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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y방/유명시

묘지송 /박두진

by 미스커피 2012. 1. 4.

 

묘지송

희망의 문학

북망(北邙)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  )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지은이 : 박두진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희망의 문학 운율 : 내재율, 2음보의 중첩 구조, '-리'의 각운.

희망의 문학 어조 : 밝고 따뜻한 어조

희망의 문학 성격 : 의지적. 찬미적. 상징적, 역설적, 종교적(유토피아적, 기독교적)

희망의 문학 심상 : 시각적. 후각적. 청각적

희망의 문학 구성 : 4행 4연

   1연 : 시적 공간(묘지)의 묘사(기)

   2연 : 영원한 생명을 얻은 주검(승)

   3연 : 죽음이 삶보다 행복하다는 역설(전) - 부활에의 기다림

   4연 : 자연과 행복하게 어우러진 주검(결) - 주제연

희망의 문학 제재 : 묘지

희망의 문학 주제 : 영원한 생명에 대한 동경, 영원한 생명에의 의지와 주검에 대한 희망적인 찬양(죽음과 허무의 극복 의지), 죽음에 대한 긍정을 통해 갖게 되는 삶에 대한 희망

희망의 문학 특징 : 이 시는 묘지라는 소재가 지니는 통념을 뒤집어 죽음에 대한 찬미를 노래하고 있다.

 ① 전 연에 걸쳐 죽음과 생명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삶에의 강렬한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② 전반부 2행(죽음의 세계)과 후반부 2행(삶의 세계)이 대칭적 구조를 이루어 있다.

 ③ 음성 상징어의 사용 및 규칙적인 강약의 리듬감을 형성한다.

희망의 문학 표현과 문체 :

① 활음조와 각운을 이용한 운율 : '않으이','화안히','하이얀' 등 활음조를 이용하여 운율감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풍기리','그리우리'에서처럼 각운을 활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② 의성어의 사용 : 박두진의 시에서는 의성어가 다채롭게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시에서도 '삐이 삐이 배, 뱃종'처럼 의성어를 사용함으로써 음악적 효과를 얻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③ 역설 : '무덤', '촉루', '주검' 등의 시어가 '외롭지 않으이','빛나리', '안 서럽고'등의 시어와 어울리면서 죽은이 곧 재생(再生)이라는 역설을 이룬다.

④ 문체 : 초반부에서 시각적이고 화려한 심상을 통해 죽음을 미화하다가 마지막 연에 이르면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복합시킨 입체적(立體的)인 표현으로 죽음에 대한 미화(美化)를 마무리짓고 있다.

희망의 문학 출전 : <문장>5호(1939)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북망(北邙)['북망산(北邙山)'의 준말로 ① 중국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의 북쪽에 있는 구릉(丘陵)을 일컫는 말. 한(漢)·수(隋)·당·(唐)등 중국 역대 제왕들의 능(陵)이 많은 지역. ② 묘지가 있는 곳.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일컬음.]금잔디[잡풀이 섞여 나지 않게 잘 가꿔 곱게 깔린 잔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누른빛의 잎이 아름답게 남음 /여기서는 무덤을 덮은 잔디를 금잔디로 미화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음습한 묘지의 인상을 제거시키고, 자연과 동화된 묘지의 모습으로 형상화함]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파멸이 아닌 재생의 출발지] 외롭지 않으이. - 자연의 일부가 된 무덤(시적 공간인 묘지의 묘사)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 : 살이 썩고 남은 뼈, 해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삶에 대한 긍정(뜻있고 값진 삶이었으므로) / 역설적인 표현으로 삶에 대한 화자의 강렬한 긍정적 의지가 담겨 있음) / 자연의 순환 속에서 바라본 인간의 죽음 / 주검을 재생을 준비하는 부활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음]. - 영원한 생명을 얻은 주검

