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 유자효 -
뼈가 시리다.
넋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도(제주도)의 위리안치(일정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형벌)
찾는 사람 없으니
고여 있고 흐르지 않는
절대 고독의 시간
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
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
무얼 찾아냈는지
까마귀 한쌍이 진종일 울어
금부도사 행차가 당도할지 모르겠다.(사약이라도 들고 올지 모르겠다)
삶은 어차피
한바탕 꿈이라고 치부해도
귓가에 스치는 금관조복의 쓸림소리
아내의 보드라운 살결 내음새
아이들의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끝내 잊히지 않는 지독한 형벌
무슨 겨울이 눈도 없는가
내일 없는 적소에 무릎 꿇고 앉으니
아직도 버리지 못했구나
질긴 목숨의 끈
소나무는 추위에 더욱 푸르니
붓을 들어 허망한 꿈을 그린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에서 그린 수묵화의 제목입니다.
눈속에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한채와 그 옆에 외로이 서있는
한그루 소나무를 그린 그림인데 제주도에서 쓸쓸히 유배생활을 하는
자신의 처지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지요.
위에 소개하는 유자효 시인의 시 세한도는 그 그림의 제목을 따서 쓴
추사에 대한 시입니다. 추사 김정희의 배경을 알고, 또 위의 '도 망처가'와
연결지어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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