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요점 정리
지은이 : 천상병
시대 : 1970년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3음보의 반복과 변조)
사상 : 불교적 윤회설(이승과 저승은 단절이 아니고 이어지는 것이다. 소풍이 끝나면 다시 여로에 올라 하늘로 가게 마련이라고 본다. 이 점에서 불교의 윤회설과 그 세계관이 일치한다.) 도교적 인생관(삶에 대한 어떠한 얽매임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도교적인 면도 있다.)
성격 : 시각적. 서술적, 관조적, 독백적, 낙천적
어조 : 내면의 자세를 차분하게 드러내는 내면적이고 독백적 어조
구성 :
1연 이슬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리라.(기)
2연 노을빛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리라.(서)
3연 하늘로 돌아가 이 세상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결)
|
죽음의 내적 승화 |
|
이승 |
|
저승 |
소풍지 |
|
본향 |
|
하나의 행로 |
|
제재 : 귀천(歸天)
주제 : 삶과 죽음에 대한 달관, 죽음의 정신적 승화. 삶에 대한 긍정적 관조, 삶에 대한 달관
표현 :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의 정신으로 세속을 초월한 달관의 세계와 조화시킴
특징 : 반복적, 비유적 이미지의 표현을 구사하고, 시각적 심상을 드러내고 있다.
출전 : <주막에서>(1979)
내용 연구
나 하늘[죽음의 세계, 영원성의 표상]로 돌아가리라.(이 작품의 중심적인 시상이 나타난 부분으로 화자는 자신이 속한 곳은 하늘이며, 이 땅에 잠시 머물고 있다가 때가 되면 하늘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상에서의 삶을 비본질적인 것으로 보는 작가의 인생관이 나타나 있다. 삶과 죽음을 하나의 연속선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세계관이 드러나면서, 죽음에 대한 달관적인 시적 화자의 자세가 드러남)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새벽녘이 되면 이슬이 맺히는 시간]
이슬(깨끗하지만 소멸하는 존재,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상징)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인간의 삶이 새벽 햇살이 비치면 사라지는 '이슬'처럼 덧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함축적으로 나타냄.) - 죽음을 초월한 자세 - 이슬과 함께하는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지만 죽음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독백적인 어조의 말투이다. 세상에 대한 미련도 집착도 없는 무욕의 경지를 느끼게 해주고, 삶의 아픔을 초월한 초인적인 정신 세계가 느껴진다.)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이슬, 노을빛 : 순진무구(純眞無垢) 혹은 무욕(無慾)의 시선에 비춰진 것들로써 맑고 투명하다고 보는 것은 생의 긍정으로부터 온 것으로 아름답지만 순간적인 존재)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이 세상의 속된 것에 얽매이지 않는 달관의 삶이라고도 볼 수 있고, 인간의 삶이, 해가 지는 저녁 한때 잠깐 생기는 '노을빛'처럼 덧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자신이 이 땅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기슭'에 머물고 있다는 표현도, 작가의 이와 같은 인생관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는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덧없이 흘러가고 변하는 '구름'의 이미지도 이와 마찬가지 효과를 가진다.)- 집착 없는 무욕의 삶 - 노을과 함께하는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 삶을 소풍처럼 여기는 인생관)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작가의 인생관이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부분이다. 화자는 자신의 삶을 '소풍'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인생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잠깐 다니러 온 소풍에 비유하는 이러한 태도에는 인생은 덧없는 것이며 지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은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나타나 있다. 또 화자는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하는데, 작가의 한 많고 고달팠던 인생을 생각하면 이는 생에 대한 긍정과 관조의 태도를 보여주는 감동적 표현이라고 하겠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은 '죽음'의 날, 즉 '하늘로 돌아가는 날'을 가리킨다. 이 세상에 온 것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난과 슬픔으로 점철된 생(生)이 긍정되고 있는 것은 시적 자아가 무욕(無慾)의 경지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무욕의 경지는 생의 간고(艱苦)함 속에서 터득한 생의 긍정이다.)[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이 부분을 생의 긍정이라고 표현하지만, 다른 뜻으로 보자면 말줄임표로 문장을 종결함으로써 사실은 인생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더라는 말을 숨기고 있다. 그런 표현으로 보자면 반어적 표현으로 볼 수도 있고, 내면적 의미는 괴로웠던 삶] - 세상의 삶에 대한 평가와 인식
'하늘'과 '소풍'의 의미 : 이 작품에서 '하늘'은 이 세상과 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는, 인간이 온 곳이고 갈 곳인 우주 혹은 영원성의 표상이다. 이에 비할 때 인간의 삶은 그 광대한 영원성의 우주에 내던져진 유한한 존재일 따름이다. 무욕과 순진의 시선에 의해 비로소 순환되는 우주의 흐름과 그 속에 놓여질 때 순간적 존재인 인간은 긍정되고 아름답게 보여진다. '삶'이 아름다운 소풍으로 긍정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가)
대죠션국 건양 원년[조선 고종 때 자주국임을 나타내기 위해 제정한 연호로 1896년] 자쥬 독닙 깃버하세.