살아서 섧던 주검[시대 상황 - 우리 민족의 힘겨운 생존]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보다 나은 세상의 도래, 영혼의 부활]만이 그리우리[주검을 무덤 속에서 재생을 꿈꾸며 태양을 그리워하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즉, 죽음을 두려운 부정적 대상이 아니라 행복한 긍정적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 죽음이 삶보다는 행복하다는 역설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의성어로 주검에 생명감과 활기를 불어넣어 줌] 멧새[산새의 예스런 표현. 참새와 멧새속(屬)에 딸린 여러 멧새들을 지칭하는 고유 명사일 수도 있음.]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 자연과 행복하게 어우러진 주검(주제연)

 

희망의 문학 시적 화자가 생각하는 죽음은? 하이얀 죽음, 향기로운 주검으로 긍정으로 보고 있으며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영원한 안식과 재생의 계기로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고은'의 시 '문의 마을에 가서'라는 작품도 죽음과 삶의 길이 긍극적으로는 하나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에 이르고 있다.

희망의 문학 북망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 : 주검이 들어 있는 묘일지라도 금잔디가 아름답게 깔려 있는 무덤들은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묘지는 주검이 묻혀 있는 곳으로 한 생명의 파멸과 종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곳은 영원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잔디 기름진' 곳에 있는 무덤은 이미 자연과 동화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역설은 죽음이 거의 종말이 아니라 재생(再生)의 출발점임을 암시하고 있다.

희망의 문학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하이얀 촉루'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무덤 속의 어둠을 밝혀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주검도 자연과 동화됨으로써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순환을 통해 영원한 생명이 지속된다는 박두진 특유의 생사관(生死觀)이 반영된 표현이다.

희망의 문학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 1,2연의 역설이 여기서는 죽음이 안식과 부활을 뜻하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서 '태양'은 기독교적인 메시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나'는 서럽게 살던 사람의 죽음은 영혼의 부활과 보다 나은 세상이 도래(到來)할 것임을 믿으며 서럽지 않다고 노래한다.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무덤을 소재로 읊조리고 있다. 무덤은 비감(悲感)을 자아내거나 무상감(無常感)을 자아내는 소재이다. 그러나 화자의 눈에 비친 무덤은 차원을 달리한다. 무덤은 흔히 유한성의 대상으로 삼아진다. 인생은 죽음으로 마감하며, 그 허무의 그림자가 곧 무덤이다. 화자는 무덤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이 장소라고 인식한다. 이와 같은 비약적 상상은 무덤의 외부에서 무덤의 내부로 시선을 향하게 했으며, 내부에서 또 다시 열리는 새롭고 영생적인 삶을 기쁨으로 노래한다. 즉 '무덤'은 '탄생'이라는 역설이 되는 셈이다. 역설은 시의 기본 원리가 되는 인식의 행위이자 시적 표현 수단이다.

 제1연은 공동 묘지의 묘사이다. 무덤을 덮은 잔디를 금잔디로 미화함으로써 묘지의 음산하고 외진 느낌을 제거하고 있다.

