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tudy방/유명시

가거도/조태일

by 미스커피 2012. 1. 11.

가거도(可居島)

희망의 문학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같지 않는

거기

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쓸 만한 인물들을 역정내며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 분들도가거도 - 녹섬

이곳까지는

차마 생각 못 했던,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

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

파도로 성 쌓아

대대로 지켜오며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당할아버지까지 한식구로 한데 어우러져

보라는 듯이 살아오는 땅.

 

비바람 불면 자고

비바람 자면 일어나

파도 밀치며

바다 밀치며

한스런 노랫가락 부른다.

 

산아 산아 회룡산아

눈이 오면 백두산아

비가 오면 장내산아

 

바람불면 회룡산아

천산 하산 넘어가면

부모형제 보련마는

원수로다 원수로다

산과 날과 원수로다*

 

낯선 사람 찾아오면 죄 많은 사람 찾아오면

태풍 세실을 불러다가

겁도 주고 달래 보고 묶어 보고 풀어 주는

바람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 파도섬.

 

길가는 나그네여!

사월혁명의 선봉이 되어

반민주 반독재와 불의에 항거하여

싸우다가 십구일 밤 무참히 떨어진

십구세의 대한의 꽃봉오리가 여기

누워 있다고 전해다오*

 

자식 길러 가르치고

배운 자식 뭍으로 보내

나라 걱정, 나라 위해

목숨도 걸 줄 아는

멋있는 사람들이 사는

살 만한 땅.

희망의 문학

희망의 문학 지은이 : 조태일

**가거도 :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있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섬. 흔히 소흑산도라 하지만 이는 일제시에 일본인이 붙인 이름으로 행정상의 지명도 가거도임. 현지 주민들도 꼭 가거도라고 부르며 소흑산도란 말을 쓰면 싫어함.

** 가거도 주민들이 그곳 전설을 민요화해서 부르는 노래.

** 이곳 출신으로 서울로 유학, 서라벌예술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김부연(金富連)군이 4·19혁명에 가담하여 산화했는데, 그 기념비가 이 가거도에 세워져 있음.

희망의 문학 출전 : <가거도, 창작과비평사, 1983>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가거도의 위치와 내력, 토착 민요, 이 섬 출신의 김부연 군의 행적 등이 한데 어울려 `가거도'의 시적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 의미망은 무엇보다 역사적인 것이다. 가거도는 흔히 소흑산도라고 알려진 이 섬의 원래 이름이다. 일제에 의해 이름이 뒤바뀐 가거도는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가거도는 우선 지리적으로 극도로 소외된 공간이다. 1·2연에 나타난 이 섬의 위치를 보면, 너무 멀고 험해서 바다 같지도 않은 곳에 떠 있는, 유배를 보낼 때조차 생각 못했던 외떨어진 곳이다. 오랫동안 가거도는 사람들의 생활 영역은 물론 인식의 범주에서도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외딴 곳에도 우리네 민족은 `살 만한 곳이라고' 뿌리를 내렸다. `무지렁이'란 무식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 시에서는 순박하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 사람을 의미하고 있다. 망망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사람들은 `파도로 성 쌓아 / 대대로 지켜오며' 모두가 `한 식구로 한데 어우러져 / 보라는 듯이 살아온' 것이다. `후박나무 그늘'이 주는 평화롭고 후덕한 느낌,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 당할아버지까지 한 식구'였다는 해학적인 표현은 우리의 전통적인 삶의 정감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파도와 싸우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섬사람들의 삶이란 참으로 고달픈 것일 수밖에 없다. 목숨을 바다에 맡겨 놓은 사람들의 `한스런 노랫가락'은 그들의 삶에서 절로 배어 나온 절절한 삶의 노래이다. 5·6연은 가거도 주민들이 그곳 전설을 따서 부른 민요이다. 여러 산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산들 너머에 있는 부모형제를 보려 하지만, 산과 날(날씨)이 원수여서 뜻을 이룰 수 없다. 섬 사람들에게 자연 환경은 대단히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이었음이 쉽게 짐작된다.

