사랑 앞에≫(유고시집, 1999)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이미 시집에 실린 작품들을 총 정리한 전집을 비롯하여 중복되는 시선집도 몇 권 있다. 수필집으로는 ≪시인의 고향≫(1958)·≪생각하는 갈대≫(1970)·≪언덕에 이는 바람≫(1973)·≪하늘의 사랑 땅의 사랑≫·≪돌과의 사랑≫(1986)·≪그래도 해는 뜬다≫(1986)·≪햇살, 햇볕, 햇빛≫ 등과, 시론집으로≪시와 사랑≫(1960)·≪한국현대시론≫(1970)·≪현대시의 이해와 체험≫(1973) 등이 있다.
이들 산문을 총 정리하여 ≪고향에 다시 갔더니≫·≪여전히 들은 말이 없다≫·≪숲에는 새 소리가≫·≪밤이 캄캄할수록 아침은 더 가깝다≫·≪현대시의 이해와 체험≫·≪한국 현대시의 감상≫·≪시적 번뇌와 시적 목마름≫ 등과 같이 7권의 전집으로 묶어 1995년 10월 신원문화사에서 간행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한국전래동요독본≫(1962)을 편성하기도 했다. 수상 경력으로는 아세아자유문학상(1956)·서울시문화상(1963)·3^1문화상 예술상(1970)·대한민국예술원상(1976)·인촌상(仁村賞(1988)·지용문학상(芝溶文學賞, 1989)·외솔문학상(1993)·동북아기독문학상(1997) 등이 있다.
새로운 자연의 발견과 이상향에 대한 법열적(法悅的)인 승화가 〈향현〉·〈묘지송〉 등 일련의 추천 작품을 비롯한 초기 시에 나타난 특색이라면, 바로 그 뒤에 간행된 시집 ≪해≫의 시편들은 ‘산’과 ‘해’의 심상을 통해서 강렬한 생명력과 밝은 앞날의 예언을 노래하고 있다.
그 뒤 6·25동란의 비극과 4·19의 민주혁명을 몸소 체험하고 쓴 ≪거미의 성좌≫나 ≪인간밀림≫ 등의 시편에서는 강한 반공의식과 역사적 현실의식을 바탕으로 부정과 비리(非理)의 정치현실을 고발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오도 午禱≫·≪사도행전 使徒行傳≫·≪포옹무한 抱擁無限≫ 등의 시편들은 그의 독실한 기독교적인 신앙과 윤리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말년에 직접 수석(水石)을 하면서 쓴 ≪수석열전≫과 ≪수석연가 水石戀歌≫ 등의 시편들은 그의 시의 핵(核)이기도 한 시원적(始原的)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수석을 보면서 수석이 고요히 일러주는 내밀(內密)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도 그들에게 끝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現代詩人論(徐廷柱 外編, 螢雪出版社, 1979), 韓國現代詩作品論(金容稷 外編, 文章社, 1981), 한국현대시인연구(김재홍, 일지사, 1986), 박두진-박두진론집(박철희 편, 서강대학교출판부, 1996).(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