 제2연에서는 어두운 무덤 속에서 하얀 백골이 빛나고, 향기로운 시체의 냄새도 풍기리라고 묘사한다. 이러한 표현 속에서는 삶에 대한 강렬한 긍정이 함축되어 있다. 삶이 뜻 있었으므로 '하이얀 촉루'가 빛나고, 삶이 값졌으므로 '향기로운 주검'의 내가 풍긴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3연은 시인의 생사관이 드러난 부분으로, 살았을 때 서러웠던 삶이니 죽어서 서러울 것이 없고, 오직 무덤 속을 환하게 비출 태양만이 그리울 것이라는 내용이다. '서러운 삶이 끝났기에 오히려 슬프지 않다.'는 역설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일제 치하의 암흑기를 살던 당시 우리 민족의 힘겨운 생존과 무관하지 않으며, 주검이 태양을 그리워한다는 표현은 시인이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보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무덤 속을 비출 태양'은 현실적으로는 자유의 태양, 즉 보다 나은 세상의 도래를 뜻하고, 종교적으로는 영혼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신생(新生)의 갈망'으로 대표되는 시인의 미래 지향적 초극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제4연은 이 시의 주제가 되는 연이다. 금잔디 사이에 할미꽃이 피었고 맷새도 우는, 봄볕이 포근한 무덤이 더 없이 따뜻하고 정겹게 그려져 있다. 거기 누워 있는 주검들은 차라리 행복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의 의성어의 효과적인 활용은 주검에 생명감과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박두진의 1939년 등단 작품으로 묘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뒤엎고 있다. 즉 묘지는 보통 죽음이나 소멸, 인생 무상 등의 심상을 환기시키는 데 비해, 이 시는 그러한 상식을 뒤집고 무덤을 새로운 재생의 무대로 밝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는 두 개의 세계가 등장한다. 하나는 북망, 무덤, 촉루, 주검, 어둠, 설움 등으로 나타나는 어두운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극복하는 밝은 세계이다. 먼저 1연을 보면 '기름진 금잔디'나 '외롭지 않은 동그만 무덤'들은 '북망'의 시어가 주는 삭막한 죽음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평화로운 세계로 바꿔 놓는다. 여기서 '기름'은 흔히 '기름진 땅'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이 풍요로움이 어둡고 메마른 무덤의 세계를 따뜻한 평화와 행복의 세계로 바꿔 주는 것이다. 그래서 2연에 등장하는 촉루(=해골)가 하얗게 빛나며 향기로운 냄새도 풍길 수 있는 것이다. '빛과 향기'가 생명을 의미한다고 볼 때, 이것은 죽은 지 이미 오래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된, 그래서 기름진 금잔디와 하나가 된 죽음의 세계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자연은 우리가 죽어서 돌아가는 곳이자 새로운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3연에 이르면 무덤의 주인공이 생전에 매우 서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죽음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할 수 있는데도 오히려 그가 죽어서 서럽지 않다는 역설은 일제 치하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서러움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한편, 죽음이 결국은 풍요와 재생으로 이어진다는 죽음의 새로운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그러나 죽음이 곧 영원한 안식의 세계는 아니다. 무덤 속의 주검이 태양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욱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며, 종교적으로 영혼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삶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삶과 삶을 이어 주는 삶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 4연에 이르면 무덤 밖의 세계(금잔디 사이의 할미꽃과 멧새들)와 무덤 안의 세계(봄볕 포근한 무덤에 누운 주검들)가 융합되면서 죽음의 세계가 결코 고통과 어둠의 세계가 아니라 포근하고 기쁜 세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된다.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청록파'에 대하여

 주로 자연을 제재로 하여 시작활동을 하는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 세 시인을 일컫는 말. 1946년 세 시인이 공저한 시집 <청록집>이 을유문화사에서 간행되었는데 이 시집의 이름에 의거하여 '청록파"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시집은 A5판으로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책명을 따 왔다고 하며, 박목월의 "나그네"를 비롯하여 모두 15편이 수록되었고, 조지훈의 시는 "봉황수"등 12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박두진의 시는 "향현"을 합하여 12편이 수록되어 총 39편이 수록되었다.

 세 시인은 각기 시적 지향이나 표현의 기교나 율조를 달리하고 있으나, 자연의 본성을 통하여 인간적 염원과 가치를 성취시키는 시 창조의 태도는 공통되고 있다. 서정주는 이러한 공통점에 근거하여 '자연파'라고 호칭 한 바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광복직전의 일제치하에서 쓰여진 것으로서 시사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박목월의 향토적 서정에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의식이 살아 있으며, 이를 통하여 일제 말기 한국인 의 정신적 동질성을 통합하려고 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그의 민요풍의 시형식도 그러한 민족적 전통에 근거하고 있다.

