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琫準)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포(砲)들이 땅의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들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낫도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눈이 내린다,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무식하게 무식하게.
요점 정리 지은이 : 황동규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성격 : 참여적, 비판적, 회고적, 상징적 1-3행 : 전봉준의 울음에 담긴 투철한 역사 의식 4-12행 : 지배층의 반역사적 의식과 외세에 짓밟힌 현실 13-17행 : 내리는 눈을 통해 본 민중의 분노와 저항 어조 : 연민과 분노가 담긴 어조 제재 : 눈 주제 : 외세(外勢)와 독재에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苦痛)과 저항 의지(意志) 특징 : 동학 혁명의 역사를 통해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고, 첫 행부터 마지막 행까지 반어적인 표현으로 일관함.
내용 연구 봉준(琫準)[전봉준 : 조선 말기 동학농민운동 지도자로 아버지가 학정에 저항하다가 죽음을 당하자 사회개혁의 뜻을 품고 동학에 입교, 고부접주(古阜接主)가 되었다. 조병갑(趙秉甲)의 학정에 반발하여 고부관아를 습격, 빼앗겼던 세곡(稅穀)을 농민들에게 돌려주고 부패한 이속(吏屬)들을 감금하였다. 정부에서는 조병갑을 처벌하고 이용태(李容泰)를 안핵사로 보내어 선처를 확약하였으나, 이용태가 이를 지키지 않자 전봉준은 재봉기하여 사회제도를 전면개혁하고 보국안민(輔國安民)의 동학사상을 펼 것을 결심하였고 척왜(斥倭)·척양(斥洋)과 부패한 지배계급의 타파 등 4대강령을 내세우며 각지에 호소문을 보내어 농민들의 호응을 구함으로써 민란은 동학농민운동으로 발전하였다. 동학농민군의 세력이 막강해지자 정부는 탐관오리의 응징, 시정(施政)의 개혁, 노비의 해방 등 폐정개혁 12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휴전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뒤이어 우수한 무기와 조직적 훈련으로 무장한 일본군에게 번번이 패배, 금구(金溝)전투를 끝으로 진압되었다. 이에 그는 정읍으로 피신하였으나 순창(淳昌)에서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이듬해 3월 사형에 처해졌다.]이가 운다.[나라와 백성을 걱정한다던 사대부 관료들의 평소에 말하던 대의는 이 역사적 사건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무식하다고 무시하던 농민과 천민들보다 나라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전봉준의 눈물은 당대 민중의 고통으로 전이함] 무식하게 무식하게[반어로 시대를 선도하는 민중의 강인한 힘의 상징인 동학 혁명을 일으킴 / 교양없이, 당시 지배 세력에 대한 야유가 숨어 있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유식한 식자층을 상징]만 알았던들 [입으로만 대의 명분을 말하던 사대부 지배층의 위선에 대한 비판으로 한문을 아는 지배층보다 동학 혁명에 나선 민중들이 현실을 더 냉철하게 인식했다는 반어적 표현]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반어 - 부드럽게 울 수 없는 현실] 왕['왕과 사대부 관료인 지배 계층'] 뒤에 큰 왕[더 큰 외세의 힘으로 청 혹은 일]이 있고 큰 왕의 채찍! [외세의 압력]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던 외세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는 것과 같은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음]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강대국의 세력 즉 외세를 말하는 것으로 가혹한 시대적 상황 / 눈이 내려 뿌옇게 변한 하늘을 묘사한 표현]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동학군을 진압하기 위해 끌어들인 외세에 의해 상처 입은 땅] 포(砲)들이 땅의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들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낫[중국]도 왜낫[일본]도 잘 들었으련만[외세에 빌붙어 권력을 유지하려했던 지배층에 대한 비판과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혁명의 민중의 투철한 역사 인식과 민족애를 반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세에 죽는 것보다 동족인 정부군의 총칼에 죽는 것이 더 원통하다는 반어적 표현] 눈이 내린다[1960년대 말 현재로의 변환으로 눈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1행의 봉준이가 운다(1894년)가 눈이 내린다(1960년대 말)로 변형되어 표현됨],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외세와 독재에 신음하는 1960년대 말 민주의 고통과 신음을 표현함, 조국 산하에 스며 있는 민중들의 투쟁 의지] 귀 기울여 보아라, 눈[민중이 흘리는 서러움과 분노의 눈물 또는 민중의 현실 인식]이 내린다, 무심히[반어적 표현으로 무심한 것이 아니라 관심을 의미함],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군부 독재의 암울한 시대 현실을 묘사함] 무식하게 무식하게.[현재 내리고 있는 눈은 구한말의 역사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민중의 고통과 분노의 눈물이자 냉철한 현실 인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눈'이 무식하게 내린다는 말은 반어적 표현으로 볼 수 있고 전봉준이 무식하게 무식하게 반항한 것처럼 독재에 대한 저항을 하는 강인한 민중의 힘을 암시]
이해와 감상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노골적으로 친일(親日)하는 세력이 있지를 않은가? 명색이 대학교 교수라고 하는 사람이, 또는 언론인이라는 직함을 달고서, 아니면 자칭 보수라고 하는 일부 수구 세력들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우국(憂國)이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역시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구한말 당시에도 이른바 지배층 혹은, 지식인이라고 하는 이들은 민중들을 현혹시키고, 나라가 망하는데 일조를 했지 않는가? 친일이 청산되지 못한 나라에서는 제2의 친일이 나올 것이고, 그런 세력에 맞서 양심 있는 이들의 처절한 자주 독립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시는 화자가 남부 지방을 여행하는 중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외세(청, 일)에 빌붙어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당시 지배층을 비판하고, 외세로부터 나라의 독립을 강하게 열망했던 전봉준(동학도들)과, 1960년대라는 당대 민중의 강인한 역사 의식과 민족애를 발견하고 있는 작품이다. 지배층 혹은 독재 권력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의도가 작품 전체를 통해 드러난 반어적 표현을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심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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