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언어이고 산문은 행위이다.>이 말은 <P.발레리>의 시와 산문간의 거리감을 구별한 지적이다. 사실 일상언어란 그저 행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행위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의 언어란 시어 와의 대비에서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확실히 시는 고급언어이다. 사르뜨르가 인용하고 설명하는바로는 <오! 성곽이여...>의 싯구(詩句)에서 이에 대해 아무도, 물어보고 있는 시인 자신도, 그리고 듣는 식자들도 행위로서 응답하려하지 않는다. 랭보의 이 유명한 싯구는 그러나 나름으로 엉키어있는 그래서 아무런 행위도 새어 나갈 수 없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행위는 언어 사이의 틈을 빠져나오려 하고 있다. 이것이 행위의 언에에 대한 벽이다라고 하였다.
봄이 혈관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삼동을 참어온 나는/풀포기처럼 피어난다.//즐거운 종달새야/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푸르른 하늘은/아른아른 높기도 한데......//-윤동주(尹東柱)의 <봄>-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에 있는 명동(明洞)에서 태어났다. 그이 아명(兒名)은 해환(海煥), 중학교 시절부터 동시를 즐겨 지었다고 전한다. 그가 일제에 항거하고, 동심적 사유에 들어 쓴 시라 할까, 이 역시 해방을 그리는 감성을 내풍기는 듯, 봄이란 주제로 서정적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시란 무엇인가? 악(惡)을 가지고 있는 시를 선(善)에 사용 할 때 시어의 존립위치를 같이 할 수 없다. 시는 일반적 언행에 비하여 신선하고 정다움을 제공해야 한다.
인간의 심성이 매말라 할 때 이를 물추겨 생명의 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적나나한 사상, 정서는 나부처럼 강열하다./그러므로 그것들의 옷을 모두 벗겨야 한다.//>이말은 앙드레 .브르똥>의 말이다. 그렇다 사상은 섹스를 지니고 있지 않다. 즉 그것은 재생되지 못 한다. 시는 악마와 유사하다. 서정시에서 찾아야 할 점도 악마적 근성이다. 언어의 자연통찰, 언어의 유희, 언어의 맑은 물소리, 이런 것들이 악마처럼 출몰하고 신들린 채로 언어마력에 능수능란해야 한다. 서정은 흘러가는 물소리이다. 귀에 담아도 청결함을 준다. 더러운 세파를 씻겨내며 흐르는 소리, 서정은 시의 관상동맥이다.
심장 깊숙에서 솟쳐 오르는 숨소리이다.
외사촌 누나의 수틀이/ 눈에 익은 때문인가.//나의 죄그만 가슴이/그리움에 미어 바라보고 있었다.//강이 敎理房 修女의 흰 고깔밑/보얀 얼굴을 크게 크게 번지면서/북간도 행 열차의 氣笛을 내며./흘러가고 있는 것을---.//내가 해의 寂寞한/뒤퉁수를 본 것도/이 때이다.//-구상(具常)의 -<木瓜 옹두리에도 사연이>-
이 시는 지적 이미지를 내포한 서정적 감성시이다. 지성인의 마음으로 들여다 본 외사촌 누이의 추억과 수녀와의 대비, 즉 은유적 방법에 의한 서술적 함축시다. 외사촌 누이의 환상을 대비하여 교리방 수녀의 얼굴에까지 외사촌 누이의 그리움이 번져 비춰지는 것이다. 먼 북간도 열차에 실은 그리움 기적소리를 헤치면서 해의 적막한 노을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시인의 감정짙은 잔잔한 표현이다.
가을날 풀밭에 누워서/우러러 보는 조선의 하늘은/어쩌면 저다지도 맑고 푸르고 높을까요?/닦아 논 거울인들 저보다 더 깨끗하오리까.//-중간 聯 생략- 이하의 聯들은 민족감정과 복받치는 분노를 억제 하지 못해 한탄과 저주를 거듭하는 원망띈 애조시다. 그러나 이 시에서 시사성(時事性)을 가미한 서정풍(抒情風)인 동시에 주지주의적인 향취를 풍긴다.
오늘도 만주 벌에서는 몇천명이나 우리 동포가/놈들에게 쫓겨나 모진 악형까지 당하고/몇십 명씩 묶여서 총을 맞고 거꾸러졌다는 소식!/거짓말이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거짓말이외다./-이하 중략-
-심훈(沈薰)의 <-풀밭에 누워서>-
절통한 우국심(憂國心)으로 애타게 울부짖는 시인의 절규, 이 시는 앞연에서는 서정풍이려다가 중간연에서 부터는 시사적 주지시로 흐른다.