 조지훈의 전아한 고전적 취미도 한국인의 역사적 문화적 인식을 일깨우는 뜻이 있으며, 민족의 문화 적 동질성을 환기시킴으로써 일제 치하의 민족의 굴욕을 극복하려 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시에서 저항적 요소가 보이고 있음도 그러한 정신적 자세와 연결되고 있다.

 박두진에 있어서 자연인식은 원시적 건강성과 함께 강렬한 의지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의 기독교적 신앙에서 빚어진 의연하고 당당한 의로움의 생활 신념과 관계되고 있다. "향현"에서 보이는 "침묵의 산에서 불길이 치솟는 심상"을 표현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신앙에 근거하여 일제 시대의 민족적 수치를 극복하려는 기세를 읊은 것이라고 평가된다.

 일제 말기의 단말마적인 국어 말살정책의 상황하에서 우리말로써 펴낸 이 시집은 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동질성을 드높인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희망의 문학 '청록집'에 대하여

 1946년 을유문화사에서 발행된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3인의 공동 시집. A5판 114면. 서문이나 발문 없이 박목월 편에 "임", "윤사월", "청노루", "나그네" 등 15편, 조지훈 편에 "고풍 의상", "승무", "완화삼"등 12편. 박두진 편에 "묘지송", "도봉", "설악부" 등 12편으로 모두 39편이 수록되어있다. '청록집'이라는 제명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동인지나 유파 의식을 바탕으로 발행된 것은 아니다.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 사이에 <문장>지를 통하여 데뷔한 여러 시인들 가운데서, 광복 직후에 서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세 사람 이 모여 발간한 시집인 것이다. 따라서,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은 <문장> 추천 작품들을 중심으로 하여 엮어졌으며,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라는 점과 일제말 민족어를 갈고 닦아 이루어진 시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박목월은 민족 전통의 율조와 회화적인 감각 을 바탕으로 향토성이 강한 소재를 형상화 시켰으며, 조지훈은 사라져 가는 민족 정서에 대한 애착과 시선일여의 경지를 관조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 따라서 동양적이며 전통 지향성을 간직한 선비의 기풍을 느낄 수 있다. 박두진은 주로 자연에 대한 친화와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데 박목월이나 조지훈에 비하여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정신 세계를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청록집>은 광복 이전과 이후를 연결하는 시집으로서, 일제만 암흑기의 어려움을 직접, 간접으로 표출한 광복 후 최초의 창작 시집이라는 뚜렷한 시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 시인은 이 시집을 계기로 하여 "청록파" 라고 불리게 되었다.

희망의 문학 '묘지송'과 '해'의 관계

'묘지송'의 제작 연대는 1939년,'해'의 제작 연대는 1945년, 시대적으로 볼 때'묘지송'은일제 말기의 암담한 수난기를,'해'는 그 수난에서 풀려 난 뒤의 벅찬 변혁기를 대표한다. 그만큼'묘지송'이 모든 시대적수난과 고초와 절망을 보다 더 내적이고 초시간적이고 종교적인 전체 우주적인 질서와 그 섭리에의 불멸의 생명 의욕으로써초극하려 하고 있다.이에 비해서'해'는 그러한 어둠, 죽음, 어떤 종말에서 풀려 나와 새로운 비약, 모든 것의 모두의 바람, 현실적이며 지상적이며 현세적인 모든 것의 모두의 벅찬 기대와 희망, 그 확실성에 대한 신념이 그것을 초월하는 하나의 영원, 완벽한 이념이고자 활개치고 그리고 그 이미지를 보다 더 유연하고 힘찬가락으로 형상화하려 하고 있다. (출처 : 박두진, '자작시 해설'에서)