텬디간에 사람되야 진충보국[충성을 다해 나라의 은혜를 갚음] 뎨일이니,
님군께 츙성하고 졍부를 보호하세.
인민들을 사랑하고 나라긔[태극기]를 놉히 달세. - 자주 독립의 기치
나라 도을 생각으로 시종여일[시종일관] 동심하세.
부녀 경대[공경하여 대함] 자식 교휵 사람마다 할 거시라.
집을 각기 흥하려면 나라 몬져 보젼하세.
우리 나라 보젼하기 자나 깨나 생각하세. - 나라 보전의 과제 제시
나라 위해 죽은 죽엄 영광이제 원한업네.
국가 태평 가안락[나라가 평안하고 집안이 즐거움]은 사롱공샹[선비, 농업, 공업, 상업] 힘을 쓰세.
우리 나라 흥하기를 비나이다, 하느님께.
문명개화 열닌 세샹[열린 세상, 개화된 세상] 말과 일과 같게 하세. - 무조건적인 애국 강조
요점 정리
지은이 : 최돈성
갈래 : 개화 가사
연대 : 개화기
성격 : 계몽적, 교훈적, 의지적
주제 : 독립의 의지와 애국 정신
최돈성의 '애국가' : 이 노래에서는 1896년 '독립신문'에 발표되었던 개화 가사이다.1896년 1월 조선은 자주 독립의 의지를 표방하기 위해서 '건양(建陽)'이라는 독자적 연호를 제정하여 사용하였는데 이 노래는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잘 전해주고 있어서 독립에 대한 의지를 뚜렷이 하고 애국 정신을 고취하려는 의도에서 지어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자주 독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하고 낙관적인 태도로 일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歸天)'
천상병의 '귀천' : 이 시는 세상에서의 삶을 소풍온 것으로 생각하는 시인의 달관한 듯한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삶에 대한 달관과 명상 그리고 죽음에 대한 체관(諦觀)이 단순하고 소박한 어법과 구조를 통해 잘 나타나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새벽빛 노을빛 이슬 구름 등의 아름답고도 덧없는 이미지들을 구사하여 인생의 의미를 형상화하고 있다.
1. (가)의 화자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가치에 대한 학습이 이전 단계로서 작품 전체의 개략적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활동이다. 특히 제목인 '애국가(愛國歌)'가 작품의 핵심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도록 유도한다.
풀이 : 애국(愛國)
2. 창작 의도를 고려해 볼 때, (가)와 (나)가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 형상화된 가치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활동이다. 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형상화된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학생들이 창작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한다면 (가)에서는 민중을 계몽하여 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그에 비하여 (나)에는 자신이 깨달은 삶의 의미를 담담하게 피력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풀이 : (가)는 공동체적인 가치를 (나)는 개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3. (나)에 드러난 화자의 태도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에 드러난 가치가 현실에 적용할 만한 가치인가를 판별해 봄으로써 문학의 가치가 보편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활동이다. 특히 (나)에 드러난 화자의 태도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나)의 화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풀이 : 현실의 삶을 아름다운 것으로 수용하는 태도
4. (나)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다음 항목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문학 작품의 가치를 심미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봄으로써 문학의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기 위한 활동이다. 가급적 학급을 몇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모둠별로 과제를 하나씩 부여하고 토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풀이 :
(1) 운율 : 단순한 문장 구조가 반복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간결한 운율
(2) 이미지 : 새벽빛 이슬 노을빛 구름 등 곱고 아름다우면서 덧없는 이미지들
(3) 시어 : 우리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잘 살릴 수 있는 시어들
이해와 감상
삶에 대한 순진(純眞)무구(無垢)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난해하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읽혀진다. 각 연마다 반복되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구절이 반복되는데,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지만 죽음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말투이다. 세상에 대한 미련도 집착도 없는 무욕의 경지를 느끼게 해주고, 삶의 아픔을 초월한 초인적인 정신 세계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든 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죽음 그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죽음으로 해서 잃게 될 소유물들을 아까워하기도 한다. 특히 지금 누리고 있는 세속의 삶에 집착이 많을수록 죽음은 그만큼 두려운 것이 된다. 작자는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소유물에 별로 미련이 없다. 미련이 없으므로 집착이 없고, 집착이 없으므로 죽음을 억지로 피해 보려는 몸부림도 없다. 그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이다. 그것도 이 세상의 삶이 한 차례의 소풍인 것처럼 원래의 자리로 선선히 돌아가리라고 말한 것이다.