그러니까 서정시라고 해서 온 편이 다 서정적이지 못 할 경우가 있다. 이런 시를 시상(詩象)의 복합형태(複合形態)라 하고 이미지의 복합상(複合像)이라고도 한다.
서정시에서의 리듬, 즉 시를 구성하는 두 개의 주요한 원리는 운율(韻律)과 은유(隱喩)이다라고 <웰렉 .워렌>이 말했다.
시의 운율은 둘로 나누면 외형율과 내재율이 있다.
외형율은 정형시에 있어서는 리듬으로서, 표현 형식에서 음이나 글자수의 일정한 규칙에 의하여 외형상으로 박자를 맞추어 가는 점이다.
그 방법으로서, 평측법(平仄法), 압운법(押韻法), 음수율(音數律) 등이 있는 것이다.
첫째 평측법은 음성율(音聲律)로 각기 음이 지닌 음의 고저 강약, 가락이다.
영시나 한시에는 존재해도 우리 현대 자유시에서는 언어구조상 존재 할 수 없다.
둘째 압운법(押韻法)은 음위율(音位律)이라고도 한다. 싯구(詩句)의 일정한 자리에 음을 배열하는 법칙이다. 이에는 두운(頭韻), 요운(腰韻), 각운(脚韻)으로 구분한다.
자세한 것은 추후 정형시(定形詩)에 대하여 언급 할 때 더 하기로 한다.
운명(殞命) 사흘 전
새벽 두 시
한 수저의 미음을 넘기지 못하고 토한다
식(食)은 가고 말[言]만 남았다
“다리가 굳는다 다리를 펴라
아프다
아파
어디가 실컷 울고 싶다”
아직 남아 있는 설움
설움이 죽음까지 따라가겠다는 것인가
“어디가 실컷 울고 싶다”
그 소리가 뼈 속까지 파고 든다
“어디가 실컷 울고 싶다”
그분 의 설움을 내가 울고 싶다
실컷 울고 싶다
(2002.11.7)
*(주)
어머님의 운명 사흘 전 기록이다
나는 어머님의 머리맡에 노트와 연필을 놓고 있었다
운명(殞命)을 기록하고 싶었다
-이생진의<실컷 울고 싶다.>(오늘의 시)(10)-
위의 시에서 얻는 것은 부모 운명에 대한 절통함이다. 운명직전 조금씩 조금씩 차가워드는 어머님의 수족에 대한 순간 순간에 경험했든 사실들을 자기 주관적 심정에서 아픔을 상황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물론 시적 테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시에서 느끼는 감정은 가슴 복받치는 눈물이다. 시적 감정의 울음인 것이다. 아픔이기까지 한, 자식의 부모에 대한 道理로 인한 불효심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의 형식면에서는 모든 형식을 거절하고 자유로운 표현술로 작성된 시이다. 다만 울고 울고를 다섯 번이나 반복한 것에 운율(韻律) 이상의 까닭이 있는 것이다. 혈육의 정만큼 간절한 인연이 있을까? 간결하고 압축된 시인의 시적 서정성, 누구에게나 공감 할 수 있는 호소력이라고 보아진다.
한 편의 시를 읽었을 때에 그 시가 지니고 있는 일파(一波) 크면 클 수록 그리고 그 일파(一波)가 고도의 것이면 고도의 것일 수록 단번에 그 시의 가치의 전부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나, 참다운 독자라면 몸이 떨릴 정도의 공감대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아진다.-김희보의 시입문에서-
능수버들이 지키고 있는 낡은 우물가/우물속에는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潤四月/-아주머니/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드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드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傳說만 길어 올리시네.//언덕을 넘어 황소의 울음소리도 흘러오는데/물동이에서도 아주머님 푸른 하늘이 넘쳐흐르는구료-김종한(金鐘漢)의 넓은 우물이 있는 風景>-
위의 시에서 말하고 있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이 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자연정서에 대한 소박한 정감이다. 능수버들, 우물, 뻐꾸기 울음, 박꽃의 순박성, 푸른 하늘 푸른 전설을 퍼 올리는 우물가의 대화, 아주머니의 손을 빌어 옛 여인의 겸허한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인의 풍부한 감정은 모본이 될만 하다. 위의 시중에서 이생진의 시는 근래작이고, 김종한의 시는1945년대 이전에 탄생된 시이다. 서정시에서의 특징은 하나같이 자기 주관적 사고를 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느 서정시든 자기 정서를 빼놓고 쓰여지는 서정시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질량(質量)은 시대적 감각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개개인의 사상과 감정 차에 따라서 시의 질량(質量)이 달라진다는 것도 부정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우아하고 감미롭고 보드라운 감촉의 산물이 서정시라고 한다면 오늘날의 시인은 정확히 그런 면을 짚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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