희망의 문학 청록파 시인들의 자연관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이 공동으로 간행한 <청록집>(1946)의 시들은 대부분 일제 말기에 씌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들은 어떤 질적 공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시집의 발간으로 이 세 시인을 '청록파'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들이 <청록집>에서 보여 준 공통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을 통해 가혹한 시대를 견디려는 의지를 엿보게 해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전통 시가에서 흔히 조화로운 이상 세계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자연에 대한 지향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지닌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적 지향이나 표현의 기교면에서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즉, 조지훈의 경우는 회고적, 민속적인 제재를 통해 민족적 정서와 전통에 대한 향수 및 불교적 선미(禪味)를 그려 낸 데 비해, 박목월은 향토성이 짙은 토속적인 언어, 정형적인 율격, 간결한 이미지와 섬세한 서정성을 특징으로 하며, 박두진은 기독교적 생명 사상에 입각한 자연과의 친화를 노래하였던 것이다

희망의 문학 청록파 시인의 시세계

 1939년 이후 문장을 통하여 정지용의 추천으로 시단에 나온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은 해방 후 함께 합동 시집 '청록집'을 냄으로써 '청록파' 또는 '3가 시인' '자연파' 등으로 불리게 되는데 이들의 주요 관심은 자연이었다.

 박목월은 흔히 향토적인 시인이라고 불린다. 그의 시의 소재는 흔히 자연이되 그는 그 자연 속에서 향토색이 짙은 용어 또는 사물을 찾아 내어 그것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그 배면에서의 이미지의 연결을 꾀한다. 그의 시에서는 동사가 거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더욱 정물화라는 느낌을 준다. 사람의 숨결이 스며 있지 않음도 볼 수 있다.

 조지훈은 문화적 보수주의에 바탕한 대표적인 시인으로 일컬어질 수 있다. 그가 시에서 그리고자 하는 것은 잃어 버린 옛 질서요 옛 풍물이다. 그 옛 질서 옛 풍물에 대한 그리움이 때로 그를 우국적으로 되게도 하고 지사적인 풍모를 지니게도 만든다. 또는 그의 반근대화주의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하여 반항하는 꼴을 취하게도 만든다.

 박두진은 이 둘에 비하여 더욱 관념적이다. 그의 시는 언젠가 올 메시아에 대한 찬미로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박두진의 자연은 메시아의 도래에 의해 완성될 수 있을 뿐이며 이점에 있어 그의 자연은 조지훈, 박목월의 자연을 노래한 지난 날의 자연인 것과 전혀 다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상주의자요, 뒤에 그가 사회적 불의에 항거해서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시를 쓰게된 사실도 이 문맥에서 이해된다.

희망의 문학 청록파의 작품 경향과 문학사적 의의

 

1) 시풍

 

조지훈 : 지사의 기풍을 지니고 고전적인 소재를 취재하여 회고적인 시정에 젖어들었다. 동양적인 선관(禪觀)를 보여 줌

박두진 : 자연에 대한 신선한 생명력과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과 친화한 시를 보여줌. 기독교적인 자연관을 지님

박목월 : 민요적 가락에 짙은 향토색을 가미하여 자연에 대한 관조를 보여줌. 전통적인 정관(情觀)를 보여 줌.

 

2) 시정(詩情)

 

조지훈 : 선미(禪美)가 깃들인 고아한 풍류

박두진 : 기독교적인 정결한 갈망이 착색된 자연

박목월 : 향토색 짙은 정결한 산수의 서경

 

3) 시형과 운율

 

조지훈 : 선운(禪韻)이 감도는 내재율

박두진 : 가쁜 호흡, 약동하는 생명의 호흡을 가진 내재율

박목월 : 전통적인 민요조의 율조가 혼연 일체를 이룬 연연한 비애의 가락

4) 문학사적 의의

자연의 실체 표현 : 한국의 신문학사를 통해서 한국의 자연이 실재 그 자체로서 부각된 것은 청록파의 공적이다. 이들에 의해 자연이 자연 그 자체로서 독립된 의미와 정서를 가지고 표현되었다.