이 시의 분위기에서도 나타나듯이 그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다만 불행을 불행으로 끝내지 않고, 지나온 삶의 자취 속에서 소중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래도 자신은 아름다운 한 세상을 살았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노래하는 간결한 시 속에서, 우리는 지나온 삶의 괴로움과 회한을 지긋이 다스려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시인의 내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삶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는 가정은 추억 속의 여행이 아름다운 것이듯 삶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는 추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인이 짙은 우수 속에서도 절제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달관과 관조의 힘일 것이다.
이해와 감상2
천상병의 순진 무구와 무욕(無慾)을 읽을 수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현란하거나 난해하지 않고 사물을 맑고 투명하게 인식하고 담백하게 제시한다. 죽음을 말하면서도 결코 허무나 슬픔에 빠지지 않으며 가난을 말하면서도 구차스럽지 않다.
세 연으로 된 이 시는 첫행부터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시구가 반복된다. 죽는다는 뜻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다는 말 대신에 하늘로 돌아간다고 한 데에 이 시의 묘미가 있다.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에 대하여 아무런 두려움도 없는 사람의 말투이다. 두고 가야 할 세상에 대하여 미련도 집착도 많은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인데, 그는 한결같이 무욕(無慾)의 경지에서나 나올 수 있는 언어를 뱉고 있는 것이다.
1연은 죽음을 선선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가 드러난다. 새벽빛에 스러지는 이슬처럼 인생도 때가 되면 죽음에 이른다. 이 죽음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슬도 그렇듯이 삼라만상은 그렇게 죽어 간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인식에서 비로소 죽음을 수긍할 수 있다. 만상과는 달리 자아만은 영생(永生)하리라는 차별 인식을 가지는 한 초월은 불가능하다. 분별 없는 마음의 상태는 절대 자유와 평화에 이르게 한다.
2연에서는 '노을'과 함께 하늘에 돌아가겠다고 한다. '아침 이슬'이 그렇듯이 '노을빛'도 소멸의 이미지를 띤다. 그런데 화자가 죽음을 비유한 말들을 보면 하나같이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슬', '노을빛'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난다. 화자는 죽음을 보는 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여행 이미지로 그리고 있음은 2연의 3행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노을빛과 함께 산기슭에서 노닐다가 구름이 손짓하면 구름 있는 하늘로 길을 또 떠난다. 여행이 자유와 의미를 내포하듯이 죽음의 길을 여행 의미로 받아들이는 화자의 심정은 자유로움의 경지에 들어 있는 것이다.
3연에서는 이 여행 이미지가 구체화된다. 이승을 하나의 소풍지로 보는 것이 그것이다. '소풍'의 내포 의미는 행락(行樂)과는 다르다. 글자 뜻 그대로 바람 쐬는 일이며, 정신적으로는 노장(老莊)이 말하는 이른바 소요(逍遙 - 노장 사상에서 일컫는 절대 자유와 평화의 경지로 세속의 원리를 초월함으로써 얻어지는 높은 차원의 정신이다. 불교의 해탈과 비슷한 의미로 보아도 무관하다.)의 경지와 비슷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걸어 다니는 자유를 소풍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이승은 하나의 아름다운 세계일 것이며, 그 속에 정신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하늘은 화자를 부르는 새로운 여행지이다. 거기서 또 소풍을 즐길 것이다.
그런데 문면(文面)을 흐르는 어조는 어딘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의 반복은 기쁨에 젖어 있다기보다는 이승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이 더 깊게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고통이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엄청난 극기(克己)에서 말미암은 진지함 때문이다. 낭만적 초월이 가벼움을 줌과 대비해 보면, 화자가 고통을 안으로 삭이며 죽음을 수긍하고 정신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내면적 노력은 진실성을 더한다.
이해와 감상3
이 시에서 삶에 대한 시적 화자의 태도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 주는 시어는 '소풍'이다 즉, 시인은 출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을 하늘에서 잠시 지상으로 떠난 소풍의 여정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삶에 대한 어떠한 얽매임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시에서 우리는 시인의 도가(道家)적 인생관을 읽어 낼 수 있으며, 삶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는 가정은 추억 속의 여행이 아름다운 것이듯 삶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는 추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인이 짙은 우수 속에서도 절제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달관과 관조의 힘일 것이다.