7연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갖춘 가거도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낯선 사람과 죄 많은 사람을 `겁도 주고 달래 보고 묶어 보고 풀어 주는' 바람섬, 파도섬은 너그러우나 결코 타협하지 않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런 곳에서 사월혁명의 선봉이 되어 불의에 항거하다 산화한 십 구 세의 어린 열사(烈士)가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 연은 앞의 내용을 수렴하면서 가거도의 의미를 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외되고 한 많은 섬인 가거도의 실체는 실상 `나라 위해 / 목숨도 걸 줄 아는 / 멋있는 사람들이 사는 / 살 만한 땅'이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억압받고 소외당하던 민중이 오히려 변혁의 주체로 나서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반증하는 상징적 공간이 바로 가거도이다. [해설: 최동호]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희망의 문학 가거도멸치잡이노래(可居島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에 전승되는 소흑산도 어부들의 어로요(漁勞謠).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2호.1988년 12월에 지정되었다.
재래 선박인 걸레를 타고 흔히 밤에 멸치잡이를 하면서 부르던 9곡(曲)으로 엮어진 모음곡〔組曲, Suite〕형식의 노래이다. 총책임자인 이물사공이 등불을 잡고 뱃머리에 섰다가 멸치떼를 발견하면 그쪽으로 노를 저어 간다.
적당한 위치에 도달했을 때 이물사공의 “그물 내려라-”하는 외침을 신호로 멸치떼 위에다 그물을 내릴 때의 소리(1)와 그물 안에 든 멸치를 배에 퍼담는 작업을 하며 부르는 술배소리(2), 그물을 거두고 귀향 준비를 하면서 부르는 소리(3) 및 마을 어귀에 도착하여 부르는 배치기노래(4)를 제외하면 모두 노젓는 소리에 해당한다.
노젓는 소리는 (5) 놋소리, (6) 진격소리, (7) 긴 놋소리, (8) 자진 놋소리와 (9) 귀향소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7)과 (9)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한가로이 노젓기에 알맞는 곡이다.
“만경창파 노는 멸치, 우리가 널 모를 손가, 너는 죽고 나는 살자” 하면서 멸치잡기에 열을 올린다.
(1)과 (4)를 제외하면 모두 메기고 받는 방법으로 가창된다. (5)·(6)·(7)은 받음구가 여러 개인 유형에 속하며 메김선율보다 받음선율이 더 긴 경우도 있다.
(5)는 6/8박 12마디를 한 단위로 계속 반복하는 선율구조를 가졌다. 짧은 받음구 “어이기야”를 선율 4마디에 걸쳐 2회 부른 다음에, 메김구의 의미구(예:“올라가자- 올라가자”)가 나오는 것이 일반형이다. 징은 짧은 받음구가 나오는 마디를 기준으로 그 첫박에 친 후, 그 다음 마디는 쉬고, 이러기를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따라서 징은 받음구(짧은형, 긴형)의 첫머리 음엔 반드시 쳐야 하나 반면에 메김소리의 시작에서는 치면 안된다. 반음이 있는 솔(라)·도·레·미와 미·라·도의 복합적 음조직을 가진다. 의미구 메김선율의 길게 뻗치는 부분에서처럼 반음 정간에 미끄러져 내리는 표현이 많아, 애수를 띠면서도 망망대해를 노저어 가는 기품이 있는 빼어난 곡이다.
(5)와 관련있는 곡이 추자도나 거문도 및 충무의 멸치잡이 노래에도 보인다. (4)의 본고장은 황해도 연안과 경기만 쪽이다.

≪참고문헌≫ 한국어로요모음(이소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1990.)(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희망의 문학

'♠ study방 > 유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천/천상병  (0) 2012.01.11
불놀이/주요한  (0) 2012.01.11
승무/조지훈  (0) 2012.01.11
봉황수/조지훈  (0) 2012.01.11
병에게 /조지훈  (0) 201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