시사적 맥락의 이음 : 순수한 우리말과 글의 특질을 잘 살려서 이를 통해 운율에  새로운 차원을 가져왔다는 점과 공백으로 남을 뼌했던 광복 전후의 시사적 맥락을 잇게 해준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희망의 문학 박두진의 시에 대하여

 1. 박두진의 자연과 그 의미

 박두진은 청록파의 다른 두 시인과 함께 자연에 그 시적 근간을 두고 있는 시인 중의 하나이다. 그의 자연은 "민족과 인류, 현실과 영원, 현세적 정치적 이상과 종교적 궁극적 생활 생존양식이 아무런 모순없이 일원화" 된 세계로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자연의 대상들을 묘사하면서 그는 이상화된 자연, 혹은 관념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그의 자연이 종교와 사회, 민족과 인류라는 대상과 긍정적 찬가에서 출발하였고, 그로 인하여 한국 현대시사상 "일찍이 가져보지 못한 새로운 자연의 건강한 에너지를 지니게 하고 이를 이끌어 자기가 지향하는 이데아의 세계를 시로써 승화"시키고 있다. 그의 시적 상상력 및 자아의식을 이루는 갈등과 해소의 원리는 자연에 의한 밝음과 어둠의 대칭적 구조로 드러나는데, 사물을 존재하게 하는 빛과 사물을 현상적인 無속으로 빠뜨려버리는 어둠의 대비는 그의 시에서 서로 상반되는 대립의 이미지를 시각적 차원에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초기시의 중심 이미지를 이루는 '해'가 갖는 가장 힘찬 호소력도 어둠과 그것의 지양인 밝음이라는 양측면에 근거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순수한 감각의 기쁨에서 출발하여 그는 자연, 종교,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갈구를 동일한 것으로 귀착시키고 있는 것이다.

2. 시기 구분

 박두진의 시의 변모는 시정신의 심화와 확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는 소재와 의식지향에 비추어 3기로 구분된다.

① 제 1기 : 「청록집」, 「해」, 「오도」, 「박두진 시선」-자연을 사회문제의 상징적 실상으로 파악하여 역사와 인류의 부조리에 대해 소극적인 저항을 보인 시기

② 제 2기 : 「거미와 성좌」,「인간밀림」,「하얀 날개」,「고산식물」-「오도」,「박두진 시선」 에서 엿보인 변화의 징후가 강렬히 추진, 실천되어 역사와 사회와 인류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을 적극화한 시기

③ 제 3기 : 「사도행전」,「수석열전」,「속수석열전」,「포?무한」-기도하는 영혼의 음성을 구상 화하는 기독교 신앙체험의 고백기

3. 박두진 시학의 특징

(1) 기다림의 시학과 낙원 모티브

 박두진의 시의 소재는 자연에서 출발한다. 박두진의 자연은 소월의 한의 자연, 김영랑과 정지용의 슬픔과 감각의 자연, 박목월의 도화원적 자연, 조지훈의 선과 정적의 자연과는 다른 생명의 원리, 저항의 상징으로서의 자연인 것이다. 박두진의 자연은 '운명적인 자연이 아닌 구약적, 고대 이스라엘적 陽明性, 유일신적인 조화의 자연이다. 이러한 자연관 때문에 그의 시는 건강성을 획득한다. 또 하나 그의 자연은 동물적 투쟁상태를 종속시킨 화해와 포용의 실체인 그 이미지를 표상한다.

 만남 직전의 영원한 결별, 절정 직전의 무산-이런 역사의 비극적 악순환과 좌절 체험이 가져온 애상과 체념, 그것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것이 박두진의 '산'의 표상이다. 흩어졌던 이웃, 혈연의 겨레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한데 모이면,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간곡한 염원과 기다림으로 노래한다.