이해와 감상4
천상병의 시에서 우리는 순진 무구(純眞無垢)와 무욕(無慾)을 읽을 수 있다. 그는 현란하거나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사물을 맑고 투명하게 인식하고 담백하게 제시한다. 죽음을 말하면서도 결코 허무나 슬픔에 빠지지 않고, 가난을 말하면서 구차스러워지지 않는다.
그의 시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 시사(詩史)에서 매우 이단(異端)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인이라는 세속적 명리(名利)를 떨쳐버리고 온몸으로 자신의 시를 지킨, 진정한 의미의 순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심화 자료
1930∼1993. 시인·평론가. 본관은 영양(潁陽). 호는 심온(深溫). 경상남도 마산 출신. 2남 2녀 중 차남이다. 일본 효고현(兵庫縣) 히메지시(姬路市)에서 태어났으며, 1945년 귀국하여 마산에서 성장하였다.
1955년 마산중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하였다. 43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오랜 유랑생활을 하다가 1972년 목순옥(睦順玉)과 결혼하여 비로소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 뒤 지병으로 죽기 전까지 부인의 지극한 보살핌에 힘입어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였다. 그의 문단 활동은 마산중학교 5학년 때인 1949년 7월 ≪죽순 竹筍≫에 시 〈공상 空想〉 외 1편을 처음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6·25 중에는 송영택(宋永澤) 등과 함께 동인지 ≪신작품 新作品≫을 발간, 여기에 시를 발표하였다.
이어 1952년 ≪문예 文藝≫지에 시 〈강물〉·〈갈매기〉 등으로 추천을 받았고, 1953년 같은 잡지에 평론 〈사실의 한계-허윤석론(許允碩論)〉, 1955년 ≪현대문학≫에 〈한국의 현역대가(現役大家)〉 등을 발표하였다.
가난과 무직, 주벽, 무절제한 생활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1971년 문우들의 주선으로 제1시집 ≪새≫를 뒤늦게 발간하였다.
그 뒤 제2시집 ≪주막에서≫(1979)와 제3시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 제4시집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제5시집 ≪요놈 요놈 요이쁜 놈≫(1991)을 펴냈다.
그의 시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서정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순수성을 되비쳐 보여준다. 동심에 가까운 이러한 순진성은 가난과 죽음, 고독 등 세상사의 온갖 번거러움을 걸러내고 있으며 일상적인 쉬운 말로 군더더기 없이 간결 명료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그밖에 저서로 3인 시집 ≪도적놈 셋이서≫(1989), 시선집 ≪귀천 歸天≫(1989)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1991), 문학선 ≪구름 손짓하며는≫(1985),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1990),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 등이 있다. 유고집으로 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1993)와 수필집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1994)가 있다.
≪참고문헌≫‘새’의 懊惱-천상병론(金聖旭, 詩文學 13, 1972.8.), 순결과 객관의 미학(金禹昌, 창작과 비평 51, 1979.3.), 새로운 가능성의 시(洪起三, 세계의 문학 13, 1979.9.), 우리시대의 괴짜 천상병과 박봉우(하인두, 월간중앙 159, 1989.4).(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천상병의 시세계
천상병은 간고(艱苦)한 생애를 살다간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그의 시에서도 잘 나타나거니와, '가난은 내 직업'이라고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그 가난과 고통이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시적으로 고양된 순간에 있어서는 구차함이나 원한 혹은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지 않음에 있다.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삶에 대한 긍정(물론 그것은 부정적 상황의 틈에서 역설적으로 비춰지는 긍정이지만)인데 그것이 그의 시가 보여주는 투명하고 순수한 서정의 출발이다. 그 '투명함'과 '순수'의 서정은 인간적인 또는 세속적인 욕심의 흐림이 없이 삶의 어둠과 밝음을 볼 수 있음에서 온다. '가난'이 그로 하여금 "비쳐오는 햇빛에 떳떳할 수 있게"한다고 말하기도 했거니와, 진정 그에게 있어 '간고함'은 사물에 대한 또는 일상적인 삶의 작고 하찮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투명한 눈을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통스러웠을 현실의 삶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로 말미암은 것이다.
'♠ study방 > 유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에게서 소년에게로/최남선 (0) | 2012.01.11 |
---|---|
나의 가난은/천상병 (0) | 2012.01.11 |
불놀이/주요한 (0) | 2012.01.11 |
가거도/조태일 (0) | 2012.01.11 |
승무/조지훈 (0) | 201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