(2) 남성의 어조와 빛의 시학

 박두진 시의 특징은 밝은 심상과 강렬한 어조에 있다. 군국주의의 폭력적 남성주의에 대응하여 여성주의로써 소극적으로 도전했던 우리의 미학이 광복과 함께 예언자적 토운마저 감지되는 박두진의 건강한 남성주의 미학을 만난 것이다. 박두진의 시에 동원되는 '태양, 해, 빛, 햇살'들은 천상적인 것을 표상하는 빛의 상관물이고 '어둠, 밤, 달, 이리, 칡범'들은 지상적인 것, 어둠의 상관물이다.

(3) 어둠과의 싸움

 박두진 시학의 특징은 어둠 곧 악의 세력, 부조리에 저항하는 남성적 어조와 다이내믹한 격정적 리듬인데 이것이 때로 일방적인 투쟁과 영원성에의 지향의식 때문에 시대성과 구체성을 저버리고 관념성의 허공으로 치달을 위험으로 보인 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시어가 지닌 기본 의미의 강건성, 어조의 준열성, 정서와 윤리의 민족성과 세계성 등이 이런 위기를 넘어 박두진의 시를 한국시사의 고봉에 자리하게 한다.

(4) 악의 섶을 불사르는 신앙의 시

 박두진은 제 3기에 들어 가라앉은 목소리와 안정된 시형태로 일체 악을 불사르는 신앙시를 본격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들 시편은 세상의 지식과 도덕 기타 인간의 모든 소유를 넘어 겸손과 사랑에 복종하는 높은 신앙의 경지에 도달해있다. 그러나 박두진의 시는 인류의 운명과 역사를 해치는 모든 어둠에 대한 그의 저항과 질타의 높은 정신과 함께, 인간 존재의 실존적 비참성과 참회의 깊이를 천착하는 자리에서라야 비로소 화해와 포용의 산과 긴 강물로써 '저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4. 시사적 의의

 그의 시는 기독교적 메시아 사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그의 초기시는 현실의 고통을 참고 메시아가 올 것을 믿고 기다리는 자의 환희를 힘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 메시아는 8 15광복과 함께 도래하며 '해'로 표상된다. 시집 <해>는 한국시사상 유래 없이 맑고 희망적인 노래로 가득 차 있다. 환희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어, 그의 시에는 호격과 쉼표, 생략 부호가 빈번히 등장한다.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발신하는 특유의 유장한 산문시의 리듬은 풍요로운 자연의 이미지와 독창적인 상징어들과 어울려 건강하고 활력에 넘치는 세계를 보여준다.

 6·25와 4·19를 겪은 후 쓴 그의 중기시에는 자연사물보다 관념어가 많이 등장하고 그것은 자유와 죽음에 대한 대유법으로 나타난다. '자유여 / 학살되어 바다 속에 버림받은 자유여!'하고 분노하는가 하면 '우리들은 아직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 예언자의 목소리를 담은 사회 참여의 시들도 쓰기도 하였다. 그의 시는 우리 현대시사에 밝고 힘찬 남성적 기상과 종교적 신앙의 깊이를 불어넣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① 그는 1930년대의 시문학파나 모더니즘이 지닌 한계의 극복으로 자연을 제시함으로써 제각기 개성있는 정서와 순수한 시정신에 의해 한국 현대시에 깊이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청록파의 공적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② 박목월, 조지훈과 달리 박두진의 시적 인식이 지니는 시사적 의의는 자연의 인식에서 보여주는 생명적 이미지, 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능동적 상상력, 한국어가 갖는 소리의 다양성과 리듬에 대한 효과, 그리고 시를 시대나 종교, 윤리와 동일한 것으로 꿰뚫는 시정신의 다면적인 추 구에 있다.

③ 시어의 특이한 구사와 더불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반복의 유형에 의한 리듬의 되울 리는 효과, 모음과 자음의 유포니, 의성어와 의태어가 문장 속에서 조응하는 이중적 기능은 한 국어가 지니는 소리의 표현력 내지 운율학 연구의 풍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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